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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8-05-15

‘보편 항체’로 질병 무력화 표면 당 구조물로 여러 세균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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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항체로 여러 질병 항원을 인식해 치료할 수 있는 ‘보편 항체(universal antibodies)’가 개발될 전망이다.

독일 암연구센터(DKFZ) 헤다 바르데만(Hedda Wardemann) 박사팀은 폐렴 간균(Klebsiella pneumoniae)에 대한 연구에서 면역계가 다양한 미생물을 인식하고 중화시키는 항체를 생산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발견해 의학저널 ‘네이처 면역학’(Nature Immunology) 14일자에 보고했다.

박테리아를 비롯한 미생물들은 표면에 당 분자로 이루어진 구조물이 있다. 이 구조물들은 우리 몸의 면역 방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바르데만 박사는 “이 구조물들은 우리 면역체계가 우리 몸에 속하지 않는 침입자들을 인식하게 해주며, 항체는 이런 구조물에 특이적으로 부착해 병원균을 중화시킨다”고 말했다.

당 구조물을 기반으로 박테리아를 하위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항체는 단지 하나의 하위그룹만 제거하고 다른 미생물에 대항하지는 않는다.

병원 감염 등을 자주 일으키는 위험한 병원체인 폐렴 간균 현미경 사진.  Credit: Niaid, Wikimedia
병원 감염 등을 자주 일으키는 위험한 병원체인 폐렴 간균 현미경 사진. Credit: Niaid, Wikimedia

세균 표면 당 구조물 인식이 열쇠

세 사람 중 한 명 이상은 클렙시엘라(Klebsiella)로 불리는 막대 모양의 박테리아를 가지고 있다.  이 클렙시엘라는 장내세균과에 속하는 그람 음성 간균으로 캡슐을 형성하며, 운동성이 없고, 주로 코의 비강 점막과 장내에 살고 있다. 건강한 사람에게 이 간균은 전혀 해를 끼치지 않는다. 그러나 면역체계가 약화된 사람은 이 균이 몸 안에서 지나치게 많이 복제돼 생명을 위협하는 병을 일으킬 수도 있다. 폐렴 간균은 병원에서 자주 감염되며,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요주의 세균 가운데 하나다.

연구팀은 연구를 통해 건강한 사람의 피에서 세균에 대한 항체를 확보했다. 바르데만 박사는 이 항체들이 “급성 폐렴균의 다양한 하위그룹에 대한 대항력을 가지고 있었다”며, “특정 병원체에 국한되지 않고 다른 박테리아 심지어 특정 효모와 바이러스를 인식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세균의 표면에 있는 당-유래 구조들을 면밀히 살펴본 결과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간균 항체가 부착될 수 있는 모든 미생물들은 표면에 6탄당의 일종인 만노스(mannose)라 불리는 작은 구조물이 나타나 있다. 다양한 미생물이 가진 이 당 구조물을 인식하는 항체를 만들면 인체 면역계가 단지 한 유형의 분자만을 이용해 여러 병원체들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가능하다.

항체가 항원(antigen)과 결합하는 모습을 나타낸 도식.  Credit: Wikimedia Commons / Fvasconcellos
항체가 항원(antigen)과 결합하는 모습을 나타낸 도식. Credit: Wikimedia Commons / Fvasconcellos

간균의 여러 하위그룹에 대한 보호효과 증명돼

우리 면역계가 급성 폐렴균이나 다른 미생물에 대항하는 ‘보편적인 항체(universal antibodies)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었다. 바르데만 박사는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에 항체를 이용한 치료법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독일에서는 해마다 40만~60만 명이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감염되고, 이 감염으로 인해 1만~1만5000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병원 감염은 항생제 내성균에 의해 발생하는데 급성 폐렴균 감염도 자주 일어난다.

연구팀은 실험실에 만든 치료용 항체가 환자들의 감염을 치료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면역체계가 약화된 고위험군 환자에게는 항체가 예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바르데만 박사는 “박테리아에 의해 피가 중독되는 급성 패혈증 환자는 신속하게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병원체를 인식하고 제거하는 능력은 항체 효과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연구팀의 첫 번째 시험에서는 간균에 대한 항체 효과가 이미 증명됐다. 바르데만 박사는 “실험용 쥐에서 항체들은 간균의 여러 하위그룹들을 중화시켜 보호 효과를 나타냈다”며, “다음 단계로 인체에 대한 임상적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항체를 이용한 추가 시험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18-05-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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