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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병희 객원기자
2020-02-26

“뇌졸중, 음식 따라 발병 유형 다르다” 유럽인 42만명 대상, 13년 관찰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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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섭취하는 음식의 종류에 따라 뇌졸중 발병 유형도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은 이 분야 최대 규모의 연구를 통해, 채소와 유제품을 많이 섭취하면 허혈성 뇌졸중(ischaemic stroke) 위험이 줄어들고, 계란 등을 추가로 많이 섭취하면 출혈성 뇌졸중(haemorrhagic stroke) 위험이 증가한다는 관찰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유럽심장학회 대표적 기관지인 ‘유럽 심장저널’(European Heart Journal) 24일 자에 게재됐다.

지금까지 수행된 대부분의 연구는 음식과 모든 형태의 뇌졸중과의 연관성만을 살폈거나 허혈성 뇌졸중에만 초점을 맞췄었다.

유럽 9개국 41만 8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13년 가까이 추적 조사한 이번 연구에서는 허혈성 뇌졸중과 출혈성 뇌졸중을 각각 분리해 조사했다.

허혈성 뇌졸중은 뇌 일부의 혈관이 막혀 피가 공급되지 않음으로써 해당 부위의 뇌세포가 손상돼 기능을 하지 못하는 질환이다. 이에 비해 출혈성 뇌졸중은 뇌혈관에서 피가 새어 나와 뇌 안에 고여 주변의 뇌 조직을 압박함으로써 뇌 손상을 일으킨다.

허혈성 뇌졸중은 응고된 피떡인 혈전이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동맥을 막거나, 신체 다른 곳에서 형성된 혈전이 혈류를 타고 뇌로 이동해 혈관을 막기 때문에 발생한다.

대체로 뇌졸중의 85% 정도는 허혈성, 15%는 출혈성으로 집계된다. 뇌졸중은 전 세계 사망원인 2위에 올라있다.

뇌졸중의 두 가지 범주. 뇌졸중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허혈성 뇌졸중(윗단)은 통상 혈전이 뇌동맥을 막아(1a) 영향을 받는 부위의 뇌세포를 죽게 한다. 이에 비해 출혈성 뇌졸중(아래)은 혈관이 파열돼(1b) 피가 뇌 조직으로 새어나가 고임으로써(2b) 뇌를 압박하게 된다. ⓒ Wikimedia / ElinorHunt

계란 섭취 많을수록 출혈성 뇌졸중 위험 증가

이번 연구에서는 과일과 채소, 섬유질, 우유, 치즈 혹은 요구르트 섭취량이 각각 허혈성 뇌졸중 위험 감소와 관련이 있으나, 출혈성 뇌졸중 위험 감소와는 특별한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계란을 많이 섭취할수록 출혈성 뇌졸중 위험이 높아지는 반면, 허혈성 뇌졸중과는 특별한 관계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논문 제1저자로 옥스퍼드대 인구보건학과 영양역학자인 태미 통(Tammy Tong) 박사는 “이번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은 식이 섬유와 과일 채소 소비를 많이 할수록 허혈성 뇌졸중 위험이 감소되는 강한 연관성이 있다는 점이며, 이는 현재의 유럽 가이드라인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 가이드라인을 아직 모르는 일반인들은 섬유소와 과일, 채소 소비를 늘리는 것이 좋다는 것.

통박사는 “이번 연구는 또한 식이 연관성이 혀혈성 뇌졸중과 출혈성 뇌졸중에 대해 각각 다르기 때문에 뇌졸중을 종류에 따라 분리해서 조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부각시켜준다”며, “이런 분리 조사의 필요성은, 콜레스테롤 수치나 비만 같은 다른 위험인자들도 두 종류의 뇌졸중에 서로 다르게 영향을 미친다는 다른 증거들과도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허혈성 또는 출혈성 뇌졸중의 위험이 낮거나 높은 음식을 보여주는 그림. ⓒ European Heart Journal

섬유질이 허혈성 뇌졸중 크게 감소시켜

사람들이 먹는 섬유질 총량(과일과 채소, 곡물, 콩과류, 견과류와 씨앗 등 포함)은 허혈성 뇌졸중을 가장 크게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에 섬유질 10그램을 더 섭취하면 허혈성 뇌졸중 위험을 23% 감소시키고, 이는 10년 동안 인구 1000명 당 2건의 발병이 줄어든 것과 같다.

과일과 채소만으로는, 하루에 200그램을 먹을 때마다 위험이 13% 줄어들고, 이는 10년 동안 인구 1000명 당 1건 감소에 해당한다. 그러나 통계적으로 현저하게 허혈성 뇌졸중 위험을 높이는 음식은 없었다.

영국 추정치에 따르면 두툼한 통밀 토스트 두 조각은 섬유소 6.6그램, 작은 여덟 개 가지가 있는 브로콜리 한 송이는 3그램, 중간 크기의 껍질을 벗기지 않은 사과는 1.2그램의 섬유소를 제공하는 것으로 계산됐다.

유럽심장학회(ESC)와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사무국은 하루에 400그램 이상의 과일과 채소를 섭취할 것을 권장하고 있으며, ESC는 섬유소로는 하루에 30~45그램 섭취를 제시한다. 브로콜리로 따지면 10송이 이상, 사과는 30개 이상을 먹어야 하는 양이다.

연구팀은 한편 하루에 20그램의 달걀을 추가로 섭취할 때마다 출혈성 뇌졸중 위험이 25% 더 높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10년 동안 인구 1000명 당 0.66건(3000명 당 약 2건)이 추가로 발병하는 것에 해당한다.

평균 크기의 계란 무게는 약 60그램 정도다. ‘유럽인의 암과 영양에 대한 전향적 연구(EPIC; The European Prospective Investigation into Cancer and Nutrition)’에서 계란 소비량은 전반적으로 낮았고, 하루에 20그램 미만을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일 채소 같은 섬유소가 많은 음식이 허혈성 뇌졸중 위험을 줄인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유럽심장학회에서는 하루에 400그램 이상의 채소와 과일 등을 섭취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 Pixabay / Werner Weisser

“음식이 혈압과 콜레스테롤에 미치는 영향으로 일부 설명 가능”

연구팀은 허혈성 뇌졸중 및 출혈성 뇌졸중과 서로 다른 음식들과의 연관성은 부분적으로는 음식들이 혈압과 콜레스테롤에 미치는 영향으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박사팀은 이번 연구에서 1992년부터 2000년 사이의 EPIC 연구에 참여한 9개국(덴마크 독일 그리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페인 스웨덴 영국) 남녀 41만 8329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 참여자들은 자신들의 식생활과 생활습관, 진료 이력, 사회인구학적 요인들에 대한 설문자를 제출했고, 연구팀은 이들을 평균 12.7년 동안 추적 조사했다. 이 기간 동안 연구 참여자들에게서 허혈성 뇌졸중은 4281건, 출혈성 뇌졸중은 1430건이 발생했다.

연구된 식품군은 육류와 육류 제품(붉은 고기, 가공육과 가금류), 생선 및 생선제품(흰살 생선과 기름기 있는 생선), 유제품(우유, 요구르트, 치즈 포함), 계란, 곡물과 곡류 제품, 과일과 채소, 콩류, 견과류 및 씨앗, 식이섬유(총 섬유소와 곡물, 과일 및 채소 섬유소) 등이 포함됐다.

이번 연구가 갖는 강점은 연구 대상에 여러 다른 나라 사람들이 포함돼 있고, 12년 이상의 장기 추적을 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관찰연구이기 때문에 연구 대상 식품들 자체가 허혈성 혹은 출혈성 뇌졸중 위험을 직접 증가시키거나 감소시킨다고 말할 수는 없으며, 다만 서로 다른 위험성과 관련돼 있다는 사실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또 연구 대상자들이 스타틴 같은 고지혈증 약을 복용하고 있는지의 여부도 고려되지 않았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20-02-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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