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의 활용이 확대되면서 의료 서비스 시장에서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정신건강 분야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의 연구원들은 엘리라는 이름의 아바타에게 사람들이 자신의 감춰진 비밀을 털어놓는지에 대한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타인보다 엘리에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은 경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스타트업 워봇은 이 같은 연구결과를 응용해 AI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기계에게 말한다는 생각에 사람들이 자신의 심리 증상에 대해 좀 더 솔직하게 털어놓는다는 점을 응용한 것이다.
워봇의 알리손 다아시 대표는 AI 심리상담 프로그램이 전문적인 상담사를 대신할 수는 없지만 심리상담 기회를 갖기 힘든 이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워봇은 130개국에서 수십만 명의 이용자가 사용하고 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대학 연구진은 음성신호처리 기술과 AI를 이용해 사람들의 대화 내용에서 우울증 및 자살 전조 증상을 탐지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사람들의 목소리에서 파형을 분석하고 심리 상태를 나타내는 여러 특성을 추출해 머신러닝으로 우울증 감지 및 진행 정도를 예측해내려는 것이다.
이처럼 AI의 도입이 활성화되면 앞으로는 정신의학 분야의 상담도 병원이 아니라 집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게 된다.
AI로 당뇨병성 망막증의 실명 여부 예측
진단 분야에서도 AI가 활발히 도입되고 있다. 구글에서 당뇨병성 망막증을 앓는 환자의 실명 여부를 예측할 수 있도록 개발한 AI가 대표적인 사례다.
전 세계 성인들이 시력을 상실하는 가장 큰 원인은 당뇨병성 망막증인데, 약 4억 명 이상이 당뇨로 시력을 상실한다. 그런데 인도의 경우 안과 의사가 12만 명 이상 부족해 전체 환자의 45%가 진단받기도 전에 실명하고 있다.
구글은 인도 병원과 미국 검진기관으로부터 안구 이미지 13만개를 확보하고 88만건의 진단 데이터를 통해 AI 반복 학습시켜 환자의 실명 가능성을 안과 전문의와 유사한 수준으로 예측하는 데 성공했다.
한 논문에 의하면 구글이 개발한 당뇨병성 망막증 진단 AI는 2016년에 일반 안과의 수준에 도달했으며 지난해에는 망막 전문의와 비슷한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영국의 무어필즈 안과병원 의사들은 50개 이상의 눈병에 대해 94%의 정확도로 치료법을 추천할 수 있는 AI를 개발해 화제가 되었다.
한편, 중국의 의사들은 대장 내시경 검사에서 대장 용종을 진단하기 위해 AI를 이용하고 있다. 임상시험의 한 연구에서는 AI와 위장 전문의가 함께 진단하고, 다른 임상시험에서는 전문의만이 진단을 내렸다.
그 결과 AI와 함께 진단한 경우 용종 검출량이 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AI의 경우 의사들이 쉽게 놓치는 것으로 악명 높은 소형 선종이나 5㎜ 미만의 작은 용종들도 정확히 발견했기 때문이다.
방사선과 의사는 AI로 인해 사라질 대표적인 직업 중 하나로 꼽힌다. 앞으로는 AI가 인간보다 더 정확히 진단 영상을 분석할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국립암연구소(NCI)가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AI를 이용한 유방암에 대한 영상의 검진 정확성이 방사선과 의사의 평균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AI의 도입으로 방사선과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좀 더 친절하고 구체적인 진단 서비스를 베풀 수 있다는 주장도 대두되고 있다. 방사선과 의사들의 경우 하루에 50~100개의 영상 화면을 분석한다. 그런데 오류가 많아 상당수가 의료과실로 고소당하기도 한다.
5G 도입되면 AI 진료 활성화 전망
그런데 AI의 경우 전문의보다 10~100배 많은 영상 화면을 분석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방사선과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검사 결과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전문지식을 알려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다른 전문의들도 마찬가지다. AI가 본격적으로 의료에 활용될 경우 의사들의 평균 진료시간과 환자들의 진료 대기시간이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의사들은 남는 시간 동안 환자들에 대한 친밀감과 의학의 인간적인 측면을 더욱 증대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 상용화가 진행되고 있는 5G 네트워크는 의료 서비스 시장에서 AI의 활용 기반을 더욱 탄탄히 해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MRI 등 의료용 영상기기는 매우 큰 용량의 파일을 생성하는데, 네트워크 속도가 느리면 전문의에게 전송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돼 진료 시간이 길어지게 된다. 하지만 5G 네트워크를 이용하면 거대 용량의 영상 자료를 신속하고 정확히 전달할 수 있어 의료 서비스의 질과 접근성이 모두 향상될 수 있다.
5G는 실시간 고화질 비디오를 전송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필요한 원격진료도 활성화시킬 수 있다. 5G가 도입되면 랜선 연결 없이 네트워크 상에서도 원격진료가 가능해져 환자가 더욱 빠르게 진료받거나 전문의와의 상담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예방적 치료와 환자 모니터링을 강화함으로써 적은 비용으로도 효과적인 건강 관리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 글로벌 통신기업 에릭슨은 2026년 의료 서비스 관련 5G 시장규모가 약 76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특히 5G 도입으로 가장 큰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는 환자 중심의 정밀 의료, 모니터링을 통한 조기치료 등 전통적 치료법을 뛰어 넘는 방식이다. 이외에도 5G 보급에 힘입어 3D 프린팅, 구급용 드론 등 다양한 분야가 의료 서비스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 이성규 객원기자
- yess01@hanmail.net
- 저작권자 2019-03-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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