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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8-11-02

“무선주파수 과도 노출되면 암 발생 위험” 10년 연구 결과 최종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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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가 우리 몸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주제는 오랫동안 논란이 돼 왔다.

일부에서는 암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노출되는 빈도나 양으로 볼 때 그 정도는 아니라고 반박한다.

최근 미국 건강ᆞ인적자원부 산하 국립 독성학 프로그램(NTP)에서는 이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NTP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2G 및 3G 휴대전화에서 쓰는 높은 수준의 무선주파수 방사(radio frequency radiation: RFR)에 노출된 수컷 쥐들에게서 암성 심장 종양이 발견됐다.

또 이 쥐들에게서는 뇌와 부신에 종양이 생겼다는 증거도 일부 발견됐다. 다만 보고서는 암컷 쥐(rats)와 암수 생쥐(mice)의 경우, 관찰된 암이 RFR 노출과 관련이 있는지는 증거가 모호하다고 덧붙였다.

1일 발표된 RFR 노출 관련 최종보고서는 지난 2월 초안이 발표된 뒤, 3월부터 연구 결과를 검토한 NTP와 외부 전문가들이 최종 합의한 것이다.

미국 정부산하 독성 프로그램에서 3000만달러의 연구비를 들여 10년 간 연구한 결과 '무선주파수 과도 노출은 암을 발생시킨다'는 최종 보고서를 냈다.
미국 정부 산하 독성 프로그램에서 3000만달러의 연구비를 들여 10년 간 연구한 결과 '무선주파수 과도 노출은 암을 발생시킨다'는 최종 보고서를 냈다. ⓒ Pixabay

“RF방사와 쥐의 종양 연관성 있어”

그러면 이번 발표에 따라 암 예방을 위해 휴대전화 사용을 중지해야 할까? 아직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NTP 선임과학자인 존 부커(John Bucher) 박사는 “연구에 적용된 무선주파수 노출은 일반인이 휴대전화를 사용할 때 경험하는 노출과 직접 비교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에서 쥐와 생쥐들은 전신에 걸쳐서 RFR을 노출시켰는데 비해, 일반인은 거의 휴대전화를 잡거나 가까이 하는 특정 조직에만 노출된다. 더욱이 이번 연구에서의 노출 수준과 지속시간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경험하는 것보다 더 높고 길었다”고 설명했다.

연구에 적용된 가장 낮은 노출수준은 현재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허용되는 최대 국소조직 노출수준과 동일했다. 이 정도 출력수준은 일반적인 휴대전화 사용에서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연구에 사용된 최대 노출수준은 최대 허용 출력수준보다 네 배 높았다.

그렇다고  무선주파수 노출이 안전한 것은 아니다.

부커 박사는 “우리는 RF 방사와 수컷 쥐의 종양 사이에 실제 연관성이 있다고 믿고 있으며, 외부 전문가들도 이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서는 2G와 3G 네트워크 무선주파수를 대상으로 동물에 대한 영향을 평가했으나, 5G네트워크는 전자파 노출환경이 달라 새로운 검출 방법이 필요하다.  ⓒ Pixabay
이번 연구에서는 2G와 3G 네트워크 무선주파수를 대상으로 동물에 대한 영향을 평가했으나, 5G네트워크는 전자파 노출환경이 달라 새로운 검출 방법이 필요하다. ⓒ Pixabay

전자파와 발암물질들 겹치는 상황 피해야

RF 에너지가 인체에 미치는 생물학적 효과는 가열을 시킨다는 점이다. 바로 전자레인지로 음식물을 조리하는 원리다.

신체 중 눈과 고환은 특히 매우 높은 RF 방사 노출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낮은 수준의 RF 방사는 지금까지 생물학적으로 유해하다는 증거가 모호했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2013년 휴대전화와 관련된 분야로 무선주파수 전자계(Radiofrequency electromagnetic fields)를 ‘인체 발암성 가능물질’인 2B군으로 분류했다.

2B군은 ‘실험동물에 대한 발암성 근거가 충분하지 못하며, 사람에 대한 근거 역시 제한적’이라고 해석된다. 이 분류군에는  2018년 7월 현재 김치 같은 절인 채소와 코코넛 오일 농축액, 가솔린 등 302개가 등재돼 있다.

휴대전화 전자파가 통상적인 환경에서 인체에 직접 암을 일으킨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주의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15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제6차 전자파안전포럼에서 안영환 아주대 교수는 “지금까지의 여러 연구는 대부분 전자파 자체가 암 발생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며, “그러나 전자파와 발암물질을 함께 접했을 때는 암 발생이 늘어난다는 연구가 있다”고 말했다.

이 포럼에서는 또 휴대전화에 붙이는 전자파 차단제품이 효과는 있으나 통신을 위해 더 큰 전파를 끌어와야 해 오히려 전자파에 더 크게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요즘에는 어린이들조차 휴대전화로 게임하기에 바쁘다.  어린이들은 특히 신체 영향 외에도 정신의학적인 면에서 사용시간을 조절해 주어야 한다.   ⓒ Pixabay
요즘에는 어린이들조차 휴대전화로 게임하기에 바쁘다. 어린이들은 특히 신체 영향 외에도 정신의학적인 면에서 사용시간을 조절해 주어야 한다. ⓒ Pixabay

3000만 달러 연구비 들여 10년 이상 연구

이번 NTP 연구는 3000만 달러의 연구비를 들여 10년 이상에 걸쳐 수행되었다.

이는 지금까지 2G 및 3G 변조방식 RFR에 노출된 동물의 건강영향을 평가한 연구 가운데 가장 최신의 포괄적인 연구다. 2G 및 3G 네트워크는 이 연구가 기획되었을 때 업계 표준이었으며, 지금도 전화와 문자 전송에 사용되고 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독성학자인 마이클 와이드( Michael Wyde) 박사는 “우리 연구의 가장 큰 강점은 동물이 받는 RF 방사량을 정확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점으로, 종종 설문조사 방식으로 휴대전화 사용을 살펴보는 연구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 사용된 실험동물들은 특별히 설계된 방에서 길렀다. RFR에 대한 노출은 쥐의 경우 자궁 속에 있을 때부터, 생쥐들은 생후 5~6주부터 시작해 거의 자연수명에 가까운 2년까지 계속됐다.

RFR 노출은 10분 노출에 10분 쉬는 방식으로 매일 9시간씩 진행됐다. RFR 노출 수준은 쥐는 몸무게 1㎏당 1.5~6와트, 생쥐는 2.5~10와트로 했다.

기지국이 가까이 있으면 전자파로 인한 피해가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기지국이 가까이 있으면 휴대전화 전파 출력이 줄어들어 전자파가 덜 나오는 이점이 있다고 말한다.  ⓒ Pixabay
기지국이 가까이 있으면 전자파로 인한 피해가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기지국이 가까이 있으면 휴대전화 전파 출력이 줄어들어 전자파가 덜 나오는 이점이 있다고 말한다. ⓒ Pixabay

5G의 인체 영향 평가방법은 새로 만들어야

이번 연구에서는 와이파이(Wi-Fi )나 5G 네트워트에 사용되는 RFR 유형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았다.

와이드 박사는 “5G는 아직 완전하게 정의되지 않은 신기술로서, 우리가 알기로는 이번에 연구한 것과 크게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5G에서는 빔포밍(Beam foaming)이라는 기술을 써서 안테나 전파를 원하는 방향으로 집중하고 다른 방향으로의 전파 방출을 줄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고주파 대역이 추가되는 등  전자파 노출 환경에 변화가 생기게 된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국립전파연구원도 올해 말까지 5G 단말기와 기지국의 인체 영향 평가 방법을 수립할 예정이다.

한편 NTP는 향후 연구를 위해 새로운 통신기술 평가기간을 수 년에서 수 주 또는 수 개월로 줄일 수 있도록 작은 RFR 노출 실험실을 구축 중이다.

이 연구들은 RFR의 잠재적 영향을 측정할 수 있는 신체 지표 또는 생체표지자를 개발하는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여기에는 암보다 훨씬 빨리 검출해 낼 수 있는 DNA 손상 같은 변화수치를 포함하게 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의뢰로 이번 연구를 수행한 NTP는 연구 결과를 FDA와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제공할 예정이다. FDA와 FCC는 RFR의 잠재적 영향에 대한 새 연구를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관련 정보를 검토하게 된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18-11-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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