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를 잘 못하는 사람이라도 십팔번이라고 하는 노래 한곡씩은 가지고 있다.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이라면 앙코르 곡은 물론 레퍼토리가 다양하다.
고래 중에도 유명 가수 뺨치게 여러 노래를 잘 부르는 종류가 있다. 북극고래가 훌륭한 재즈 가수 소질을 갖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2018년 4월 4일자 사이언스 데일리에 실렸다.
북극고래의 사랑 노래
봄이 되면 새소리로 주변이 소란해진다. 번식시기를 맞이하여 짝을 찾느라 새들이 소리 높여 노래하기 때문이다. 저 멀리 얼음으로 덮인 북극 바다 속에서는 이맘때쯤이면 고래가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던 콘서트가 막을 내릴 준비를 한다.
워싱턴대학 연구팀은 4년 동안 그린란드 주변 얼음에 덮인 바다 속에서 북극고래가 노래하는 소리를 녹음하였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184 곡이나 되는 아주 다양한 노래 목록을 가지고 있었다.
고래 중에는 혹등고래 노랫소리가 가장 잘 알려져 있는데, 이와도 아주 다른 형태의 소리였다. 혹등고래의 노래가 클래식 음악이라면, 북극고래의 노래는 재즈 음악에 비유할 수 있다고 연구 책임자인 워싱턴대학 해양학자 케이트 스태포드(Kate Stafford)박사는 말한다.
북극고래 노래는 혹등고래 노래에 비해 더 자유롭다. 4년 동안 조사했지만 매년 같은 노래를 반복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계절마다 새로운 노래들을 불렀다.
북극고래는 번식시기인 겨울동안은 노래를 계속 한다. 연구팀이 수중청음기(hydrophone)를 물속에 넣자 북극고래의 노래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놀랍게도 11월부터 4월까지는 하루 종일 큰 소리로 아주 많은 다른 곡을 노래하였다.
혹등고래의 노래는 번식장소인 하와이나 멕시코 인근 바다에서 연구가 많이 되었다. 혹등고래 수컷의 노래 가락은 겨울 번식기간동안 개체군 사이에 거의 차이가 없다. 봄이 되면 각 개체군은 새로운 곡조를 선보인다. 북극고래에 대한 연구 자료가 많지 않아서, 북극고래도 혹등고래 노래와 마찬가지 일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2008년 얻은 자료에서 북극고래의 노래가 혹등고래 노래와는 완전히 다를 것이라는 힌트를 얻었다. 이후 계속된 연구로 드디어 북극고래의 노래방 목록이 작성되었다.
북극에만 사는 북극고래
북극고래(학명 Balaena mysticetus)는 16세기 상업적인 포경을 시작하기 전에는 약 5만 마리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계속된 남획으로 멸종 위기에 처하게 되자, 1966년부터 포경을 중지하고 보호하기 시작하였다. 북극고래는 몸길이가 보통 14~18m 정도 되며, 큰 것은 20m가 넘어가기도 한다. 몸무게는 100톤 정도 되는 거구이다. 얼핏 보기에도 뚱뚱해 보인다.
북극고래는 큰 머리를 가지고 있어 다른 고래와 쉽게 구분이 된다. 영어 이름(bowhead whale)에서 보듯이 보우헤드(bowhead), 즉 머리가 활처럼 휘어져있다. 북극고래는 다른 고래와 달리 먼 거리를 회유하지 않으며, 북극 주변의 찬 바다에서만 생활한다.
육상에 사는 포유류는 시각이 정보를 수집하는데 가장 중요한 감각이다. 그러나 물속에서는 다르다. 바다에 사는 포유동물 경우 청각이 중요한 감각기다. 소리는 소통의 수단이다. 이동할 때는 내비게이션으로 사용하고, 먹이를 찾을 때는 어군탐지기로 사용한다.
새들처럼 고래도 짝을 찾을 때 노래가 매력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노래 잘 부르는 수컷 고래가 암컷 사이에 인기가 좋을지 모른다. 우리가 노래 잘 부르는 가수를 좋아하듯이 말이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북극고래의 노래에 대해 알려진 것은 많지 않다. 수컷만 노래를 하는지, 왜 계속 노래를 바꾸는지도 아직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다.
북극의 겨울은 깜깜하다. 바다는 두꺼운 얼음에 덮여있다. 새로운 방법을 사용하지 않으면 겨울동안 북극고래를 연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 요즘은 전자장치를 부착하여 고래들이 왜 다양한 노래를 부르는지 연구하고 있다.
- 김웅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UST 교수
- 저작권자 2018-04-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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