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은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서 정한 ‘세계 인수공통전염병의 날’이었다. ‘인수(人獸)공통전염병’이란 동물이 감염되는 병원체가 사람에게도 전염되는 질병을 말한다.
인수공통전염병이 사람에게만 전파되는 전염병보다 더 무서운 이유는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을 만들기 어렵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천연두나 소아마비 같은 질병은 사람의 몸만을 매개체로 전염되기 때문에 일찌감치 백신이 개발되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스페인 독감이나 에이즈, 또는 조류독감 같은 질병은 병원체(病原體)가 동물의 몸에 들어 있다가 사람에게 옮겨 발병된 인수공통전염병이기 때문에 이를 완전히 근절시키기 위한 백신은 아직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인수공통전염병은 감염되지 않는 것만이 최선의 예방책이라 할 수 있는데, 최근 들어 농촌진흥청이 농가에서 키우는 가축들에게 전염되는 인수공통전염병의 예방 요령을 소개하여 주목을 끌고 있다.
브루셀라는 대표적 인수공통전염병
가축들에게 전염되는 대표적인 인수공통전염병으로는 ‘브루셀라(brucella)병’과 ‘소결핵병’, 그리고 ‘큐열(Q fever)병’ 등이 꼽힌다.
브루셀라병은 소와 돼지, 그리고 양 등 다양한 가축들에게 전염되는 질병이다. 전염된 소의 태아나 태막에 병원균이 있으며, 질 분비물이나 우유를 통해서도 균이 배출된다. 감염되면 불규칙적으로 열이 나거나 춥고 떨리며, 두통 및 근육통 등이 나타난다.
수소의 경우 고환염 또는 부고환염 등이 관찰되고, 젖소의 경우는 유방에 염증이나 종양이 생기며 우유의 분비가 대폭 감소되는 증상으로 감염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사람이 브루셀라병에 전염되는 경로는 유산한 가축의 태아나 태반을 만졌거나, 감염된 소가 생산한 우유를 멸균하지 않고 먹었을 때 발생한다. 대부분 농·축산업 관련 종사자에게서 발병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질병관리본부가 지난 2005년에 브루셀라병에 걸린 160여명의 환자들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축산업자가 90%을 차지했고, 나머지 10%도 수의사 등 관련 분야에 종사한 사람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결핵병의 경우도 브루셀라병과 비슷하다. 대부분의 가축이 이 전염병에 걸리는데, 브루셀라병과 차이라면 만성 질환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특히 기침이나 체중이 약간 감소하는 점 외에는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서 인수공통전염병 중에서도 가장 감별하기가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에게 소결핵병이 전염되었을 경우에는 기침이나 발열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데, 주로 익히지 않은 고기나 멸균하지 않은 우유를 섭취했을 때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에 큐열병은 가축이 걸리는 전염병이란 점은 공통적이지만, 브루셀라병이나 소결핵병과의 차이점이라면 잦은 유산(流産)이나 사산(死産)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큐열병에 사람이 전염되었을 경우 열이 나거나 배앓이 또는 근육통과 같은 증상을 보인다. 소의 경우 양수나 태반, 그리고 우유 등을 통해 균이 배출되기 때문에 접촉뿐만 아니라 소에 사는 진드기를 통해서 다른 소들에게 전염될 수 있다.
큐열병은 인수공통전염병 중에서도 확산 정도가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어 요주의 대상으로 꼽힌다. 지난 2015년에는 27건에 불과했지만 이듬해인 2016년에 81건으로 급격히 늘었고, 올해는 5월 기준으로 벌써 195건이나 신고가 접수된 상황이다.
가축 분변이나 사체는 반드시 장갑 착용해야
인수공통전염병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대해 국립축산과학원의 관계자는 “축사에 드나들 때 방역복이나 장화, 마스크 등 개인 보호 장비를 착용하고, 몸에 상처가 있을 경우 이를 통해 감염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감염된 가축의 분변과 유산이나 사산된 태아, 그리고 태반과 부속물 등은 반드시 장갑을 착용하고 소독한 다음 폐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전염된 가축을 키우는 농가에서는 육류를 덜 익혀 먹거나 소독하지 않은 우유를 먹는 일도 없어야만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 외에도 축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중에 이유 없이 열이 나거나, 근육통 및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게 되면 가까운 보건소나 의료 기관에 방문해 진료를 받는 것이 인수공통전염병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길이다.
이에 대해 국립축산과학원의 관계자는 “인수공통전염병 고위험군인 축산업 관련 종사자는 예방 수칙을 철저히 지켜 감염 예방에 힘써야만 한다”라고 당부했다.
다음은 현재 국립축산과학원에서 주요 인수공통전염병의 예방을 담당하고 있는 가축질병방역과의 오상익 수의연구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에볼라나 에이즈 같은 인수공통전염병과 달리 브루셀라 및 큐열 등은 많이 생소하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유가 궁금하다
아무래도 치사율이 높지 않은 전염병이어서 그런 것으로 보인다. 에볼라나 에이즈는 야생의 박쥐나 원숭이에 의해 전염된 반면에 브루셀라나 큐열 등은 사람과 같이 살아가는 가축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공격성이 줄어든 병원균때문이 아닐까 판단된다.
- 병원균이라 했는데, 일반적으로 인수공통전염병의 병원체는 바이러스가 많다. 이번의 브루셀라 및 큐열 같은 경우는 병원체가 무엇인지?
병원균, 즉 유해 세균이다. 에볼라나 에이즈는 바이러스가 옮기지만 브루셀라와 소결핵병, 그리고 큐열은 병원균이 옮긴다. 독성의 정도가 약한 것도 아마 바이러스가 아닌 박테리아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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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07-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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