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탠포드의대 연구진이 10년 간의 연구 끝에 인체 골격 줄기세포를 확인해 내는데 성공했다.
인체의 뼈에서 분리되거나 혹은 지방의 특화된 세포로부터 생성될 수 있는 이 세포는 새로운 뼈와 뼈 속에 있는 해면 기질(골수) 그리고 무릎이나 관절기능을 통증 없이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연골 전구 세포(progenitor cell)를 만들어낸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을 바탕으로 인체 골격 발달과 유지에 중요한 줄기세포 가계도를 만들어냈다. 이 줄기세포 가계도는 인체의 뼈와 연골 재생치료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스탠포드의대 성형 및 재건 외과 마이클 롱거커(Michael Longaker) 교수는 “어린이나 어른이나 정상적인 뼈와 연골 및 기질 조직이 필요한데, 미국에만도 관절염 환자가 7500만명이나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흡입술로 사용 가능한 지방세포를 손쉽게 얻어 이를 줄기세포로 전환한 다음 관절에 주입해 새로운 연골을 생성하거나, 새로운 뼈 형성을 자극해 노령 환자의 골절을 치료할 수 있다는 걸 상상해 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2015년에 쥐의 골격 줄기세포를 발견한 그룹의 후속 연구로서, 생명과학저널 ‘셀’(Cell) 20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이 연구에는 스탠포드 줄기세포 생물학 및 재생의학 연구소 공동소장을 겸하고 있는 롱거커 교수가 시니어 저자로, 찰스 찬(Charles K.F. Chan) 외과 조교수가 제1저자로 참여했다.

‘진정한 다분화능의 자가-재생 줄기세포’
이번에 발견된 골격 줄기세포는 골격조직과 지방 및 근육을 생성하는 중간엽 줄기세포와는 구별된다. 일부 의사들은 피와 골수, 지방에서 분리될 수 있는 중간엽 줄기세포가 만능 줄기세포 기능을 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 중간엽 줄기세포는 임상시험과 실험적 치료로 다양한 조직의 재생능력을 테스트한 결과 제한된 성공을 거뒀으나 증명되지 않은 실험 치료도 있다.
최근 세 명의 플로리다 노령 환자가 황반변성의 실험적 치료를 위해 지방에서 추출한 중간엽 줄기세포를 눈에 주입한 뒤 눈이 멀거나 거의 시력을 상실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찬 교수는 “중간엽 줄기세포는 느슨하게 특성화되고 많은 세포군을 포함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분화 신호에 대해 서로 다르고 예측할 수 없게 반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대조적으로 우리가 확인한 골격 줄기세포는 진정한(true), 다분화능(multipotential)의, 자가-갱신성(self-renewing) 조직-특화(tissue-specific) 줄기세포의 모든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골격 줄기세포들은 골격 조직으로만 분화되도록 특화돼 있어 환자 치료에는 훨씬 유용하다는 것이다.
골격 재생은 험난한 세상에서 진화하는 모든 골격을 가진 동물들에게 중요한 능력이다. 험한 환경에서는 그에 최적화되거나 부상에서 가장 빨리 회복해야만 성체가 될 때까지 오랫 동안 생존할 수 있다.
도룡뇽 같은 몇몇 척추동물들은 필요할 경우 전체 팔다리를 재생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이나 쥐 같은 다른 동물들은 그런 치유 능력이 약하다.
사람은 대체로 골절이 잘 치유되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치유 능력을 잃기 시작한다. 그리고 나이가 들거나 반복적인 사용으로 닳아 없어지는 연골도 완전하게 재생할 수 없다.
연구팀은 골격 줄기세포가 손상되었거나 닳아버린 뼈와 연골을 임상적으로 대체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품었으나 이를 확인하기는 매우 어려웠다.
계통 제한된 성체 줄기세포
발달 최초 단계에서만 존재하는 배아줄기세포와 달리, 성체줄기세포는 모든 조직 유형에서 발견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각 조직에서 이 줄기세포들은 조직이 손상이나 외상을 입어 수선이 필요할 때 동원된다.
각 성체 줄기세포는 계통 제한적(lineage-restricted)이다. 즉 해당 조직에서 자연 발생적으로 생기는 유형의 세포만을 만드는 전구 세포를 생성한다. 우리 골격으로 말하자면 뼈나 연골, 뼈 기질을 만드는 것이다.
찬과 롱거커 교수팀은 쥐에서 골격 줄기세포를 확인한 것을 응용해 인체에서도 신속하게 이 세포들을 분리해 내고자 했었다. 그러나 이는 예상했던 것보다 어려웠다.
모든 세포 분리는 형광 활성 세포 분류(fluorescence activated cell sorting)라는 기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세포의 표면 단백질 발현을 바탕으로 세포를 분리하는 기술이다. 종종 서로 다른 종이라도 비슷한 유형의 세포는 몇가지 핵심적인 세포 표면 표지자를 공유한다.
그러나 인체 골격 줄기세포는 쥐의 골격 줄기세포와 공유하는 표지자가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연구팀은 쥐의 골격 줄기세포 유전자 발현 프로파일을 발달 중인 사람 뼈의 성장 말단부위에서 찾아낸 여러 유형의 세포 유전자 발현 프로파일과 비교해야 했다.
이렇게 해서 쥐의 골격 줄기세포처럼 같은 단백질을 많이 만들어내는 세포군을 확인해 낼 수 있었다. 연구팀은 이어 다시 인체 세포의 표면 표지자를 식별해 골격 줄기세포를 분리한 뒤 순수한 세포군으로 연구할 수 있게 되었다.
롱거커 교수는 “이 작업은 생물정보학적인 도전이었고 학제간 거대한 팀을 구성해 협력 연구를 해야 했으나 결국 찬 교수팀이 대단한 잠재력을 지닌 일련의 표지자를 식별해 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 다음에는 두 가지를 증명해야 했다.
롱거커 교수는 “이 세포들이 자가-갱신 혹은 스스로 무한 복제를 할 수 있는가, 그리고 인체 골격을 구성하는 세 가지 주요 계통(뼈, 연골, 골수)을 생성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자신들이 확인한 인체 골격 줄기세포가 자가 갱신이 가능하고 뼈를 생성하며, 연골과 기질 전구체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 전구체들은 발달하는 뼈의 말단이나, 치유되고 있는 골절 부위 가까이에서 많은 수가 발견된다.
인체 골격 줄기세포는 골절 부위로부터 분리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체 지방세포를 재프로그래밍하거나 유도 만능 줄기세포를 골격 줄기세포로 분화되도록 해서 생성할 수 있다.

골수는 조혈모세모의 완벽한 생존 환경
흥미롭게도 골격 줄기세포들은 또 혈청에서 발견되는 추가적인 성장인자 없이 인체 조혈모세포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조혈모세포 혹은 조혈 줄기세포는 골수에서 피와 면역체계를 만들어낸다.
찬 교수는 “조혈 줄기세포들은 뼈 속의 해면체를 선호한다”며, “골수는 이들의 완벽한 생존 환경으로서 골격 줄기세포로부터 생성되는 기질군(stromal population)이 조혈모세포를 혈청 없이 2주 동안 살아있게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인체 골격 줄기세포의 분화 가능성을 연구함으로써 임상 응용을 위한 추후 연구의 토대가 될 수 있는 줄기세포 가계도를 구축할 수 있었다.
쥐와 인간 골격 줄기세포 간의 유사성과 차이를 이해하면 쥐와 인간이 서로 차이가 나게 하는 골격 형성과 본질적 특성에 대한 미스터리도 풀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롱거커 교수는 “이제 인간의 뼈가 왜 쥐 뼈보다 더 밀도가 높은지, 인간의 뼈는 왜 그렇게 크게 자라는지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특히 인체 골격 줄기세포는 쥐의 골격 줄기세포와 달리 뼈 형성을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진 Wnt 신호경로에서 유전자를 활성화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10년 안에 환자 치료에 활용될 예정”
이같이 탐구할 영역이 여러 가지임에도 불구하고 연구팀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체 골격 줄기세포를 환자 치료에 응용하는 일이다.
롱거커 교수는 한 예로서, 앞으로 관절경을 통해 연골이 손상된 부위에 골격 줄기세포를 주입해 새로운 연골이 형성되도록 하는 치료법을 생각하고 있다. 관절경은 무릎 등에 작은 구멍을 두 개 정도 뚫어 카메라와 외과수술용 도구를 삽입, 환부를 모니터로 보면서 손상된 연골을 봉합하거나 다듬는 최소 침습적 미세수술법이다.
중간엽 줄기세포를 이용한 무릎 연골 치료는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일부에서 실험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앞으로 연구를 통해 이번에 발견된 골격 줄기세포를 이용한 더욱 진보된 시술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줄기세포 치료보다 간편한 고가의 유전자 치료법도 나와 있으나, 효과가 2년 정도여서 추후 다시 시술 받아야 하는 단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롱거커 교수는 “앞으로 10년 안에 골격 줄기세포 치료가 관절경 치료와 재생의학 분야에서 판도를 뒤바꿀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에서만 해마다 200만명이 인공관절 치환술을 받을 정도로 노령 인구가 급속히 늘고 있다”며, “골격 줄기세포를 상대적으로 비침습적인 치료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머지 않아 꿈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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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09-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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