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전된 치료법들이 속속들이 나오고 있지만, 유방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사망원인 중 수위를 다투는 건 유방암의 이병률(罹病率)이 증가한 원인이 크다. 무엇보다 유방암의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그것을 예방하는데 있어서 최선의 방법이다.
많은 권위자들은 여성의 어린 시절이 유방암이 발전하는데 영향받기 쉬운 시기라고 이야기한다. 점점 빨라지는 초경과 늦어지는 첫 출산, 그리고 어린시절 방사능 원소에 노출되는 횟수의 증가가 이제 까지 분석되어 발표된 유방암의 주요원인들이다. 어느 정도 까지는 어린시절에 영양공급에 의해 결정되어 진다고 볼 수 있는 몸집의 발달도 유방암 발병의 증가와 계속적으로 연관지어져 왔다.
동물학을 연구하는 사람들 또한 유선(乳腺)은 여성이 첫 출산을 하기 전 가장 영향을 많이 받아 쉽게 암이 발병할 수 있는 곳이 라고 지적한다. 왜냐하면 그때 유방에 있는 세포들이 각자의 기능을 하기위해 왕성하게 분화(分化)하기 때문이다.
유선이 발달하는 시기와 2차 성징(性徵)이 완성되는 시점사이에서 세포분화가 활발히 일어나기 때문에, 임신과 유선이 발달하는 시기사이의 시간 간격은 특히 가장 예민하게 다루어져야 할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원자폭탄에 노출된 후 생존한 사람들 중 상대적으로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가장 높은 그룹은 10세 이전에 방사능에 노출된 경우이다.
덴마크의 학자들도 최근 ‘여성의 성장패턴과 유방암’이라는 연구보고서에서 태아의 과체중과 빨라지는 유선의 발달, 커지는 체격, 청소년시기의 성장둔화 등이 중장년층이 되었을 때 유방암 발병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흥미로운 것은 그들의 연구보고서에는 어린시절과 청소년기만 고려했을 뿐이지, 초경이 시작되는 시기는 조사범위에 넣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연구의 강점은 학교 건강기록부를 사용한 자료의 방대함이다. 그리고 편향되지 않은 여러 그룹을 다룬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연구는 폐경 전 태아의 출생무게와 유방암과 연관성, 그리고 소아 비만증과 유방암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아주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유방암의 위험성과 청소년기의 성장률이 연관이 있다는 사실은 이미 주장되어 왔다. 그러나 새로 나온 임상 데이터가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새로운 연구 결과중 하나는 8세에서 14세 사이의 급격한 성장은 성인이 된 후의 최종 신장(키)과는 별개로 유방암 발병가능성을 높이는 또 다른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 연구에서 성인이 된 후의 생활과 유방암 발병원인에 관해서는 그다지 많이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어린시절의 성장과 유방암과의 관계, 폐경 후 나타나는 비만증이 유방암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언급하고 있다.
그럼에도 어린시절의 성장과 성인이 된 초기의 성장이 각각 유방암과 상호 어떤 관련이 있는가라는 문제에는 해답을 주지 않았다.
덴마크에서 발표한 이 연구가 다른 지역에도 실질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까? 아마 일본의 경우가 이 연구가 가장 잘 들어맞는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은 지난 50년간 식생활의 변화로 신장의 큰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신장의 꾸준한 증가와 더불어 유방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인류는 특히 지난 20세기 동안 신장이 많이 증가했다. 신장의 증가는 부분적으로 유방암의 증가와도 관련이 있었을 것이다.
2. 열량과 유방암
열량섭취를 제한하는 것은 동물 실험에서도 나타났듯이 장수를 누릴 수 있고 또한 자연발생적인 종양을 줄이는데 있어서도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다. 열량제한은 동물실험에서 자연발생적인 유방의 종양 발생을 막는데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의 한 메타분석(meta analysis)은 쥐에게 일어나는 자연발생적인 유방종양을 칼로리 섭취를 줄이면 막을 수 있다는 근거를 보여 주었다. 국내 14개 연구소가 참여해 종합적으로 만든 ‘쥐에서 나타난 열량제한과 자연발생적인 유방종양과의 관계’라는 보고서는 열량을 제한한 실험군은 그렇지 않은 군보다 유방종양 발생빈도가 55%나 적다고 밝혔다.
한편, 이 실험에 참여한 연구소들은 이 결과가 인간의 유방암 발병 여부에도 적용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식단연구소에 도움을 청했다.
열량섭취를 제한한 실험동물에서 나타난 현상은 혈관 내 인슐린농도 감소, 인슐린과 같은 역할을 하는 성장인자 I과 II의 감소, 표피성장인자 감소, 그리고 에스트로겐에 대한 세포의 반응증가 등이다. 그리고 면역성의 증가, 세포 순환 싸이클의 개선, DNA의 회복증가, 종양유전자의 발생감소와 종양 억제유전자의 활발한 활동 등, 긍정적인 요인들이 나타났다.
어린시절과 첫 임신을 하기 전에 열량제한은 유방조직이 발암(發癌)에 노출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은 시기이므로 굉장히 중요하다. 이 가설은 과도한 열량을 섭취한 큰 신장을 가진 사람이 유방암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 뒷받침한다.
에너지 제한은 인간을 대상으로 실험하기에는 어려운 일이다. 열량제한은 때로 거식증을 불러 일으킬 수 있고, 무조건적인 적은 열량섭취는 무월경증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극단적인(severe) 열량 제한은 인간에게 유방암가능을 낮출 수 있게 해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극단적으로 열량을 제한하는 것 보다 낮은 칼로리의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위험요소를 줄이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3. 항생제와 유방암
항생제의 사용이 암의 발병률을 더 높일 수도 있다는 주장이 최초로 제기 된 건 몇 십년 전의 일이다. 그러나 생물학과 전염병학 연구결과들은 이러한 연관성은 극히 일부분에서만 있을뿐, 항생제의 여러 메커니즘은 암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면, 항생제의 사용은 장(腸)내의 박테리아 활동을 억제하고 식물성화합물(phytochemicals)의 활성화를 촉진시켜 오히려 암에 대한 저항력을 증가시킨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항생제 사용은 에스트로겐의 활성을 방해 한다. 이는 호르몬 암의 위험성을 감소시키는 ‘순환하는 에스트로겐’의 양을 줄인다.
또, 그 메카니즘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려진 것은 별로 없지만, 항생제의 사용은 면역기능을 저하시키고 염증에도 영향을 미쳐 발암의 위험성을 증가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전염병학 연구가 밝혀낸 항생제와 암과의 관련성은 핀란드에서 이루어진 연구 결과일 뿐이다. 이 연구는 스스로 항생제를 사용하고 있거나 사용했던 50세 이하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이루어 졌는데, 이들은 그렇지 않은 여성들보다 유방암 발생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 연구는 항생제사용여부의 문제에만 국한된 실험이었고, 어떤 종류의 항생제를 어떤 질병에 사용했는지, 그리고 사용기간은 얼마인지와 같은 세부요인들은 고려대상이 되지 않았다.
많은 나라에서 항생제 사용과 유방암 발생의 근거를 조사해 보면 항생제와 유방암사이의 관계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유방암은 가장 많이 진단되는 암가운데 하나이며 미국 여성들 사이에서 두 번째로 치사율이 높은 질병이다.
전 세계에서도 유방암은 해마다 1백만명 이상이 판정을 받을 정도로 가장 빈번히 발생하는 암이다. 항생제는 과다사용을 막으려는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장 많이 남용되는 약물중의 하나이다. 미국에서는 1995년에만 박테리아 감염이 아닌 호흡기 질병에만 2천260만번이나 항생제를 처방한 사례가 있었다.
물론 논란이 있지만 항생제 사용은 치명적인 유방암 발전과 연관이 깊다. 앞으로 항생제 사용과 유방암과의 관계는 계속 더 연구해야 할 분야다. 그리고 더 많은 실험이 필요하다. 그래서 신뢰할만한 항생제 개발도 필요하다.
- 김형근 객원편집위원
- 저작권자 2005-05-24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