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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전 악몽의 바이러스, 다시 살아나다 (8) 볼프강 페터젠 감독 영화 ‘아웃브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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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한마을 영화관. 한 남자가 콜록거리자 남자의 비말은 순식간에 영화관 내부에 퍼졌다. 이 남자는 원인 모를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이 바이러스는 침으로 전파된다.

증세는 감기와 비슷하게 찾아왔다. 기침과 함께 열이 올랐고 호흡이 곤란해졌다. 식은땀, 꽈리처럼 차오르는 붉은 종기들이 온몸에 나타났다.

바이러스는 순식간에 확산됐고 사람들은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죽어갔다. 시체를 담은 가방(Body bag)이 사방에 쌓이기 시작했고 시신 가방은 그대로 소각장에 던져졌다.

에볼라 바이러스. 영화는 에볼라 바이러스에서 많은 모티브를 따왔다.

원인 모를 괴질, 치명률 100%의 미지의 바이러스

치료제도 백신도 없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이 바이러스의 이름은 ‘Mr. 모타바’.

1995년 개봉한 영화 ‘아웃브레이크’는 아프리카에서 발견된 치명률 100%의 괴질이 확산되는 과정을 실감 나게 보여준다. 감기처럼 퍼져나가 사람들을 죽어가게 하는 이 바이러스로 인해 벌어지는 상황은 영화 제목 그대로다.

무려 25년 전 영화지만 2020년 현재 미국에서는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COVID-19)로 미국은 6일 현재 192만 4000명이 확진되고 11만 명이 사망했다. 지금도 연일 하루 2만 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영화 '아웃브레이크' 속 시신 가방에 담기는 환자들의 모습. ⓒ Warner Bros. Pictures, Inc

최근 뉴욕에서는 트럭에 쌓인 시신 가방이 부패하는 냄새 때문에 길거리에서 썩은 내가 난다는 기사가 올라왔다. 지난 5월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이 늦어지자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며 항의하는 뜻으로 백악관 앞에 검은색 시신 가방 행렬이 이어지기도 했다.

코로나19와는 다르지만 비슷한 영화 ‘아웃브레이크’ 속 가상의 ‘모타바’ 바이러스는 현재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같은 상황을 영화에서 보여준다.

영화의 시작은 5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7년 7월 아프리카 자이르(Zaire)의 모타바 강 계곡. 총성과 폭음이 끊이지 않는 이곳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출혈열이 발생해 군인들이 죽어간다.

처음 바이러스가 발견된 1967년도에는 바이러스가 확산되지 않았다. 미군은 모타바 용병 캠프의 심각성을 깨닫고 환자들의 혈액만 빼가고 캠프에는 폭탄을 투하해 모든 생명체를 사멸시켰기 때문에 흔적조차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모타바 바이러스는 정글 속에서 잊히는 듯했다.

하지만 30년 후 다시 모타바 강 인근에서 원인 모를 괴질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미군은 국방부 소속이면서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파견 나온 의사 샘 다니엘즈 육군 대령(더스틴 호프만)에게 진상을 조사하라며 아프리카 자이르(Zaire)로 보낸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아프리카 자이르 지역에서 많이 발병했다. 영화 속 자이르로 파견된 샘 다니엘즈와 동료들. ⓒ Warner Bros. Pictures, Inc

바이러스의 전염 파급력과 치명성과의 관계

불행 중 다행스럽게도 현장은 바이러스가 소멸되고 있었다. 바이러스가 너무 치명적인 탓이었다. 감염이 되면 24시간이 지나기 전에 온몸의 장기가 녹아내리면서 사망에 이르렀다.

“그런 치명성이 우릴 돕는 거야. 병이 퍼지기 전에 다 죽지.”

모타바 현장에 있던 의사는 바이러스의 치명성에 대해 언급했다. 치사율 100%. 바이러스가 확산되기도 전에 숙주인 감염자가 죽었기 때문에 바이러스 확산은 더뎠고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원인을 알고 대처하면서 바이러스가 소멸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모타바 인근에서 실험실 동물로 잡힌 원숭이 ‘벳시’에게 있었다. ‘벳시’에게 모타바 바이러스가 있었기 때문이다.

바이러스 숙주인 원숭이 벳시가 중심이 된 영화 포스터. ⓒ Warner Bros. Pictures, Inc

하지만 인간과는 달리 모타바 바이러스는 원숭이에게는 작용하지 않았고 때문에 건강한 벳시가 숙주라는 사실은 짐작하기 어려웠다. 벳시와 접촉했던 사람들이 하나둘 감염이 되어 사망했지만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서는 감염경로를 찾을 수 없어 속수무책으로 사망자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

사실 모타바 바이러스는 치료제가 존재했다. 과거 폭탄으로 이곳을 쓸어내기 전 환자들에게서 채취한 혈액을 이용해 치료제를 만들었다. 치료제를 만든 이유는 생화학무기로 모타바 바이러스를 이용할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샘 다니엘즈의 상관인 빌리 포드 준장은 사람들을 살리겠다는 생각으로 모타바 바이러스의 치료제를 꺼내 환자들에게 투입해보지만 소용없었다. 이미 변종 바이러스가 나와 기존의 모타바 바이러스의 치료제는 무용지물이 된 탓이다.

변종 바이러스는 역시 벳시가 가지고 있던 것이었다. 벳시는 두 개의 모타바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었다.

변종 모타바 바이러스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샘과 동료들. ⓒ Warner Bros. Pictures, Inc

모타바 바이러스 변종은 코로나19가 계속 변이하고 있다는 것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만 봐도 초기에는 중국 우한에서 유행하던 당시의 코로나19와 지난 5월 이태원 클럽에서 이어진 코로나19는 유전자 염기서열이 상이하다.

코로나19는 변이 형태에 따라 크게 S, V, G 그룹으로 분류된다. ‘S’와 ‘V’는 주로 아시아 지역에서 ‘G’ 그룹은 유럽과 미국에서 유행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재 우리나라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된 코로나19 종류는 이전과는 다르게 ‘G’ 그룹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는 ‘에볼라 바이러스’를 모티브로 그렸지만 여러 가지 의미에서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고통받고 있는 현재의 상황이 오버랩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다만 영화에서는 바이러스의 숙주인 벳시의 혈청을 이용해 변종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치료제를 만들어 사람들이 회복해간다는 결말이 희망적이다.

“인류가 지구에서 삶을 계속 영위하지 못하도록 막는 유일한 장애물이자 가장 큰 위협은 ‘바이러스’이다.”

영화 초반에 1958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조슈아 레더버그가 이야기한 것처럼 만물을 지배하는 인간이 미세한 바이러스 앞에서는 무력하기 짝이 없다.

25년 전 영화를 통해 다시 소환된 치료제도 백신도 없는 미지의 바이러스. 영화는 자연 앞에서 오만한 인간에게 바이러스를 통해 겸손을 배우라는 듯 경종을 울린다.

김은영 객원기자
teashotcool@gmail.com
저작권자 2020-06-0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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