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지금 생물학분야에서 유전자가위 만큼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없을 것이다. 유전자 가위 중 ‘크리스퍼 카스9’(CRISPR Cas9)는 세계를 바꿔줄 기술, 인간을 질병에서 해방시킬 기술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기도 한다.
그러나 크리스퍼 카스9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본 과학자는 아직 한 사람도 없었다.
2012년에 과학자들은 크리스퍼 카스9 유전자 가위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 유전자 가위는 아주 정밀하게 유전자를 편집할 수 있어서 유전자 치료등 새로운 문을 활짝 열어준 혁명적인 기술이다.
과학자들이 실제로 이 유전자가위를 이용해서 다양한 종의 생물에서 성공을 거뒀다. 쥐의 유전적인 질병을 고쳤으며, 꽃의 색깔을 바꾸고, 살아있는 동물에서 HIV바이러스를 제거했으며, 암세포의 성장을 늦췄다. 그리고 인간 배아에서 심장질환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제거했다.
과학자들도 놀라 신음소리를 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크리스퍼가 작동하는 것을 간접적으로만 볼 수 있었을 뿐, 지금까지 직접 볼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측한 대로 원하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유전자 가위가 잘 작동하는 것은 알았다. 그러나 유전자 가위는 너무나 작은 곳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보통의 방법으로는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볼 수 없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일본 도쿄대학과 가나자와 대학 과학자들이 크리스퍼 카스9 유전자 가위가 실제로 작용하는 모습을 비디오로 찍어 공개했다.
얼핏 보면 거친 화질에 10여초에 불과한 평범한 비디오 클립처럼 보인다. 그러나 지난 6월 미국 몬타나의 빅스카이(Big Sky)에서 열린 크리스퍼 컨퍼런스 때 이 비디오가 공개됐을 때, 과학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놀라서 신음소리를 냈다.
회의 두 번째 날에 누레키 오사무(Nureki Osamu)가 아주 짧은 동영상을 틀어줬다. 현장에 있던 샘 스턴버그(Sam Sternberg)는 “나는 앞자리에 있었는데, 내 뒤의 모든 사람들이 놀라서 '헉' 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고 ‘디 아틀란틱’(the Atlantic)은 보도했다.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에서 크리스퍼를 연구하는 샘 스턴버그는 “자신이 지금까지 참가했던 컨퍼런스에서 나왔던 반응중 가장 큰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논문은 최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됐다.
10여초 짜리의 이 간단한 비디오는 일반적인 기준으로 보면 화질이 거칠고 어둡다. 그러나 분자 규모에서 일어나는 일을 찍은 것을 생각하면 엄청나게 선명한 것이다. 이 비디오는 실시간으로 크리스퍼가 DNA 가닥을 둘로 자르는 장면을 담았다. 과학자들이 이미 알고 있는 일들이지만, 한 번도 실제로 본 일이 없던 장면이다.
크리스퍼가 하는 일을 본 것은 해왕성을 발견한 것과 유사하다. 천문학자들은 천왕성을 1781년에 발견했지만, 천왕성의 궤도가 천문학 규칙에 어긋난 것을 이상하게 생각했다. 천문학자들은 이것은 천왕성 주변에서 어떤 별이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계산을 통해 해왕성의 위치를 추적한 끝에 1846년 해왕성을 발견했다.
누레키 오사무 연구팀이 찍은 비디오를 본 과학자들은 자신들이 해 오던 일을 직접 눈으로 목격했으니 자기들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내뱉은 것이다.
일본 과학자들은 고속 원자력현미경(HS-AFM)이라는 기술을 이용했다. 원자의 힘을 이용한 이 현미경은 아주 날카로운 바늘이 마치 구형 전축의 바늘을 받치는 팔과 같은 캔티리버의 끝에 달려있다. 이 바늘은 표면에 가까이 갔다가 떨어졌다가를 되풀이 한다.
이러는 과정에서 레이저가 표면에서 일어나는 작은 차이를 탐지한다. 이것이 기록되면서 과학자들 조차 놀라게 하는 이미지가 나온 것이다.
- 심재율 객원기자
- kosinova@hanmail.net
- 저작권자 2017-11-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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