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에 상처가 나면 아무리 가벼운 찰과상이라도 조심해야 한다. 혹시라도 상처가 유해 세균에 감염되면,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치료 기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물론 패혈증 같은 합병증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피부에 난 상처를 보호하기 위해 보통 반창고를 바르지만, 최근의 반창고는 단순히 상처를 보호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스마트하게 진화하고 있다. 미국의 과학자들은 무선으로 투약 시기를 조절하는 반창고를 개발하고 있는가 하면, 중국의 과학자들은 색깔로 상처의 진행 상황을 파악하는 반창고를 개발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상처가 잘 낫지 않는 당뇨병 환자를 위한 반창고
미 네브라스카대와 하버드대의 공동 연구진이 개발한 스마트 반창고는 서로 다른 종류의 약물을 무선 제어를 통해 시차를 두고 투여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연구진이 공개한 스마트 반창고는 전극과 같은 소형 장치와 초소형 바늘, 그리고 약물이 투여되는 미세한 관이 하나의 세트로 구성되어 있다. 바늘은 약물을 피부 깊숙이 투여하기 위해 사용하는데, 초소형으로 제작한 이유는 통증과 염증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스마트 반창고를 개발한 이유에 대해 과제 책임자인 네브라스카대의 알리 타마욜(Ali Tamayol) 박사는 “합병증이 많이 발생하는 당뇨병 환자는 피부에 상처가 많이 생기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했다”라고 밝혔다.
당뇨병은 인슐린이 부족해지게 됨으로써 발생하는 질병인데, 인슐린이 부족해지면 상처 치료에 필요한 단백질이 빨리 분해된다. 따라서 당뇨병 환자들은 상처가 작아도 치료가 빨리 되지 않고, 치료 시기가 조금만 늦으면 또 다른 합병증이 발생하기 쉽다.
실제로 미국의 보건 당국은 당뇨병 자체보다 그에 따른 합병증을 더 심각하게 판단하고 있다. 매년 미국에서 수백만 명의 환자가 사지 절단을 하는 주요 원인으로 당뇨병에 따른 합병증이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개발한 스마트 반창고가 어느 정도의 치료 효과를 보이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검증에 들어갔다. 당뇨병에 걸린 쥐들 중에서도 피부에 상처가 있는 쥐들을 선별하여 스마트 반창고를 부착한 것.
그 결과 쥐들의 상처는 대부분 완치되었고, 흉터 또한 거의 생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스마트 반창고가 당뇨병에 의한 상처를 빠르고 정확하게 치료하는 것은 물론, 상처가 만성화될 수 있는 확률까지 크게 낮췄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타마욜 박사는 “당뇨병 환자의 상처를 치료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세포가 재생되는 진행 과정에 따라 서로 다른 약물을 적시에 투여하는 것”이라고 밝히며 “이것이 바로 스마트 반창고가 시차를 두고 다른 약물을 투여할 수 있도록 설계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로 다른 약물을 투여하는 것도 스마트폰과 연결된 무선 제어 장치를 활용하면 해결된다. 굳이 환자가 의료 기관을 방문하거나, 의사가 환자를 왕진할 필요없이 투약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반창고 색깔로 상처의 감염 여부 판단
미국의 과학자들이 무선 제어 방식으로 약물을 효과적으로 상처에 투여하는 반창고를 만들었다면, 중국의 과학자들은 붙인 후 일정 시간이 지나서 나타나는 색깔로 상처의 감염 여부를 판단하는 스마트 반창고를 만들었다.
중국과학원(CAS) 소속의 연구진이 개발한 이 반창고는 처음 상처에 붙였을 때는 초록색을 띠다가 유해 세균에 의한 감염이 감지되면 노란색으로 변한다. 단순히 색깔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감염을 치료하기 위해 반창고 내에 삽입된 항생제가 함께 방출된다.
이 정도만 해도 똑똑한 반창고라 칭찬받기에 충분하지만, 이 스마트 반창고의 진가는 여기서부터가 시작이다. 삽입되었던 항생제만으로는 죽이기 어려운 유해 세균을 발견하는 순간, 색깔이 붉은색으로 변하며 의료진에게 위험 신호를 알려 주는 것.
반창고 색깔을 통해 치료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알게 되면 의료진은 즉시 해당 유해 세균의 정체를 파악하여 2차 소독에 들어간다. 2차 소독 과정을 통해 유해 세균을 죽이거나, 항생제의 효능을 향상시킬 수 있을 만큼 유해 세균을 약화시킨다.

연구진은 자신들이 설계한 스마트 반창고가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를 검증하기 위해 실험에 착수했다. 피부에 상처가 생긴 실험 쥐를 대상으로 스마트 반창고를 테스트 한 결과, 반창고는 유해 세균에 감염된 상처를 치료하는 데 있어 시간을 대폭 단축시켜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중국과학원의 관계자는 “반창고가 유해 세균의 존재를 감지하고 치료할 수 있기 때문에 감염이 형성되는 시점과 치료가 시작되는 시점 사이의 시간적 차이를 단축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또 다른 장점은 의사의 진단을 기다릴 필요가 없으며, 이미 반창고에 삽입된 항생제와 살균제가 알아서 올바른 종류의 약물을 적용하기 때문에 시간과 효과 면에서 기존의 치료 방법보다 월등히 앞선 시스템”이라고 덧붙였다.
의료업계도 이번 연구결과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현재의 기능 외에 유해 세균이 약물에 대해 언제부터 내성을 보이는지를 파악하는 기능이 추가된다면,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가진 유해 세균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창의적 해법의 하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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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0-03-0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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