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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병희 객원기자
2020-03-26

소금 많이 먹으면 면역력 약해진다? 글루코코르티코이드 축적돼 면역세포 기능 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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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이 많이 들어간 고염식은 혈압뿐만 아니라 면역계에도 좋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독일 본 대학병원 연구팀이 주도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고염식을 먹인 생쥐는 그렇지 않은 쥐보다 훨씬 더 심각한 박테리아 감염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하루에 소금 6그램을 추가로 섭취한 실험 참가자들도 뚜렷한 면역 결핍 증상을 보였다. 이 소금양은 패스트푸드 두 끼 분에 해당한다.

이번 연구는 의학저널 ‘과학 중개 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25일 자에 발표됐다.

소금을 많이 먹으면 혈압을 높여 심장마비나 뇌졸중만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면역 결핍도 초래한다는 연구가 나왔다. © Pixabay / Bruno

권장 소금 섭취량은 티스푼 한 개인 하루 5그램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의 하루 소금 섭취량을 대략 티스푼 한 개에 해당하는 최대 5그램으로 잡고 있다.

그러나 독일의 경우 실제로는 많은 사람들이 이 수준을 크게 초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로베르트 코흐 연구소의 통계에 따르면 남성들은 하루 평균 10그램, 여성들을 8그램 이상을 섭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염화나트륨은 혈압을 높여 그에 따라 심장마비나 뇌졸중 위험이 증가하게 된다.

그러나 그뿐만이 아니다. 본 대학 실험면역학 연구소 크리스티안 쿠르츠(Christian Kurts) 교수는 “우리는 처음으로 과도한 소금 섭취가 면역계의 중요한 부분을 현저하게 약화시킨다는 사실을 증명했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가 권장하는 하루 소금 섭취량은 5그램이다. 한 끼 식사에 해당하는 햄버거 하나와 감자튀김에는 3그램의 소금이 들어있다. © Pixabay

이번 발견은 몇몇 연구들이 그와 반대되는 주장을 펴는 것에 비추어 예상치 못한 결과다. 반대 주장의 한 예로는, 어떤 피부 기생충에 감염된 실험동물들은 고염식 먹이를 먹으면 치유 속도가 크게 빨라진다는 것이다.

기생충을 공격하고 잡아먹고 소화시키는 면역세포인 대식세포는 특히 소금이 존재하는 상태에서 활동적이다. 몇몇 의사들은 이 같은 관찰로부터 염화나트륨이 일반적으로 면역 강화 효과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피부는 소금의 저수지 역할

논문 제1저자로 지금은 독일 뷔르츠부르크대학에 재직하고 있는 카타르지나 조빈(Katarzyna Jobin)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그 같은 일반화가 정확하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신체는 혈액과 여러 장기에서 소금 농도를 거의 일정하게 유지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요한 생물학적 과정이 손상될 수 있다.

유일한 예외가 있다면 피부다. 피부는 우리 몸에서 소금 저장소 기능을 한다. 이것이 염화나트륨 추가 섭취가 일부 피부 질환에 잘 듣는 이유다.

그러나 신체 다른 부분들은 음식과 함께 섭취하는 추가적인 소금에 노출되지 않는다. 소금이 체내에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콩팥에 의해 걸러져 소변으로 배출된다.

소금을 과다 섭취하면 혈액 속에 있는 가장 흔한 면역세포인 호중구 등 과립구의 기능을 억제하게 된다. 과립구의 식균작용 단계를 간단하게 표현한 그림. © Wikimedia / Graham Colm

이 신장이 바로 두 번째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곳이다. 신장은 소금 배설 기능을 활성화하는 염화나트륨 센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센서는 한편 바람직하지 않은 부작용으로 당 생성을 촉진하는 스테로이드 호르몬인 글루코코르티코이드(glucocorticoids)가 체내에 축적되도록 한다. 그렇게 되면 이 호르몬들이 혈액에 있는 가장 흔한 면역세포인 과립구(granulocytes)의 기능을 억제하게 된다.

과립구들은 대식세포와 같이 청소부 역할을 하는 세포들로, 기생충을 공격하지 않고 주로 박테리아를 공격한다. 따라서 이 과립구들이 충분히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감염이 훨씬 심각하게 진행된다.

조빈 박사는 “이런 현상을 리스테리아에 감염된 쥐에게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하고, “이전에 일부 실험 쥐들에게 고염식 먹이를 먹이고 비장과 간을 관찰한 결과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체가 100~1000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리스테리아는 오염된 음식 등에서 발견되는 박테리아로 열과 구토 그리고 패혈증까지 일으킬 수 있다. 한편 고염식을 먹인 실험 쥐들은 요로 감염도 아주 느리게 치료됐다.

연구를 수행한 쿠르츠 교수실 연구원들. 맨 왼쪽이 카타지나 조빈 연구원, 오른쪽 두 번째가 크리스티안 쿠르츠 교수. © Max Germer Credit: Max Germer

고염식 뒤 면역세포 기능 떨어져

염화나트륨은 인간의 면역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쿠르츠 교수는 일상적으로 먹는 소금 외에 추가로 하루에 6그램의 소금을 더 섭취한 실험 자원자들을 조사했다. 이들의 소금 추가 섭취량은 패스트푸드 두 끼 분에 들어있는 양, 즉 햄버거 두 개와 감자튀김 두 봉지에 해당한다.

소금 추가 섭취 실험 일주일 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의 혈액을 채취해 과립구를 검사했다. 그 결과 고염식을 시작한 뒤 참가자들의 면역세포들은 박테리아에 대해 매우 잘못 대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과도한 염분 섭취는 또한 실험 참가자들의 글루코코르티코이드 수준도 증가시켰다. 글루코코르티코이드가 면역계를 억제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가장 잘 알려져 있는 글루코코르티코이드 코르티손(glucocorticoid cortisone)은 전통적으로 염증 억제에 사용돼 왔다.

쿠르츠 교수는 “전체 유기체에 대한 조사를 통해서만 소금 섭취가 이 같은 면역 결핍으로 이끄는 복잡한 제어 회로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강조하고, “따라서 이번 연구는 순수하게 세포 배양만 하는 실험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20-03-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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