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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7-12-26

잦은 식중독, 만성 대장염 일으킨다 만성 염증성 장 질환 원인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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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 감염에 의한 식중독을 자주 앓았다면 나이가 들면서 심각한 장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심하지 않은 식중독과 같이 경미한 세균 감염은 치료하지 않고도 쉽게 치료된다. 그러나 이런 일이 잦으면 만성 장 질환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대장염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최근호에 소개된 이번 연구는 오랫동안 원인을 알 수 없었던 염증성 장 질환(IBD)의 기원을 확인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캘리포니아(산타바바라)대 나노의학센터와 샌포드 번햄 의학연구소 마스(Marth) 교수랩 연구원인 한인과학자 양원호(Won Ho Yan) 박사가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8년 간에 걸친 노력의 결실이다. 제이미 마스(Jamey Marth) 교수가 주도한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캘리포니아(샌디에이고)대와 샌포드 번햄 프레비스 의학연구원(SBP), 독일 뮌헨의 루드비히-막시밀리안대 연구원들이 공동연구를 수행했다. 이들 연구진은 대장염에서 IBD에 이르는 여러 만성 염증성 질환의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상충되는 가설들을 놓고 장기 연구를 실시했다.

연구 결과 식중독 재발은 정상적인 장내 세균을 해독시키는 능력을 방해하는 친염증성 효소(녹색)를 유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 결과 식중독 재발은 정상적인 장내 세균을 해독시키는 능력을 방해하는 친염증성 효소(녹색)를 유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CREDIT: Jamey Marth

“반복적 세균 감염이 만성염증 유발”

이들은 여러 단서들을 가설에 반영했다. 먼저 대장염과 IBD를 포함한 일반적인 염증성 장 질환들이 발병할 때는 개인의 유전적 특성이 제한적으로 어떤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분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예를 들면 염증성 장 질환을 앓게 된 쌍둥이들은 상대적으로 작으나마 일치되는 점이 있었다. 이 같은 발견은 이들 질병의 기원에 알려지지 않았던 환경 요인이 있음을 암시한다.

두 번째로 연구팀은 다른 실험실 연구에서 인체에 대한 계절성 세균 감염이 증가하면 IBD 발병도 따라서 증가하는 상관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마스 교수는 “질병의 기원을 밝히는 일은 더욱 합리적인 예방과 치료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이런 여러 단서들로부터 추론해 반복적인 저등급 세균 감염이 만성 염증의 발병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연구팀은 건강한 실험 쥐에 매우 낮은 용량의 살모넬라 균(Salmonella Typhimurium)을 투여해 가벼운 인체 식중독 모델을 만들었다. 살모넬라 균은 우리 주변 환경에 널리 퍼져 있는 일반적인 병원성 세균으로, 사람에게 음식으로 인한 질병을 일으키는 주 원인이다. 살모넬라 균에 감염되면 일시적으로 장이 불편하고 기능 장애가 수반된다. 그러나 이런 감염 증상의 대부분은 보고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해 인간이 평생 동안 감염되는 수치가 과소평가될 수 있다.

살모넬라 균에 의한 과거의 재발성 감염은 대장 상주 세균의 독성 성분을 막는 인체의 정상적인 보호능력을 방해한다.   CREDIT: Jamey Marth
살모넬라 균에 의한 과거의 재발성 감염은 대장 상주 세균의 독성 성분을 막는 인체의 정상적인 보호능력을 방해한다. CREDIT: Jamey Marth

균 제거해도 염증 진행돼

마스 교수팀은 실험용 쥐에게 특별한 증상이나 혹은 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가 아닌 매우 낮은 용량의 살모넬라 균 투여 실험을 하고 모든 균을 성공적으로 제거했다.

양 박사는 “이런 형태의 연구는 전에 해본 적이 없었으며, 결과가 매우 충격적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전의 살모넬라 감염들로 인해 진행성의 돌이킬 수 없는 염증성 질환이 발생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고, 이는 병원균이 숙주에서 완전히 제거됐는데도 불구하고 나타난 현상이어서 매우 놀라웠다”고 덧붙였다.

첫 번째 감염과는 분리해 몇 달 뒤에 네 번째로 감염을 시키자 염증이 꾸준히 늘어나 모든 실험용 쥐들에 대장염이 나타나게 됐다. 놀랍게도 이 염증 질환은 반복 감염을 중단했는데도 개선되지 않았다. 이는 손상이 이미 진행됐음을 가리킨다.

마스 교수는 “성인이 살아오면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인체 식중독 모델링을 통해 만성 장염의 환경적 및 발병 원인적 기원을 발견했다”며, “살모넬라 균은 통상적으로 장염을 예방하는 장의 보호기전을 방해하는 방법을 터득했다”고 밝혔다. 이 보호기전은 전에는 알려지지 않았었다.

자리를 함께 한 캘리포니아(산타바바라)대 연구진들. 왼쪽부터 제이미 마스 교수, 양원호 박사, 더글라스 헤이토프, 마이클 마한 박사.  CREDIT: Jamey Marth
자리를 함께 한 캘리포니아(산타바바라)대 연구진들. 왼쪽부터 제이미 마스 교수, 양원호 박사, 더글라스 헤이토프, 마이클 마한 박사. CREDIT: Jamey Marth

IAP 효소 결핍이 문제

이 질병의 기전은 소장의 십이지장에서 생산되는 장 알칼리성 인산가수분해 효소(IAP)의 후천적 결핍과 관련이 있었다. 살모넬라 감염은 소장에서 뉴라미니다아제 활성을 증가시켰고, 이는 IAP의 분자 노화와 전환을 촉진해 대장에서 IAP 결핍을 일으켰다. IAP는 결장 내 여러 상주 세균이 생성하는 염증 전구성 리포폴리사카라이드(LPS) 같은 분자에서 인산염을 제거, 무독성 상태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마스 교수는 “이러한 발견들은 인류 건강을 위해 중요한 관심사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테리아 수치가 낮은 식품 오염은 우리가 인식하는 것보다 더 일반적일 수 있는 반면 증상은 거의 없거나 경미해서 치료하지 않고도 1~2일 안에 사라질 수 있다”며, “우리는 이러한 경미한 감염이 반복되면 몇 달 혹은 몇 년 뒤 질병을 일으킬 수 있고, 이것은 개인이 살아오면서 경험한 감염 숫자와 시기에 따라 다르다”고 설명했다.

기존 독감 예방약으로 억제 가능

한편 이와 관련해 좋은 소식은 IAP 수준을 높이고 뉴라미니다아제 활성을 억제하는 방법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IAP를 증가시키는 일은 효소를 식수에 첨가하는 것처럼 간단하다. 뉴라미니다아제 억제는 현재 인플루엔자 감염 예방을 위해 시판되는 항바이러스성 뉴라미니다아제 저해제를 사용해서 가능하다.

논문 공저자인 캘리포니아(산타바바라)대 마이클 마한(Michael Mahan) 박사는 “두 가지 치료법 모두 대장염 발병을 예방하는데 비슷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실제 다른 연구자들의 최근 연구에서도 IBD 환자에게서 IAP가 부족하고 뉴라미니다아제 수치가 높게 보고됐다”고 말했다.

마스 교수는 “대장염 발병 가능성에는 이전에 병원균에 감염됐던 과거력의 영향이 있으며, 일부 인구에서 이런 환경적 요인이 질병을 촉발시킨다”고 강조했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17-12-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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