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내 활성산소 중 하나인 과산화수소와 새로운 생체효소단백질인 ‘퍼록시리독신(Peroxiredoxin)’이 세포의 증식과정을 조절한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규명되었다. 19일 네이처(Nature)지에 발표된 이화여대 강상원 교수 연구팀의 이와 같은 연구결과는 세포의 이상 증식으로 나타나는 심혈관 질환과 암세포의 증식과 전이의 억제를 위한 신약개발에 획기적으로 기여할 전망이다.
강 교수의 연구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세포의 증식은 성장인자(growth factor)의 자극에 의해 시작된다. 성장인자가 세포막수용체(growth factor receptor)에 결합하면 과산화수소가 생성되면서 수용체가 인산화되고 이를 신호로 세포는 증식을 시작한다. 반대로 퍼록시리독신이 수용체에 접근하면 성장신호가 약화되어 세포는 증식을 서서히 멈추게 된다. 퍼록시리독신이 과산화수소를 물로 환원시켜 제거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과산화수소는 세포의 성장을 촉진시키고 퍼록시리독신은 과산화수소를 조절하여 세포의 성장을 둔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강상원 교수 연구팀은 프로테오믹스 기술을 이용하여 심혈관질환에 관련된 표적 단백질을 연구를 하던 중 퍼록시리독신의 관련성을 알아냈다. 위의 연구결과에 근거하여 퍼록시리독신이 혈관세포 이상증식을 조절하는지를 동물모델에서 검증하는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동맥경화로 인해 막힌 혈관을 뚫는 혈관수술을 생쥐에게 시행하여 퍼록시리독신이 없으면 회복기동안 혈관세포의 이상증식이 악화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생물체의 호흡과정에서 생성되는 활성산소들은 중요한 세포구성물질인 단백질, 지질, DNA를 손상시켜 질병의 원인이 된다. 그 중에서도 과산화수소는 성장인자의 자극에 의해 세포 내에서 소량 생성될 때 독성을 나타내는 대신 세포성장에 필요한 중요한 신호전달물질로 인식되고 있다.
그동안 현대인의 4대 질병(암, 심혈관질환, 당뇨, 퇴행성 뇌질환)에 모두 활성산소, 특히 과산화수소의 관련성이 계속 제시되어 왔지만 구체적인 접근이 어려웠다. 이번 연구결과는 퍼록시리독신이 생체 내에서 과산화수소를 조절한다는 것을 규명함으로서 주요 질병에서 과산화수소의 조절을 통한 치료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
특히 미국 등에서 사망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심혈관질환(동맥경화, 심근경색)은 우리나라에서도 식생활 변화로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다. 심혈관질환이 발생하면 조기처치로 막힌 혈관을 뚫는 수술을 해야한다. 그러나 이 수술이 성공한다 해도 혈관세포의 이상증식으로 재발하는 확률이 30 ~ 40%로 매우 높다. 강교수 팀의 연구결과가 앞으로의 심혈관 질환의 예방과 치료에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전혜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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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05-05-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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