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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준래 객원기자
2019-10-01

"균독주, 일관된 관리 주체 필요하다" 양면성 가진 고위험병원체의 효율적 활용방안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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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병원체를 가리키는 ‘균독주(菌毒株)’는 양면성을 가진 존재다. 사람에게 질병을 가져다줄 때는 목숨을 위태롭게 만드는 유해한 존재이지만, 백신 생산에 사용되어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이로운 존재가 될 때도 있다.

따라서 제대로 활용만 하면 인류에게 유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존재가 바로 균독주인데, 최근 들어 부실 관리 문제가 발생하면서 여러 가지 우려를 낳고 있다. 백신과 독소 생산에 사용되는 균독주 관리가 신고제로만 되어 있어서,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

균독주를 산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 김준래/ScienceTimes
균독주를 산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효율적 관리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 김준래/ScienceTimes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업용 균독주의 사용 실태를 진단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균독주의 합리적 관리 방안을 논의하는 행사인 ‘제20차 바이오 경제 포럼’이 지난 30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개최되어 관심이 모아졌다.

‘산업용 균독주,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가?’라는 주제로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주최한 이번 행사는 양면성을 가진 균독주의 효율적 관리 방안을 전문가들과 함께 모색해 보자는 취지로 마련되었다.

고위험병원체인 균독주는 양면성을 가진 존재

균독주의 학술적 명칭은 ‘고위험병원체’다. 고위험병원체란 생물테러의 목적으로 이용되거나 사고 등에 의하여 외부에 유출될 경우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감염병 병원체를 가리킨다.

이처럼 위험 요인이 많은 균독주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기조강연자로 나선 이연희 한국미생물학회 회장은 “균독주는 위험한 병원체가 분명하지만 이를 잘 사용하면 백신 생산에 사용되기도 하고, 암 치료에 사용되는 독소를 생산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균독주의 종류는 크게 ‘균 및 진균류’와 ‘바이러스 및 프리온’으로 나뉜다. 균 및 진균류에는 페스트균이나 탄저균, 또는 브루셀라균 등이 포함된다. 그리고 바이러스 및 프리온에는 에볼라 바이러스를 비롯하여 고위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등이 있다.

균독주는 암치료에도 활발히 적용되고 있다 ⓒ mappingignorance.org
균독주는 암치료에도 활발히 적용되고 있다 ⓒ mappingignorance.org

이 회장은 “이같은 균독주를 이용하여 사람에게 필요한 약품을 만드는 시장은 감염병 예방에 사용되는 백신과 암 치료에 사용되는 독소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라고 설명하며 “백신에는 동물백신이 포함되어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의 설명에 따르면 균독주를 활용한 백신은 현재 120개 새로운 제품이 개발 중에 있고, 그중 60개는 개발도상국 주민들의 감염병 예방에 집중적으로 사용될 백신 제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암 치료에 사용되는 독소는 병원균을 종양에 주입하여 세균이 분비하는 독소로 암을 치료하는 방법으로서 일종의 치료제처럼 사용된다. 병원균은 무조건 인체에 해롭다는 편견을 깨고 새로운 치료법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이 방법은, 지카바이러스로 뇌종양을 억제하거나 병원균으로 아토피를 치료하는 단계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일관성 있는 관리 주체 필요

정부는 균독주를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한 상황이다. 그리고 관련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통해 35종에 달하는 고위험병원체의 분리와 이동, 그리고 보존 및 폐기 등에 대한 세부 이행체계를 마련한 바 있다.

이와 같이 균독주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하는 이유에 대해 이 회장은 “첫 번째로는 효과 없는 백신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이고, 두 번째는 관리 소홀로 인하여 테러에 사용될 바이오 무기로 바뀌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하며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항암치료 시 잘못된 세균 사용으로 치명적인 결과가 초래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라고 강조했다.

효과 없는 백신이란 균독주의 변이에 따라 치료 효과가 없어지게 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이런 경우 즉각적으로 원인을 파악하여 변이주에 대한 백신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관리가 소홀해지면 균독주는 언제든지 바이오 테러 무기로 변신할 수 있다. 만약 관리 부실로 유출되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 외에도 항암치료에 사용되는 균독주에 대해 이 회장은 “제대로 암세포만 죽이는 독소를 분비하는지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라고 강조하며 “독소를 분비하지 못하거나 전혀 다른 균독주를 사용한다면 환자 회복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균독주 기탁기관인 한국미생물보존센터 홈페이지 ⓒ kccm.or.kr
균독주 기탁기관인 한국미생물보존센터 홈페이지 ⓒ kccm.or.kr

기조강연에 이어진 패널 토론 시간에서는 박용호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가 현재 시행되고 있는 균독주 관리의 문제점으로 △관리 부처의 중복 △교육의 중복 △사전 신고제의 누락 위험 등을 지적했다.

관리 부처의 중복 문제와 관련하여 박 교수는 “균주 신고와 독소 보유 신고, 수·출입 신고 등을 관리하는 부처가 항목별로 3~4개씩 존재한다”라고 언급하며 “예를 들어 보툴리눔 균주를 신고하려면 질병관리본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농림축산검역본부 등을 모두 거쳐야 한다”라고 밝혔다.

교육의 중복도 문제다. 박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생물안전교육법 등이 각 부처별로 개설되어 있어서 중복 이수를 하는 경우가 너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사전 신고제 같은 경우는 경험이 많은 전문가가 아니면 기재 사항을 누락할 가능성이 많아서 자칫하면 법규 위반으로 몰릴 위험이 높다는 것이 박 교수의 의견이다.

토론을 마무리하며 박 교수는 효율적 균독주 관리 방안에 대해 “해외 선진국처럼 일관된 주체가 통합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하면서 “현재 신고제인 관리 제도를 허가제로 전환하되, 관련 유전자 정보를 관리기관에서 통합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건의했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9-10-0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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