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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통해 바라본 ‘코로나19’ 사이언스 토크쇼(1) - 영화 속 감염병, 과학으로 접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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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확실한 방법은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하는 겁니다. 악수하지 말고 아프면 집에 있고 손을 자주 씻어야 합니다.”

영화 ‘컨테이젼(Contagion)’에 나온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책임자의 당부가 낯설지 않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로 전 세계가 멈춘 지금 우리가 매일 귀가 따갑게 듣고 있는 감염병 예방수칙과 같기 때문이다.

때론 현실이 영화보다 더 극적이며 잔인하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멈춘 지금 수십 년 전 개봉된 영화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크다. 

영화에서 배우는 과학, 사회적 거리두기의 중요성

지난 8일 한국 과학창의재단이 공개한 ‘2020 온라인 과학축제-사이언스 토크쇼’에는 ‘영화 속 과학 보기’를 주제로 영화 ‘컨테이젼(Contagion)’과 ‘아웃브레이크(Outbreak)’가 소개됐다.

이은희 과학저술가, 박상준 한국 SF 협회 이사, 엑소 과학커뮤니케이터는 지금 코로나19로 고통받고 있는 현실을 정확히 예측한 영화 속 내용을 하나하나 짚어봤다.

8일 한국 과학창의재단이 주최한 '2020 온라인 과학축제' 사이언스토크쇼에서는 영화 속에서 과학을 찾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 사이언스올

지난 2011년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만든 영화 ‘컨테이젼(Contagion)’은 마치 지금의 코로나19 사태를 예상이나 한 것 같이 소름 끼치는 장면들을 연출한다.

어디서 어떻게 걸렸는지 알 수 없는 전염병에 걸린 사람들이 생기고 순식간에 병은 확산된다. 수많은 사람들이 격리되고 이들을 치료하는 의사들도 감염되기 시작한다. 병상이 부족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사망한다.

치료제도 백신도 없는 상태에서 유사 치료법 및 약물이 등장하고 사람들이 죽어가는 위기의 상황을 이용해 돈을 벌어들이는 인간들의 욕망과 실태가 그려진다. 영화 속 장면은 지금의 현실과 판박이다.

코로나19(COVID-19)를 타개할 방법은 오로지 타인과 접촉을 하지 않는 ‘사회적 거리 두기’ 뿐이다. 인류가 처음 조우한 이 신종 바이러스는 치료제도 백신도 없다. 무조건 사람들과 만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어디에서 감염될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손을 씻고 자신의 몸 안에 바이러스가 전파되지 않도록 하는 일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예방조치이다.

실제로 ‘사회적 거리두기’의 효과는 현실에서 증명되고 있다.

지난 4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시한 결과, 극단적인 업장폐쇄나 이동 제한 조치를 하지 않고도 감염 확산 차단 효과가 분명히 확인됐다"고 밝혔다.

사회적 거리 두기 효과로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 수가 지난달 6일 37건에 비해 31일에는 3건(6.1%)으로 감소했고 신규 집단 발생 건수도 조치 10일 전 11건에 비해 10일간 4건으로 63.6%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러스는 인간의 탐욕에서 시작되었다. 영화 '아웃브레이크'는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면서 또 다른 악성 바이러스인 '인간'에 대항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 사이언스올

인류, 앞으로 바이러스와의 공생을 모색해야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인류의 움직임이 멈췄다. 수많은 국가의 도시가 봉쇄되었고 경제 활동이 중단됐다. 불과 10~300 나노미터(㎚) 정도 크기의 작은 생물체가 만물의 영장인 인간의 삶을 지배하게 된 것이다.

바이러스와 인간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지금, 바이러스와 인간은 승부를 가를 수 있을까.

애초에 어느 쪽이든 한쪽의 일방적인 ‘승리’는 불가능하다. 인류는 언제나 그랬듯이 백신이든, 치료제든 현재 발생한 바이러스에 대한 해답을 찾을 것이다.

이은희 과학저술가는 “언젠가 코로나19는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바이러스가 진화되어 나올 것이다. 바이러스의 의지가 아니라 바이러스에게 편한 숙주가 있기 때문에 또 번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사이언스토크쇼에서는 현실과 닮은꼴인 영화 '아웃브레이크'와 '컨테이젼'이 소개됐다. ⓒ 사이언스올

또한 숙주에 기생하는 바이러스의 입장에서 봐도 모든 숙주가 다 죽어버리면 살아남을 수 없다. 이은희 과학저술가는 “바이러스는 숙주를 적당히 살리기 위해 또 다른 생존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995년에 개봉된 영화 ‘아웃 브레이크’에서는 치명률 100%의 원인 모를 전염병이 등장한다. 아프리카에서 발생된 원인 모를 전염병에 감염된 원숭이 한 마리를 포획하여 몰래 들여온 것이 사건의 발단이 된다. 야생으로 방생된 원숭이에 의해 감염된 인간이 늘어나고 사망자는 급격히 늘어난다.

걸리기만 하면 바로 죽으니 언뜻 듣기에는 최악의 바이러스로 보이지만 바이러스 입장에서 보면 손해다. 기생해야 되는데 숙주가 죽으면 자신도 죽기 때문이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팬데믹(pandemic) 단계에 이르지 않았던 이유는 치명률이 너무 높았기 때문이다. 감염병이 확산되기도 전에 확진자들이 죽었기 때문에 더 멀리 확산되지 않고 아프리카 등 일부 지역에서 발병하는데 그쳤다.

박상준 한국 SF협회 이사는 “오히려 치명률은 낮지만 감염률이 너무 높은 감염병이 더 위험하다”라고 말했다. 팬데믹 단계가 되면 모집단이 전 세계 인구로 더 커지기 때문에 치명률이 낮아도 더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금 코로나 19와 같은 바이러스가 더욱 최악인 이유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인간 중심의 사고이다. 영화 ‘컨테이젼’에서 발생한 전염병의 원인은 인간의 무분별한 산림 파괴로 인해 박쥐가 마을로 들어왔고 박쥐의 배설물을 먹은 돼지가 인간한테 옮기는 과정이 표현된다.

영화 '컨테이젼'의 도입부에는 서식지가 파괴되자 인간의 마을로 흘러들어온 박쥐가 등장한다. ⓒ 사이언스올

에볼라, 사스(SARS), 메르스(MERS) 바이러스는 모두 박쥐에 의해 옮겨진 신종 바이러스이다. 이번 코로나19도 마찬가지. 인간의 탐욕이 밀림을 파괴하면서 서식지를 잃은 박쥐가 인간 주변 동물과 접촉하면서 박쥐의 바이러스가 인간한테 전염됐다.

인간은 수십, 수천 년 간 인간과 만나지 않은 미지의 바이러스를 발견하는 파괴적인 개발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낯선 존재들과의 접촉은 결코 인간에게 좋은 결과를 주지 않는다.

이제 바이러스는 인간과 적대적 관계로 싸우는 대상이 아니라 공생해야 하는 존재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은희 과학저술가는 “바이러스와 인간은 공생의 관계이다. 앞으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바이러스와 인간의 면역체가 서로에게 익숙해지면서 큰 충돌 없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은영 객원기자
teashotcool@gmail.com
저작권자 2020-04-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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