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비슷하게 보이는 세포들 사이에서 문제 되는 세포만을 정확히 표적화하는 새로운 방법이 개발됐다.
우리 몸에서 암이 되는 세포들은 건강한 이웃 세포들과 몇 가지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이런 점에서 암을 비롯해 기타 많은 질병 치료에서의 중심 과제는 다른 정상 세포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으면서 표적이 되는 세포만 정확히 집어내는 일이다.
미국 워싱턴대 의대(시애틀)와 프레드 허친슨 암센터 연구팀은 합성 단백질로 만든 새로운 나노 규모의 세포 식별 장치를 고안해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20일 자에 발표했다.
이 장치는 특정한 표면 표지자를 가진 세포에만 치료제를 작용시키는 일종의 ‘분자 컴퓨터(molecular computers)’라고 말할 수 있다. 무엇보다 스스로 작동하면서 수색 대상으로 프로그램된 세포들만 찾아낸다는 점이 돋보인다.

표적 세포에 분자 표지등 켜서 살상
논문 제1저자인 마크 라조이(Marc Lajoie) 워싱턴의대 단백질 설계 연구소 박사후연구원은 “인체의 복잡한 환경에서 특정 세포만을 표적화하는, 의학에서의 핵심 과제를 풀어보려 했다”고 연구 동기를 설명했다.
라조이 연구원은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세포에는 표면에 고유한 단일 표지자(marker)가 없다”며, “세포 표적화 개선을 위해 세포 표면 표지자 조합을 추적함으로써 어떤 세포에든 거의 모든 생물학적 기능을 지시해 수행토록 하는 방법을 창출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만든 도구는 코-로커(Co-LOCKR, Colocalization-dependant Latching Orthogonal Cage/Key pRoteins)라는 이름을 붙였다.
코-로커는 여러 합성 단백질로 구성됐고, 이 단백질들이 분리돼 있을 때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단백질 부품들이 표적 세포의 표면에 모이면 모양이 바뀌어 일종의 분자 표지등(molecular beacon)을 활성화시킨다.
세포 표면에 이런 표지등이 존재하면 이 특정 표적 세포에 대해 세포 살상과 같은 미리 결정된 생물학적 활동을 가이드 할 수 있다.

“게임 체인저 역할 기대”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코-로커가 CAR-T 세포의 세포 살상 활동에 초점을 맞출 수 있음을 입증했다. CAR-T 세포는 암세포가 인체 면역작용을 회피하는 것을 막기 위해 키메릭 항원 수용체(CAR) 유전자를 도입해 만든 환자맞춤형 T세포다.
연구팀은 실험실에서 코-로커 단백질과 CAR-T 세포, 그리고 잠재적인 표적 세포들을 혼합했다. 표적 세포들의 일부는 표지자가 하나뿐이고, 다른 표적 세포들은 2~3개를 가지고 있었다.
실험 결과 사전에 미리 결정된 마커 조합을 가진 세포들만 T세포에 의해 사멸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리 결정된 ‘건강한 마커’를 가진 세포들은 그대로 보존됐다.
논문 공동 제1저자로 워싱턴의대 박사과정생이면서 프레드 허친슨 암센터 수련생인 알렉산더 솔터(Alexander Salter) 연구원은 “T세포는 매우 효율적인 킬러로, 미리 결정되지 않은 항원 조합에 대해서는 활동을 제한하고 미리 결정된 올바른 마커 조합을 가진 세포를 신속하게 제거할 수 있다는 사실은 게임의 국면을 바꾸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세포 표적화 전략은 전적으로 단백질에 의존하는 방법이다. 이 접근법은 의공학적으로 조작된 세포를 기반으로 하거나 시간상 느리게 작동하는 대부분의 다른 방법들과 차별화된다.
워싱턴의대 생화학 교수이자 단백질 디자인 연구소 소장인 데이비드 베이커(David Baker) 교수는 “우리는 코-로커가 면역 요법과 유전자 요법을 포함해 정밀 세포 표적화가 필요한 많은 영역에서 유용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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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0-08-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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