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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심창섭 객원기자
2020-04-13

“코로나19, 함께하면 이겨낼 수 있다” 한림원·과총, ‘코로나19 대비 정신건강 이슈’ 온라인 포럼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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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에서 심리적 충격을 받고 돌아온 병사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앓기도 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다른 재난 상황을 경험한 사람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감염자와 의료진, 현장인력 등의 정신건강이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지난 10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이하 과총)와 의학한림원, 과학기술한림원이 ‘코로나19 사태에 대비하는 정신건강 관련 주요 이슈 및 향후 대책’이라는 주제로 온라인 공동 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현재 심리 방역의 방식과 심리적 영향, 대국민 심리 방역 지침 등을 소개하고, 확진자와 격리자뿐만 아니라 의료진이 겪고 있는 정신적 고충에 관한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지난 10일 코로나19 관련 정신건강 이슈 온라인 포럼이 개최됐다. ⓒ 유튜브 한국과총 채널 캡처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가 확산하면서 거의 모든 일상적 모임이 취소되고 대인관계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대신 집에서의 생활이 오래 지속됨에 따라 다양한 심리적 문제가 발생하는 추세다. 이에 이제는 물리적 방역뿐만 아니라 심리적 방역도 필요해진 시기가 되었다.

이날 포럼 개회사에서 이우일 과총 회장은 “코로나19로 우울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다. 고립감과 소외감을 느끼는 등, 국민의 심리적 불안감이 커지면서 적절한 스트레스 해소와 마음의 안정이 필요해졌다. 또한,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현장 의료진이 증가하고 있어서 정부의 체계적인 관리가 요구된다”라고 밝혔다.

통합심리지원단의 귀국 교민 지원 활동을 소개하는 심민영 부장. ⓒ 유튜브 한국과총 채널 캡처

이어서 권준수 서울대 의대 교수를 좌장으로, 코로나19 사태가 국민정신건강에 끼치고 있는 실태를 소개하는 발제 순서가 진행됐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심민영 국가트라우마센터 부장은 코로나19 격리자들이 겪고 있는 트라우마의 종류와 진행 단계를 설명했다. 우한과 이탈리아에서 귀국한 교민들의 사례에서는 초기에 불안, 사회적 낙인 우려, 억울함, 분노, 죄책감 등을 느낀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격리 시에는 무력감, 고립감, 불신과 분노, 재감염에 대한 불안, 완치 후 적응 문제, 주변 사망자나 신체기능 손상으로 인한 상실감 등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심 부장은 이를 돕기 위해 ‘코로나19 통합심리지원단’이 활동 중이라고 밝혔다. 국가트라우마센터 주도로 운영하는 심리지원단은 귀국 교민 집단 격리시설, 대구시 의료현장 등에 투입되어 국민의 정신건강을 돌보고 있다.

현진희 교수에 따르면, 재난 상황에서 남성보다 여성, 연령별로는 30대가 불안감과 우울증을 더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 유튜브 한국과총 채널 캡처

다음 발제자는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KSTSS) 회장인 현진희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였다. 현 교수는 대국민 코로나19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재난으로 인한 불안감과 우울증을 여성이 더 느꼈고, 연령별로는 30대가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발표했다.

감염에 대한 걱정도 대부분 응답자가 본인보다는 가족, 타인을 우선시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자신 때문에 가족이나 주변인이 감염되는 것을 우려하는 불안감이 의외로 컸다는 설명이다. 이는 죄책감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 만약 확진자가 되면 큰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백종우 교수는 자살률 증가 우려에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유튜브 한국과총 채널 캡처

마지막 발제에 나선 백종우 경희의대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로 자살률이 급증할 우려가 있어서 조기 진단과 심리적 응급처치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IMF와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경제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자살률이 치솟는 경향을 보였다. 최근에는 감소 추세였으나 다시 늘어날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재난 발생 초기에는 현장의 영웅을 보며 국민이 응원하는 허니문 시기가 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재난이 장기화하면 점차 현실적인 문제로 상황이 악화될 수 있어서 단기-중기-장기로 나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에 백 교수는 “자살 위험에 빠졌으나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것은 절망 때문일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사회 집단의 협조와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열띤 토론에 나선 4인의 전문가들. ⓒ 유튜브 한국과총 채널 캡처

전문가 4인이 진단하는 향후 대책

포럼 발제에 이어 각계 전문가 4인의 패널토론 순서가 진행됐다. 조동찬 SBS 의학전문기자는 언론의 입장에서 어떠한 보도 자세가 바람직한지를 거론했다. 대중은 미묘한 표현의 차이로도 받아들이는 데 큰 차이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조 기자는 언론이 정보를 제한해서 보도하는 것보다, 다소 과도하더라도 모든 정보를 보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채정호 가톨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현재 코로나19 방역이 전문가의 헌신과 자원봉사로 유지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리고 트라우마를 겪게 될 가능성이 있는 감염자와 격리자, 의료진 등의 심리적 상처 회복에 사회적 지지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은 ‘정보 집착’이다. ⓒ 유튜브 한국과총 채널 캡처

이영문 국립정신건강센터장은 ‘인포데믹(infodemic)’에도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인포데믹은 인포메이션과 팬데믹을 합성한 신조어로, 과도한 정보와 가짜뉴스에서 비롯된 패닉 현상을 뜻한다. 팬데믹 상황에서 개개인의 ‘정보 집착’은 당연한 현상이지만,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인포데믹으로 인한 전 세계적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정보의 투명한 공개와 가이드라인 지정이 필요하다. 이 센터장은 우리나라가 이 점에서 비교적 대처를 잘했고, 이웃 나라인 일본은 정보 통제와 전문가 의견을 배제한 것이 패인으로 분석된다고 밝히면서 인포데믹 차단이 국가적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생계와 더불어 ‘정신건강’이 일상 문제로 대두할 것이 예상된다. ⓒ 유튜브 한국과총 채널 캡처

팬데믹 이후의 삶에 관한 문제도 제기되었다. 유영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코로나19 사태가 물리적으로 종식 선언이 되더라도, 그 안에 내재한 복합적인 문제는 오래도록 남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국민의 절반 이상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으며, 일상생활이 멈췄다고 여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서 의료인과 의료체계가 버텨주지 못하면 결코 안전하지 못하다. 유 교수는 바이러스와의 기나긴 전쟁을 무사히 치르기 위해선 의료인을 어떻게 보호할지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국민의 무한 지지를 호소했다.

서로 연대하고 지지하는 시민 의식 필요해

두 시간 넘게 진행된 이번 포럼에서는 분야별로 광범위한 토론이 이어졌다. 그러나 모든 전문가가 공통으로 지적한 사항은 코로나19 사태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우며, 그 와중에 소외된 계층이 없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시급한 해결책은 자가격리자와 확진자 및 가족, 노령층, 장애인 등의 소외 계층이 고립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고립된 사람이 흔히 겪는 자책감은 정상적 반응이니 용기를 내서 상담이나 도움을 요청해야 하고, 만약 자포자기한 사람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찾아가는 서비스가 필요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심리적 충격의 여파가 많은 이에게 트라우마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참석자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나 자살 등을 방지하기 위한 국가적 대책 마련과 함께 시민 사회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온라인 포럼은 유튜브 ‘한국과총 채널’(https://youtu.be/nq7aX1_Tqig)을 통해 다시 볼 수 있다.

심창섭 객원기자
chsshim@naver.com
저작권자 2020-04-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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