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은 우리 몸 안을 순환하는 혈액이 대동맥에 가하는 압력의 정도를 말한다. 호흡수, 심박수, 산소포화도 및 체온과 함께 신체 상태의 위험 여부를 파악하는 핵심적인 생체신호다.
현재 의학계에서 정한 성인의 정상 혈압치는 120/80 mmHg. 이보다 낮으면 저혈압, 높으면 단계에 따라 주의혈압, 고혈압 전단계, 고혈압 1,2기 등으로 나눈다.
만성 고혈압이 위험한 것은 혈관이 손상돼 뇌졸중과 각종 심장병을 비롯해 만성 신부전, 망막 장애 등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질환이 실제 발병할 때까지 별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고혈압은 ‘침묵의 살인자’란 별명이 붙어있다.
환자 수도 많다. 2016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 가운데 35%가 고혈압을 앓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한고혈압학회에 따르면 고혈압 환자 수는 올해 1100만 명이 넘고, 치료제를 처방 받은 사람도 820만 명이나 된다.
일단 고혈압으로 진단받으면 병원에서는 약 처방과 함께 생활습관을 교정하고 운동을 하도록 권한다. 그런데 수십 년 몸에 익은 식습관을 고치거나 안 하던 운동을 억지로 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 그러다 보니 ‘고혈압 약은 평생 먹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생활습관 개선하면 투약 환자 수 크게 줄어”
최근 미국 심장협회 연례학술대회의 고혈압 세션에서는 고혈압 환자들이 생활습관을 교정한 뒤 16주 안에 약을 복용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혈압이 낮아졌다는 연구가 나왔다.
미국심장병학회와 심장협회의 2017년 고혈압 가이드라인에는 생활습관 교정(lifestyle changes)이 혈압을 낮추기 위한 첫 번째 단계로 올라와 있다.
연구를 수행한 노스캐롤라이나의대 앨런 힌드리터(Alan Hinderliter) 부교수는 “건강한 식이와 정기적인 운동 등 생활습관을 개선하면 혈압 강하제를 필요로 하는 환자 수를 크게 줄일 수 있다”며 “특히 수축기 혈압이 130 ~160 mmHg, 이완기 혈압이 80 ~ 99 mmHg 사이에 있는 사람들이 이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40~80세 사이의 고혈압을 가진 남녀 비만환자 129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실시했다. 이 환자들의 혈압은 130-160/80-99 mmHg 였으나 연구 시점에 혈압 강하제를 먹고 있지는 않았다. 최근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연구 초기 이들 중 반 이상이 항고혈압 약을 먹어야 할 상황이었다.
연구팀은 16주 동안 중재연구(intervention study)를 수행할 그룹을 구성하고 이를 세 개로 나눠 환자들을 무작위로 배정했다. 이 중 한 그룹은 식단을 바꾼 다음 행동 상담과 주 3회의 감독자 입회 운동프로그렘에 참여했다.
이들은 혈압을 낮추는 것으로 증명된 ‘고혈압 방지 식이요법[DASH(Dietary Approaches to Stop Hypertension)]으로 식습관을 바꿨다. DASH는 과일과 채소 및 저지방 유제품을 강조하고, 붉은 살코기와 소금 및 설탕 소비를 최소화하도록 하고 있다.
두 번째 그룹은 영양사의 도움을 받아 DASH 식단에 초점을 맞춰 식이요법만 변경했다. 나머지 세 번째 그룹은 운동이나 식습관을 바꾸지 않았다.

생활습관 교정으로 혈압 16/10 mmHg 감소
연구팀이 세 그룹을 비교한 결과 다음과 같은 사실들이 발견됐다.
● DASH 식이요법과 체중 관리 프로그램에 둘 다 참여한 그룹은 몸무게가 평균 19파운드(8.6㎏) 줄었고, 16주간의 비교 연구가 끝날 무렵 평균 수축기 혈압이 16 mmHg, 평균 이완기 혈압이 10 mmHg 감소했다.
● DASH 식이 플랜만 따른 그룹은 평균 수축기 혈압 11 mmHg, 이완기 혈압 8 mmHg가 줄었다.
● 식이요법이나 운동습관을 바꾸지 않은 그룹은 평균 수축기 혈압과 이완기 혈압이 각각 3/4 mmHg 감소했다.
● 이 연구의 결과에 따르면 식이요법과 운동습관을 모두 바꾼 사람 가운데 15%만이 2017년의 미국심장학회 가이드라인에 따라 혈압강하제가 필요한 것으로 분류됐다. 식이요법만 바꾼 그룹에서는 23%가 혈압약 처방 대상이 됐다.
그러나 식이와 운동습관을 바꾸지 않은 사람들은 약물 치료의 필요성이 줄지 않아 거의 50%가 약물 처방 대상에 들었다.
힌드리터 교수는 생활습관 교정이 심혈관 질환 위험이 높은 사람들이나 현재 고혈압 약을 복용하고 있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그는 더 정확한 확인을 위해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짠 음식 피하고 매일 30분 운동해야
이번 연구에 활용된 DASH 식단은 미 국립보건원의 연구 지원을 받아 개발된 것이다. 과일과 채소, 통곡물, 저지방 유제품 구성률이 높고 고기와 생선, 닭고기, 견과류를 포함하고 있다. 여기에 설탕이 들어간 음식과 음료수, 붉은 살코기, 첨가 지방 등은 제한하고 있다.
DASH-저염 식이요법에 대한 다른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하루 1,500mg의 나트륨을 섭취하는 저염식 DASH 식이요법으로 혈압이 평균 8.9 / 4.5 mmHg (수축기 / 이완기)가 감소했고, 고혈압 환자는 평균 11.5 / 5.7 mmHg가 준 것으로 보고됐다. 고혈압 환자에게서는 이번 연구 결과와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이 식이요법은 고혈압 환자뿐만 아니라 일반인을 위한 균형식으로 고안돼 미 농무성에서 ‘미국인을 위한 이상적인 식이 계획’으로 추천하고 있다. 2018년 1월 미국 ‘유에스 뉴스 & 월드리포트지’는 DASH를 ‘전반적으로 가장 좋은 식이요법’ 1위로, ‘당뇨인을 위한 식이요법’ 2위로 뽑았다.
전문가들은 현재 고혈압 약을 먹고 있는 사람이라도 생활수칙을 잘 지키면 혈압을 낮춰 약을 끊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이 주의해야 할 것은 나트륨 섭취. 세계보건기구의 하루 나트륨 섭취 권장량은 2000mg인데 비해 한국인은 이보다 두 배 이상 더 많이 섭취하고 있다.
다행히 가정에서의 소금 섭취는 점차 줄어들고 있으나 외식 때 나트륨과 지방질, 알코올을 다량 섭취하는 것이 문제다.
이에 따른 비만은 고혈압을 비롯한 대사증후군 발병 위험도 높이고 있다.
대한고혈압학회에서는 △음식을 골고루 싱겁게 먹기 △매일 30분 이상 정기적인 운동 △정기적인 혈압 측정 등과 함께 적절한 체중유지, 금연 절주, 스트레스 회피 등 고혈압 예방을 위한 7대 생활수칙을 제시하고 있다.
한편 이중 가정혈압 측정이 고혈압 관리에 매우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때문에 생활수칙을 잘 지키는 한편 정확한 혈압측정법을 숙지해 만반의 대비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세한 가정혈압 측정법은 사이트(http://www.koreanhypertension.org/sense/family)를 통해 알 수 있다.
- 김병희 객원기자
- hanbit7@gmail.com
- 저작권자 2018-09-09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