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생명과학·의학
심재율 객원기자
2020-03-12

두뇌 회로 배선이 성격을 좌우한다? 천성 vs 양육 논쟁에 새 국면 맞아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어떤 사람이 한 인생을 살면서 곧고 좁은 길을 가는지, 아니면 느릿느릿 구불구불 걸어갈 것인지는 자연적으로 타고난 천성의 영향도 받지만, 살면서 배운 환경의 영향도 받는다. 이 두 가지 중 어떤 것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지 하는 것은 아직도 뜨거운 논쟁의 대상으로 남아있다.

이 오래된 논쟁에 새로운 가능성이 제시됐다. 두 가지 이외에 다른 요인이 있을 수 있다는 과학적 가능성이다. 과학자들은 초파리 두뇌를 연구해서 천성도 양육도 아닌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 결과를 사이언스(Science) 저널 최신호에 발표했다.

초파리 뇌 회로의 배선 차이가 성격 차이를 만들었다. ⓒ 팍사베이

그런데 과학자들은 이러한 개인 간의 차이는 발달 과정 중에 일어나는 두뇌 신경회로의 배선에서 발생하는 무작위적인 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

프랑스 파리 소르본 대학의 게리트 아르네 린네베버 (Gerit Arne Linneweber)는 “유전과 양육의 이분법이 사람의 개성을 이해하는 방법을 지배해왔다”고 말했다.

유전되지 않는 ‘신경 잡음’에 주목

이번에 발표한 논문에서 과학자들은 본성이나 양육이 아닌, 또 다른 요인으로 유전되지 않은 신경 잡음(noise)을 추가함으로써 본성-양육 논쟁을 더욱 복잡한 국면으로 끌고 갔다.

이전의 연구는 인간과 다른 동물들이 발달하는 데 있어서, 유전되지 않은 신경 잡음이 뇌 구조에 영구적인 차이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잡음이 성격차이의 진짜 원인일 수 있다는 생각에 자극받은 연구원들은 초파리를 실험 대상으로 삼았다.

연구팀은 이전 연구에서 등판 신경 더미(DCN, dorsal cluster neurons)라고 불리는 뇌 회로의 발달에 확률적 메커니즘이 기여한다는 것을 관찰했다고 바셈 하산(Bassem Hassan) 시니어 저자는 설명한다.

그 후 동료인 앤드루 스트로(Andrew Straw)는 DCN 신경세포가 초파리가 고정된 목표로 가는 방법을 조절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과학자들로 하여금 이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게 만들었다. 초파리를 실험 대상으로 삼아, 두뇌 신경세포 배선의 변화가 행동의 특징을 구별짓는지를 확인하고자 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초파리가 어떻게 고정된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지를 실험했다. 초파리는 목표를 향해 똑바로 걷거나, 삐뚤삐뚤 걷거나 둘 중 한 가지를 지속적으로 선택했다. 초파리의 행동은 뚜렷하게 특이성을 보여줬다.

이어, 과학자들은 초파리의 DCN 뉴런을 조사하여 배선에 있는 어떤 차이가 초파리의 행동을 설명할 수 있는지 조사했다. 초파리는 뇌의 좌우 배선이 비대칭적일수록 목표를 향해 똑바로 걸어간다. 반대로 보다 대칭적인 배선을 가진 초파리는 더 많이 삐뚤거리면서 걷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사람의 뇌 해마 부분에 있는 신경세포 ⓒ 위키피디아

과학자들이 이어 서로 다른 배선 메커니즘을 만들어내도록 조작했다. 그랬더니 배선이 달라지면 초파리의 행동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인간의 행동은 확률적으로만 예측된다

이 연구결과는 본성과 양육에 관한 논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하산은 "행동적 특징은 사람의 유전적 코드와 환경의 결과일 뿐 아니라, 인간의 뇌 회로가 연결하는 동안 발생하는 예측할 수 없는 사건의 결과"라고 말했다.

그것은 또한 우리의 유전자가 발달 중에 이러한 가변성을 만들어내는 메커니즘을 인코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산은 "그러니까 유전 코드는 결정론적 코드는 아니고, 확률론적 코드라는 점이다"고 강조했다.

분명히 실험 대상은 인간이 아니라 초파리지만, 저자들은 유사한 메커니즘과 결과가 인간을 포함한 다른 종에서도 적용될 것으로 추측했다. 하산은 "내가 만일 당신의 유전자와 당신이 어떤 환경에서 살았는지에 대해 모든 것을 안다고 해도, 나는 여전히 당신이 어떤 종류의 사람이 될 것인지 100%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사람이 어떤 식으로 행동하거나 반응할 것이라는 예측은 확률로만 말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번 연구결과를 보다 넓게 해석하면, 이 같은 특징은 생존과 연관성이 있다. 개인이나 집단이 강력하게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을 때 이 같은 확률적 코드는 개인과 모집단의 생존 기회를 증가시킬 것이라고 하산은 말했다.

심재율 객원기자
kosinova@hanmail.net
저작권자 2020-03-12 ⓒ ScienceTimes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등록일 : 2007년 3월 26일 / 발행인 : 정우성 / 편집인 : 윤승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승재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