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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병희 객원기자
2020-09-24

암세포는 어떻게 면역 시스템을 회피하나? 182개 회피 유전자 발견…효과적인 면역요법 개발 길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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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가 면역 시스템에 의해 살해되지 않도록 조절하는 유전자 수십 개가 발견됐다.

이에 따라 다양한 유형의 종양을 앓고 있는 많은 환자군에게 효과적인 새로운 면역치료법(immunotherapies)을 개발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를 이끈 캐나다 토론토대 세포 및 생체분자 연구센터 제이슨 모팻(Jason Moffat) 교수는 “지난 10년 동안 다양한 형태의 면역요법이 강력한 암 치료법으로 등장했으나, 현실적으로는 모든 형태의 종양이 아닌 일부 암 환자에게만 지속적인 반응을 보이는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또 암세포의 돌연변이 때문에 종양의 유전적 구성을 고려한 새로운 치료법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부각시켰다. 암 내성 돌연변이로 불리는 암세포 돌연변이는 치료에 역으로 반응해 오히려 질병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모팻 교수는 “면역요법의 효과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분자 수준에서 암이 어떻게 면역요법에 대한 내성을 발전시키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체계적인 유전자 접근법의 발전으로 치료 내성에 일반적으로 관여하는 유전자와 분자 경로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 23일 자에 발표됐다.

T 킬러 세포에 둘러싸인 암세포 모습. ©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NIH)

면역 시스템과 암과의 숨바꼭질

면역요법에서 T 살해 세포로 알려진 환자 자신의 면역세포들은 암세포를 찾아 파괴하도록 설계된다. 그러나 치료 저항성 때문에 대부분의 환자, 특히 고형암을 가진 환자들은 이를 활용하기가 어렵다.

논문 공저자로 모팻 교수 연구실에서 학위를 받은 키드 로슨(Keith Lawson) 박사는 “이는 면역 시스템과 암과의 지속적인 투쟁으로, 면역계는 암을 찾아내 사멸시키려고 하는 반면 암은 이를 회피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종양 이질성(heterogeneity), 즉 치료 반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개별 환자들이 지닌 종양 세포의 유전적 변이는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로슨 박사는 “하나의 암 모델에서 면역 회피(immune evasion)를 조절할 수 있는 유전자들을 찾는 것뿐만 아니라, 많은 모델의 암세포에서 조작할 수 있는 유전자들을 찾아내는 것이 실제로 중요한데, 그 이유는 이 유전자들이 최상의 치료 표적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면역계의 세포 독성(cytotoxic) T세포는 암세포나 바이러스 감염 세포 혹은 손상된 세포를 살해한다. 항원의 존재가 T세포를 자극해 세포 독성 CD8+ 세포나 조력자(helper) CD4 +가 되도록 한다. © WikiCommons / Sjef

182개의 면역 회피 유전자 확인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아지오스 제약(Agios Pharmaceuticals) 과학자를 포함한 연구팀은 유방암과 대장암, 신장암 및 피부암에서 유래한 여섯 개의 유전적으로 다양한 암 모델에서 면역 회피를 조절하는 유전자를 조사했다.

암세포와 함께 이 암세포들을 죽이도록 고안한 T세포를 같은 배양 접시에 넣고 암세포들을 맹공격하도록 한 다음, 유전자 편집 도구인 크리스퍼(CRISPR)로 암세포의 모든 유전자를 하나씩 정지시켜가며 살해 기준과의 결과 편차를 측정했다.

연구팀은 이 과정을 통해 182개의 ‘핵심적인 암 내인성 면역 회피 유전자(core cancer intrinsic immune evasion genes)’를 식별해 냈다. 이 유전자를 제거하면 암세포들은 T세포 공격에 더욱 민감한 반응을 보이거나 혹은 더 큰 저항성을 보였다.

저항자들 중에는 면역요법에 대해 반응을 멈추는 환자에게서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모든 유전자들이 포함돼 있어, 연구팀은 자신들의 접근 방식이 제대로 작동한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발견된 많은 유전자들은 이전에 면역 회피와 관련돼 있다는 보고가 전혀 없었다. 로슨 박사는 “이는 우리 데이터세트에 생물학적 정보가 매우 풍부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네이처’ 23일 자에 게재된 논문. © Springer Nature

“돌연변이 결합 효과 탐구해 효과적 치료법 예측”

조사 결과, 세포가 스트레스에 따른 손상을 완화하기 위해 자신의 구성요소를 재활용하는 과정 인자가 포식(autophagy)에 관련된 유전자들이 면역 회피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이는 오토파지 유전자를 표적으로 해서 면역요법에 대한 암의 감수성을 증대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연구팀은 이 부분을 더 깊이 파고들면서 어떤 오토파지 유전자들을 쌍으로 제거하면 암세포가 T세포 살해에 저항성을 갖게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종양이 한 오토파지 유전자에서 이미 돌연변이를 일으켰다면, 다른 오토파지 유전자를 표적으로 면역요법과 약물을 결합한 치료를 하더라도 해당 환자에게서 질병이 더 악화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모팻 교수는 “우리는 유전자 의존성의 완전한 역전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전혀 예상치 못했다”며, “이런 현상을 통해서 어떤 돌연변이가 존재하느냐 하는 유전적 맥락이, 두 번째 돌연변이 도입이 치료에 아무런 효과를 미치지 못하거나 치료에 대한 저항성 혹은 감수성을 일으킬지의 여부를 크게 좌우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더 많은 연구를 통해 다양한 종류의 암세포에 대한 돌연변이 결합 효과가 탐구됨에 따라, 종양의 DNA로부터 어떤 유형의 치료가 가장 효과적인지를 예측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20-09-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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