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 축소된 특공대원들이 작은 잠수함을 타고 몸속에 들어가 위험을 무릅쓰고 질병을 치료하는 ‘마이크로 특공대’는 공상과학 분야의 걸작 중 하나로 꼽힌다.
스위스 폴 쉐러 연구소(PSI)와 취리히 연방공대(ETH) 연구진은 이 영화와 같이 장차 몸속 질병 치료에도 활용하는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마이크로머신(micromachine) 시작품을 선보였다.
이 마이크로 로봇은 주요 구성품인 나노자석(nanomagnets)을 자기적으로 프로그래밍한 다음 자기장을 이용해 다양한 움직임을 제어하는 방식이다.
크기가 수십 마이크로미터(1cm=1만 마이크로미터)에 지나지 않아 인체 속에 들어가 작은 수술을 수행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연구팀은 보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 6일 자에 발표됐다(Nanomagnetic Encoding of Shape-morphing Micromachines). <관련 동영상>

자기력으로 날개 펄럭이고 정지비행 가능
이 로봇은 종이접기 기술인 오리가미로 만든 종이학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종이 구조와 달리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마술적 힘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날개를 펄럭이거나 목을 구부리고 머리를 움츠리는 행동들은 모두 자기력으로 제어가 가능하다.
연구팀은 작은 나노자석이 포함된 재료로 이 마이크로 기계를 조립했다. 이들 나노자석은 특정한 자기적 방향을 갖도록 프로그램할 수 있다.
프로그램된 자석들을 자기장에 노출시키면 특정한 힘이 작용하게 된다. 이 자석들을 유연한 부품들에 위치시키면 자기력이 작용해 부품들이 움직이게 되는 것.
연구에 사용된 나노자석들은 반복해서 프로그래밍이 가능하다. 재프로그래밍을 하게 되면 다른 힘을 일으키고, 움직임도 새로운 양상으로 나타나게 된다.

나노자석 반복 프로그래밍으로 움직임 제어
연구팀은 마이크로 로봇을 만들기 위해 얇은 실리콘 질화물(silicon nitride) 시트 위에 코발트 자석 배열을 제작했다.
이 재료로 제작된 새 모양의 미세 로봇은 날개를 퍼덕이거나 정지 비행, 회전 혹은 측면 미끄러짐 같은 다양한 움직임을 수행할 수 있었다.
PSI 다중 규모 재료 실험실장이자 취리히 연방공대 재료학부 메조스코픽 시스템 교수인 로라 하이더만(Laura Heyderman) 박사는 마이크로 로봇이 수행하는 움직임은 밀리초(1밀리초=1000분의 1 초) 이내에 일어난다”고 말했다.
하이더만 교수는 “나노자석의 프로그래밍은 몇 나노 초밖에 걸리지 않아 한 운동에 이어 다른 운동을 프로그래밍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이것은 작은 마이크로 새가 먼저 날개를 퍼덕인 다음 옆으로 미끄러져 나갔다가 다시 날개를 펄럭일 수 있다는 것을 뜻하며, 필요하면 그 사이에 정지 비행을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지능형 마이크로 로봇
이 새로운 개념은 마이크로 로봇 혹은 나노 로봇을 향한 중요한 단계로서, 특별한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정보를 저장할 뿐만 아니라 다른 과업들을 수행하도록 재프로그래밍 할 수 있다.
취리히 연방공대 기계 및 프로세스 공학과 과장인 브래들리 넬슨(Bradley Nelson)교수는 “이 같은 기술 발전에 힘입어 미래에는 자율 미세기계가 인체 혈관을 항해하고 암세포 퇴치와 같은 생의학적 과업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 대학 로봇공학 및 지능 시스템 연구소 티안윤 황(Tianyun Huang) 연구원은 “다른 응용분야, 예를 들면 유연한 미세 전자 기계나 광학 특성을 바꿀 수 있는 미세 렌즈 같은 분야에도 활용을 모색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표면 특성 변화에도 응용이 가능하다. 논문 제1저자인 지자이 쿠이(Jizhai Cui) 메조스코픽 시스템 연구실 엔지니어 겸 연구원은 “한 예로 물에 젖거나 반대로 물을 튕겨버리는 표면을 만드는 데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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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9-11-0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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