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많은 캐릭터들 중 메두사(Medusa)는 매우 유명하다.
흉측한 괴물의 대명사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녀는 원래 아주 아리따운 여인이었다. 아테나 여신의 저주를 받아 괴물이 된 것뿐이다.
그녀의 탐스러운 머리칼은 독기를 내뿜는 뱀이 되었고, 누구든 그녀를 쳐다보는 순간 돌로 굳어버렸다.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 속에서 살아야 할 인간에게 이보다 더한 저주가 또 있을까?
하지만 아테나는 그것으로도 분이 안 풀렸는지 영웅 페르세우스가 그녀의 목을 베어내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었다.
그렇게 페르세우스가 메두사의 목을 베는 순간 그녀의 몸에서 붉은 피가 솟구쳤고, 그 피에서 날개 달린 하얀 말 한 마리가 솟아났다.
사람들은 이 말을 페가수스라 불렀다. ‘피에서 솟아난 말’이란 뜻이다.
Pegasus 페가수스 ← Pegasos 페가소스 ← pege (그리스어) 온천, 분수 + (그리스어) -asos 명사형 어미
메두사의 붉은 피에서 태어난 페가수스는 뮤즈가 사는 헬리콘(Helicon) 산으로 날아갔다.
페가수스는 정상에 내려앉아 힘차게 발굽질을 했고 그 자리가 움푹 패어 우물이 생겼다. 이 우물은 히포크레네(Hippokrene)로 불렸는데 ‘말의 샘’이란 뜻이다.
이 샘은 뮤즈들에게 끝없이 샘솟는 영감의 원천(源泉)이 되었다.
Hippocrene 히포크레네 ← hippo (그리스어) 말 + krene (그리스어) 샘krinein (그리스어) 떨어져 나가다 → -crine 분비하다
여기서 '분비하다'는 뜻의 'crine'가 등장한다.
생물/의학에서는 우리 몸에서 생리적인 물질을 내뿜는 샘을 선(腺)이라 부른다.
갑상선, 한선, 이하선, 소화선, 생식선 등이 이에 해당된다. 그러므로 천(泉)이나 선(腺)이나 그 뜻은 모두 ‘샘’이다.
천(泉); 샘선(腺); 분비샘
우리 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샘인 분비선(分泌腺)을 한 번 살펴보자.
땀을 분비하는 한선(汗腺), 침을 분비하는 타액선(唾液腺), 소화액을 분비하는 소화선(消化腺), 젖을 분비하는 유선(乳腺), 피지를 분비하는 피지선(皮脂腺)은 물질을 체외나 체외로 연결되는 공간으로 분비한다. 이것을 외분비선(外分泌腺)이라 부른다.
외분비선의 분비액은 우리가 눈으로도 볼 수도 있다. 땀, 침, 젖을 떠올려보면 알 것이다.
하지만 갑상선, 부갑상선, 췌장(일부), 부신, 생식선, 뇌하수체, 송과선 등은 물질을 몸 속 혈액이나 임파액으로 직접 분비하기 때문에 우리가 볼 수 없다.
이렇게 체내로 분비하는 조직은 내분비선(內分泌腺)이라 부른다. 그리고 내분비선이 뿜어내는 물질을 호르몬이라 부른다.
hormone 호르몬 ← horme (그리스어) 충동, 돌격 + (그리스어) -one 명사형 어미
특별히 췌장은, 소화액은 십이지장으로 외분비하고 인슐린 같은 호르몬은 혈액으로 내분비하는 이중 분비 기관이다.
crine; 분비하는(secreting)exocrine; secreting outwardly; 밖으로(exo-) 분비; 외분비
endocrine; secreting inwardly; 안으로(endo-) 분비; 내분비
여기서 ‘분비하다’의 동사 secrete 은 ‘숨기다’라는 뜻도 있다. 그러고 보면 비밀이라는 뜻의 명사 secret 과 아주 닮았다.
이뿐만 아니다. 우연의 일치로 분비(分泌)와 비밀(秘密)의 ‘비’에 해당하는 한자도 아주 닮았다.
secrete; ~을 분비하다. ~을 감추다secrete 분비(分泌) 하다 ← (라틴어) secretio 분리, 격리
secretory 분비의, 분비물의, 분비기관의
secret 비밀(秘密) ← (라틴어) secretus ← se(따로) + cret(떨어지다)
secretary; 비서(秘書; 비밀을 알려 줄 만큼 신임이 두터운 인물), 미국에서는 장관, 구 소련의 최고 권력자인 서기장.
- 박지욱 신경과 전문의
- 저작권자 2019-01-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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