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아줄기세포는 인체를 구성하는 모든 세포나 조직으로 분화가 가능한 만능세포다. 더욱이 무한대로 증식시킬 수 있기 때문에 손상된 장기나 조직을 재생하는데 안성맞춤으로 활용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문제는 시험관의 생화학적인 요소가 인간 배아줄기세포의 성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이 배아줄기세포가 불안정할 수 있다고 우려한 까닭은 유전자의 발현이 환경의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전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환경 요소를 후성학적인 요소(epigenetic factor)라고 하는데 지금까지 몇몇 사례가 학계에 보고돼 있다.
예를 들어 모든 생물은 부모 양쪽으로 한 벌씩 모두 두 벌의 유전자를 물려받는데, 두 벌의 유전자 중에서 한쪽의 활동을 막아 유전자가 정상적으로 활동하도록 하는데 후성학적인 요소가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은 유전자의 발현은 정상적인 개체의 발전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패더슨 교수팀은 인간 배아줄기세포가 시험관 환경에 영향을 받는지를 밝히기 위해 배아줄기세포를 배양해 총 6개의 유전자에 대한 후성학적인 유전자 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생쥐의 배아줄기세포가 세포배양과정에서 시험관 환경의 영향을 받아 상태가 변화하는 것과 달리 인간의 배아줄기세포는 전혀 변화하지 않고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페더슨 교수는 "쥐와 달리 인간의 배아줄기세포가 자라는 동안 매우 안정적이라는 사실을 생명과학계에 상당한 희소식"이라면서 "앞으로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난치병 치료에 활용하는 연구가 더욱 활발히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영국 의학연구위원회 국립의학연구소의 로빈 로벨 배지 교수는 "줄기세포가 불안정했을 때 어떤 영향이 나타날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세포가 너무 자라거나 완전히 자라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이번 연구는 줄기세포를 실제 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고 밝혔다.
패더슨 교수팀은 여분의 인간 배아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대상으로 이번에 연구를 진행했다. 체세포 복제를 통해 만들어진 줄기세포도 똑같이 안정적인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추가 연구가 필요할 전망이다. 인간 배아줄기세포는 지난 5월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팀이 환자의 체세포를 이용해 복제 배양하는데 성공하면서 전세계 생명과학계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 김홍재 기자
- ecos@ksf.or.kr
- 저작권자 2005-06-02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