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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8-07-10

"백혈병 발병 수년 전 예측" 혈액 내 돌연변이로 파악, 검사법 개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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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 백혈병으로 진단받기 몇 년 전에 발병 위험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영국의 웰컴 생거 연구소(Wellcome Sanger Institute)와 유럽생물정보학연구소(EMBL-EBI) 과학자를 비롯한 국제협력팀은, 급성 골수성 백혈병[acute myeloid leukaemia(AML)]이 갑자기 발병하기 수 년 전에 환자들의 혈액 내에서 유전적인 변화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9일자에 발표된 이 연구에 따르면 건강한 사람에 대한 혈액검사에서 DNA 코드 변화를 찾으면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을 일으키는 뿌리를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추가 연구를 통해 AML 발병 위험자들을 조기 탐지해 관찰하는 한편, 이 혈액암의 발병 가능성을 줄일 방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백혈병에서 나타나는 골수 흡인과 여러 백혈병 세포의 세포질에 있는 아주르 친화성 막대. Credit: VashiDonsk at English Wikipedia
백혈병에서 나타나는 골수 흡인과 여러 백혈병 세포의 세포질에 있는 아주르 친화성 막대. Credit: VashiDonsk at English Wikipedia

급성 골수성 백혈병, 완치 환자 적어

AML은 남녀노소 모든 연령대에서 생길 수 있는 공격적인 암으로 알려져 있다. 이 병은 골수에서 빠르게 증식한 암세포가 정상적인 혈액세포의 생성을 막아 치명적인 감염과 출혈을 일으킨다. 영화에서는 흔히 백혈병에 걸린 어린이나 어른이 코피를 흘리는 모습으로 백혈병 환자라는 사실을 표현한다.

그러나 AML에 대한 주된 치료법은 수십 년 동안 거의 변화하지 않았다. 이 치료법으로 일부 환자들은 완치되지만, 많은 환자들이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AML의 최초 발병 단계를 밝히기 위해 ‘유럽의 암과 영양에 대한 전향적 연구조사’(EPIC) 프로젝트팀과 협력했다. EPIC 연구대상자 등록은 1992년에 시작돼 많은 사람들이 이 연구에 등록함으로써 라이프스타일 자료와 혈액 표본을 모으고 암 발병을 추적해 왔다.

등록된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나중에 AML이 발병했다. 연구팀은 보관된 혈액 표본을 사용해 이들 환자가 AML이 발병하기 몇 년 전에 이미 어떤 유전적 변화가 있었는지를 추적할 수 있었다.

삼차원 애니메이션으로 나타낸 백혈병 환자(오른쪽)에서의 백혈구 증가 모습.  Credit: Wikipedia commons / Manu Sharma,
삼차원 애니메이션으로 나타낸 백혈병 환자(오른쪽)에서의 백혈구 증가 모습. Credit: Wikipedia commons / Manu Sharma,

발병자들의 이전 혈액표본 분석 연구

캐나다 프린세스 마가렛 암센터 및 이스라엘 와이즈만 과학자들을 비롯한 연구팀은 AML환자 124명의 혈액 DNA를 시퀀싱한 뒤 AML이나 혹은 다른 관련 암이 없는 676명의 혈액 표본과 비교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AML이 발병한 상당수의 사람들에게서는 그렇지 않은 이들과 구별되는 특별한 유전적 변화가 발견됐다. 이러한 변화를 한데 모으면 AML 발병 위험 예측검사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졌다.

논문 제1저자로 웰컴 생거 연구소 및 케임브리지대 소속인 그레이스 콜러드(Grace Collord) 박사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은 종종 환자들에게서 매우 갑자기 발병하기 때문에 발병 5년 이전에 병의 근원을 찾아낼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놀랐다”며, “이번 연구는 AML 발병 위험이 높은 사람들을 식별해 내는 방법을 개발할 수 있는 원리 증명(proof-of-principle)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백혈병에 걸렸을 때 전신에 나타나는 증상 Credit: Wikipedia commons / Mikael Häggström,
백혈병에 걸렸을 때 전신에 나타나는 증상 Credit: Wikipedia commons / Mikael Häggström,

“‘유전적 지체’ 현상 다른 혈액암에서도 발견 가능”

이 연구에서는 AML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특정 유전자들에 초점을 맞추고, AML이 발병하지 않은 일부 사람들을 포함해 많은 개인들에게서 이들 유전자들이 빈번한 변이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백혈병이 진행 중인 사람들은 돌연변이의 수가 더 많고 이 변이는 종종 더 큰 부분의 혈액세포에 존재했다. 더욱이 특정 혈액검사에서 나중에 AML이 발병한 사람들에서는 약간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논문 시니어 저자 중 하나인 유럽생물학정보연구소 모리츠 게르스퉁(Moritz Gerstung) 박사는 “정확한 결과를 얻으려면 대량의 표본이 필요한데 이번 연구는 EPIC 팀과의 협력을 통해 가능했다”며, “EPIC 참여자들의 자료와 혈액 표본을 관대하게 제공해 주어 AML 발병 오래 전에 형성된 유전적 변화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많은 세포가 유전적 변화의 영향을 받으면 발병 위험은 그만큼 더 높아진다. 그는 “이같은 유전적 지체(genetic lag) 현상은 다른 혈액암들에서도 발견될 수 있으며, 이는 후속 연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 여러 지역의 백혈병으로 인한 백만명당 사망자 수. Credit: Wikipedia commons / WHO, Chris55
세계 여러 지역의 백혈병으로 인한 백만명당 사망자 수(2012년). Credit: Wikipedia commons / WHO, Chris55

백혈병, 치료에 앞서 예방할 수 있기를 기대”

급성 골수성 백혈병은 대체로 연간 10만명에 다섯 명 꼴로 환자가 발생한다. 2017년 12월 보건복지부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골수성 백혈병 발생률이 전체 암 발생가운데 1.0%를 차지하며, 10만 명당 4.4건으로 집계돼 있다.

이번 연구가 강력한 방법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측검사의 정확도를 향상시켜 임상적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 목표는 백혈병 발병 예방법 개발과 발병 위험군을 식별해내 이들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이 연구의 공동리더 중 하나인 웰컴 생거 연구소와 케임브리지대 병원 조지 바실리우(George Vassiliou) 박사는 “우리 연구는 생명을 위협하는 백혈병 발병 수년 전에 발병 위험이 있는 사람들을 식별해낼 수 있다는 증거를 처음으로 제시한다”며,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발병 위험자들을 밝혀내는 강력한 선별검사를 개발하고, 병의 진행을 막거나 지연시키는 연구를 진행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언젠가는 백혈병 예방이 치료에 대한 강력한 대안이 되기를 열망한다”고 덧붙였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18-07-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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