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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병에 탁월한 효과를 지녀
‘약물(drug)’이라는 단어는 서로 모순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생명을 구하는 의약품’이라는 뜻으로 사용되는가 하면 ‘불법적이고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유희(遊戱:recreation )의 수단’을 의미하기도 한다. 몇 가지 약물은 이 두 가지 의미에 모두 부합하기도 하는데 합법적 의약품으로 쓰이는 헤로인(병원에서 사용될 때는 좀더 친숙한 용어인 모르핀으로 불린다)이 그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헤로인과는 달리 의학적으로 사용된 전례가 없는 마리화나(대마초)와 같은 약물의 경우, 그것이 치료용으로 사용될 수도 있다는 주장을 펴는 데에는 많은 저항에 부딪히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비록 의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 아니라 할지라도, 대마초가 AIDS나 중추신경계 질환인 다발성경화증(multiple sclerosis)의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환자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번 주 Nature誌에서 제네바 대학병원의 Sabine Steffens박사와 그의 동료학자들은 대마초(혹은 적어도 대마초의 특정 성분이) 심장병과 심장마비를 억제 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동맥경화를 예방
동맥이 굳어지는 현상인 동맥경화증은 이러한 심장질환의 주요 원인이다. 동맥경화증의 원인 중의 하나로 만성적인 염증을 들 수 있는데 이는 면역시스템에 의해 만들어진 세포가 동맥혈관 벽에 축적되어 발생한다.
대마초에 포함된 THC라는 성분은 특정한 뇌세포의 표면에 달라붙어 세포의 기능을 변화시켜 환각작용을 일으키게 한다. 이 성분은 또한 면역세포에도 달라붙어 그 기능을 바꾸는 성질이 있다. Steffens 박사와 동료 학자들은 바로 이러한 성질이 동맥 혈관 벽에 면역세포가 쌓이는 것을 방지하여 염증을 감소시키는데 이용할 수 있다는 것에 주목했던 것이다.
효과가 있었다. 적어도 Steffens 박사의 실험용 쥐에는 그 효과가 나타났다. 동맥경화에 감염되기 쉬운 혈통의 쥐를 THC로 치료했을 때, 치료하지 않은 같은 혈통의 쥐들보다 그 병의 진행단계가 현저히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만약 같은 효과가 사람에게도 나타난다면 이것은 대마초가 약품으로 취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게 될 것이다.
유희의 목적은 잃는 것이 더 많아
대마초를 유희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유감스럽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THC가 이러한 치료효과를 나타내는데 요구되는 분량이 지극히 특정량으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너무 적어도 너무 많아도 그 효과는 사라지게 된다.
또한 대마초를 피우는 것은 이미 심장에 좋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Steffens박사가 증명한 대마초의 심장 보호효과는 대마초의 해악에 비해서는 미세한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 김형근 객원편집위원
- 저작권자 2005-05-2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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