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대전 카이스트 창의학습관에서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이 주관하는 ‘대학원생 권리강화 방안연구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과학기술정책대학원 연구진이 교육부로부터 위탁받아 지난해 10월부터 시작하여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는 대학원생 권리강화 방안연구의 결과를 소개하고 대학원생, 교직원 및 대학정책 전문가 등의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연구 책임자인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장 김소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학생이자 조교라는 이중적 지위를 지닌 대학원생의 기본 권리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연구 목적을 밝히며, 대학원생 조교 활용 가이드라인 및 인권센터의 위상 강화 방안 제시 등을 포함해 지난 6개월간 수행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대학원생 인권 실태는?
대학원생 실태를 전국 단위로 조사한 것은 지금까지 단 두 차례(2014년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2015년 국가인권위원회) 뿐이다. 김소영 교수는 “전국 단위 실태조사의 주요 결과로 볼 때 과반수가 넘는 대학원생이 자신을 ‘학생근로자’로 인식하고 있으며, 재학 중에 겪는 어려움 중 가장 큰 요인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꼽았다”라고 밝혔다.
대학별 실태조사도 존재한다. 김 교수는 “대학들이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실태조사의 경우, 설문의 내용은 상이했지만 대부분의 대학이 인권침해 항목을 포함하고 있었다”고 설명하며 장기적으로는 표준화된 설문지 개발을 통해 시계열 자료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학원생 인권 침해에 대한 언론 보도와 판례 분석 결과도 소개됐다. 김소영 교수는 “실태조사와 언론 보도에서는 인권 침해가 굉장히 다양한 형태로 드러나지만 실제 판례는 심각한 범죄 행위만을 소수 다룬다”며 다수의 대학원생 인권 침해 문제가 현행 법제도 내에서는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2017년 상반기 기준 235개교 중 86개교가 인권센터를 설치했거나 설치 준비 중(학생상담센터 등 유사기구 포함)이다. 그러나 김 교수는 인권센터를 설치한 대학도 센터의 인지도가 낮거나 인식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점을 꼬집는다. 센터의 신뢰성과 전문성 부족, 인력과 재정의 부족, 홍보의 부족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카이스트 연구진은 2012년 설치되어 활발한 활동을 벌여온 서울대와 중앙대 인권센터의 운영 행태 조사를 통해 인권센터 확산 및 강화를 위한 각종 논의점을 분석했다. 김소영 교수는 “두 학교의 인권센터 운영사례를 통해 볼 때 인권센터 건립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일정 규모 이상의 조직 운영’과 ‘운영을 위한 지원’이다”라고 강조했다.
카이스트의 ‘KAIST 인권벨트’ 사례 역시 좋은 예다. 대학 당국에 설치된 인권센터에만 의존하지 않고 대학원 총학생회 산하의 인권센터를 별도 운영하는 등의 다양한 교내 기구가 협력하는 형태의 인권 거버넌스를 보이고 있는 것.
조교는 학생일까 근로자일까
대다수 대학원생이 가지는 또 다른 지위는 ‘조교’이다. 여러 가지 조교의 형태(행정조교, 교육조교, 연구조교, 기타조교)가 있지만, 고등교육법상으로도 조교의 정의는 불명확하다.
김소영 교수는 “조교 유형 분류는 대학에서 실제 조교 복무 현황에 따른 상향식 분류와 대학의 조교 규정에 따른 하향식 분류가 모두 고려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교의 유형 분류가 중요한 이유는 실제 조교가 운용됨에 있어 규정된 업무 외의 일을 맡는 경우가 많고 이로부터 지속적으로 대학(사용자)과 조교 간의 갈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어 대학원생 조교 근로자성 문제도 함께 논의됐다. 김 교수는 “특히 연구조교의 경우는 학습과 연구 그리고 조교 업무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아 근로자성을 따지는 것이 더욱 어렵다”고 말했다.
김소영 교수와 연구진은 개선방안으로 인권센터 설치와 조교 활용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인권센터를 감사실과 같이 총장 독립 기구로 설치할 것과 인권센터 내 한 명의 전문가가 상담업무와 조사업무를 동시에 담당하지 않도록 하는 것 등이 주요 내용으로 포함됐다. 조교 활용 가이드라인에 대해서는 조교 구분에 따른 서면계약을 권고하는 방식으로 근로계약서, 교육지원확약서, 연구참여확약서의 내용이 논의됐다.
주제발표에 이어 김소영 교수(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찬성 변호사(포항공대 상담센터 자문위원), 이용우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교육청소년위원회), 정우성 교수(포항공대 산업경영공학과), 이정우 총학생회장(고려대 일반대학원)의 토론이 이어졌다.
충남대 김소영 교수는 “대학원생이 학생과 근로자 두 가지의 성격을 모두 갖는다는 점에서 ‘외국인산업연수생 판례’(외국인산업기술연수생이 실질적으로는 대상 업체의 지시ㆍ감독을 받으면서 근로를 제공하고 그 근로의 대가로 연수수당 등의 명목으로 실질적인 임금을 받는 근로기준법 제14조의 근로자라고 한 사례)가 참고할 수 있는 유사 사례이다”라는 의견을 냈다.
포항공대 정우성 교수는 “대학원생의 근로자성 인정 문제에만 너무 몰두할 경우 정작 더 중요한 것을 보지 못할 수 도 있다”며 “궁극적인 목적이 대학원생의 권리강화와 처우개선에 있다는 점을 잊지 말고 다양한 방향의 접근을 통해 정책수립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최혜원 자유기고가
- 저작권자 2018-03-30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