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를 마치 도구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조금 더 신중하게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다른 도구들은 치아처럼 고통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치통으로 고통을 겪어본 사람들은 치아가 다른 장기들과 마찬가지로 주변 상황에 매우 예민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치아들이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영양 관리를 하고, 잇몸을 건강하게 유지했을 때 튼튼한 치아를 유지할 수 있다.

치통은 치아건강을 위한 ‘방어기제’
28일 ‘사이언스 데일리’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최근 치통을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로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방어기제란 심리학적인 용어로 갈등으로 인해 자아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스스로 상황을 다르게 해석하면서 예상되는 감정적 상처로부터 불안한 자신을 보호해나가는 무의식적 수단을 의미한다.
치아도 비슷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슨 이유로든지 어떤 손상이 발생했을 때 거기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방어기제를 가동한다는 것.
미국 산후안 대학의 치위생학 교수이면서 미 치과협회 대변인인 율리우스 만츠(Julius Manz) 박사는 “치아가 매우 뜨거운 음식이나 너무 차가운 음료를 접했을 때라든지 외부 물질에 의해 마모돼 내부 조직이 드러났을 때 고통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그 결과 사람은 치아를 사용하는 대신 쓰라린 고통을 완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강구하게 된다는 것.
만츠 교수는 “사람의 치아가 손상되거나 빠지면 상어나 악어처럼 다시 생성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몸은 가능한 치아를 보호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이런 비극을 막기 위해 강력한 방어기제를 작동하고 있다고 만츠 교수는 설명했다.
치아에 더 큰 고통이 가해질수록 사람은 이를 더 보호하려고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는 것이 치아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그런데 만일 치아가 고통에 민감하지 않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치아가 손상되고 있는데도 아무렇지도 않게 이를 사용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치아의 마모, 파괴 속도가 빨라지면서 인체 건강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왔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과학자들은 인류 조상들이 치아를 보호하기 위해 많은 정성을 기울여왔음을 밝혀내고 있다. 또한 다양한 종족의 치아를 분석해 인류가 어떻게 번성해왔는지 진화의 비밀을 풀어나가고 있다.
또 다른 치아 고통의 경로 존재할 수 있어
사람의 치아는 세 부위로 구성돼 있다.
겉 부분에 드러나 있는 법랑질과, 중간 부위의 상아질, 그리고 가장 안쪽의 치수(dental pulp)를 말하는데 고통을 느끼는 부위는 치수이다.
이 부위는 섬유질 속에 신경과 혈관이 풍부하게 분포돼 있는 영역이다. 외부로부터 자극이 가해지면 이 부위에서 신경이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고 사람들은 다른 어떤 일을 못할 만큼 고통을 호소하게 된다.
그러나 치수에서는 온도를 전혀 감지하지 못한다. 오로지 고통만 느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음식을 먹었을 때 이가 시린 것은 치수가 아니라 중간 부위인 상아질(dentin)이다.
이 부위는 살아있지만 신경세포가 존재하지 않는 매우 특이한 조직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상아질이 유체라는 점이다. 때문에 치아가 움직이거나 외부 자극을 받게 되면 상아질도 움직이게 된다. 조금만 찬 것을 먹어도 이가 시린 사람들이 있는데 의료계에서는 이를 상아질로 인한 지각과민 현상으로 보고 있다.
치아는 아니지만 치아 주변에 있으면서 치수처럼 자극과 고통을 느끼는 부위가 하나 더 있다.
치주 인대(periodontal ligament)가 그것인데 치아를 턱뼈에 연결하면서 치아가 움직일 수 있도록 지지하고 있는 섬유성 결합조직을 말한다.
그 안에 신경 및 혈관 성분을 포함하고 있어 강한 자극이 가해지면 곧 반응을 하게 된다. 만츠 교수는 “치아교정을 하면서 이가 시리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치주 인대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법랑질(enamel)은 치아 표면을 외투처럼 감싸고 있는 단단한 유백색의 반투명한 조직이다.
치아를 보호하기 위한 최전선이라고 할 수 있다. 외부로부터 비정상적인 자극이 오게 되면 단단한 조직으로 자극을 방지한다. 강한 자극, 혹은 노화로 인해 법랑질이 파괴되면 그 치아는 오래지 않아 소멸한다.
치아가 어떻게 고통을 느끼고 있는지 그 경로를 밝혀내는 일은 의료계에 있어 아직도 완전하게 풀리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다.
그러나 치수와 상아질, 치주인대에서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자극과 고통을 인지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치아가 스스로를 보호하고 있다는 것은 과학자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치아를 칼과 같은 도구처럼 함부로 다루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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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0-01-3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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