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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7-09-15

질병은 어떤 과정을 거쳐 치유되나? ‘고통 넘어서서 잘 지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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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이 치유되는 과정을 세부적으로 밝히는 한편, 병 치료를 용이하게 하는 데는 의사와 환자와의 관계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연구가 나왔다.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병원 밖에서 환자가 치료를 위해 어떻게 생활하고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 알아둘 필요가 있다. 그러나 환자의 여러 치유 경험에 대한 연구와 그런 경험이 의료시스템 밖에서 어떻게 조성될 수 있는지를 다룬 연구는 거의 없다.

이번주 ‘브리티쉬 의학저널 오픈’(BMJ Open)에 온라인으로 발표된 새 연구는 병에서 치유에 이르는 복잡한 진행과정을 다뤄 관심을 모은다. 저자들은 이를 ‘치유의 여정’(healing journey)이라 부른다.

이 연구는 환자의 관점에서 치유를 검토하는 몇 안되는 연구 중 하나다. 논문 공저자인 커트 스탕(Kurt C. Stange) 미국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대 석학교수 겸 통합 건강연구원(the Institute for Integrative Health) 학자는 “이번 연구 결과는 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의 생생한 경험으로부터 굴곡 많은 치유의 길이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에 유용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치유의 여정’ 모델. 환자들이 어떻게 본래의 온전함을 회복하기에 이르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Credit: The Institute for Integrative Health
연구팀이 개발한 ‘치유의 여정’ 모델. 환자들이 어떻게 본래의 온전함을 회복하기에 이르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Credit: The Institute for Integrative Health

병 치유 경험자 심층면접

연구진은 다양한 의학적, 심리적, 사회적 문제를 가진 23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심층 면접을 실시해 이를 주제별로 분석했다. 대상자들은 모두 병이 치유된 경험을 한 사람들로 치유 경험을 ‘병 들고 고통을 겪은 뒤 본래의 모습(integrity)으로 온전함(wholeness)을 회복했다’고 묘사했다. 인터뷰는 논문 제1저자인 존 글렌 스콧(John Glenn Scott) 박사가 의사와 환자 간 치유 관계에 대한 초기 연구를 위해 실시했다.

연구팀은 정성적인 방법을 조합해 인터뷰 결과지를 분석한 다음 부각되는 주제들을 분류해서 치유의 여정을 보여주는 모델을 개발했다. 모델에 그려진 과정은 손상을 입어 고통을 당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이를 ‘환자의 온전한 모습이 위협받을 때 겪는 고통스런 경험’으로 정의했다. 이 고통스런 경험의 정도와 질은 개인의 특성, 사회적 관계성 및 삶의 단계(연령)와 관계가 있다.

고통을 겪는 환자는 인내와 끈기를 통해 돌봐주는 사람들과 안전하고 신뢰있는 관계를 형성하며, 돌보는 이들은 환자가 나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 같은 병을 이길 수 있는 자원을 차츰차츰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관계성과 자원을 확보하는 사이클은 무한히 계속되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아수용(self-acceptance)과 같은 유익한 속성들을 발전시킨다. 이러한 것들이 본래의 온전한 모습을 되찾았다는 환자의 감각 형성에 기여하게 되고, 치유로 이어지게 된다.

이번 연구는 ‘치유의 여정’을 가는 환자들이 가족이나 친구, 의료진뿐만 아니라 애완동물이나 종교적 영성(靈性), 개인적 관심사와 같은 인간 외적 자원을 포함해 여러 광범위한 조력자들과 관계를 형성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Credit: Pixabay
이번 연구는 ‘치유의 여정’을 가는 환자들이 가족이나 친구, 의료진뿐만 아니라 애완동물이나 종교적 영성(靈性), 개인적 관심사와 같은 인간 외적 자원을 포함해 여러 광범위한 조력자들과 관계를 형성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Credit: Pixabay

관계 형성에는 안전감과 신뢰감이 중요

인터뷰 결과지 분석에 따르면 치유는 일관성이 없는 장기적인 과정으로 환자 개인의 상황에 따라 독특하게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자들은 이에 대해 “표본조사에 포함된 사람들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상처를 극복하고 스스로 치료자가 되어 계속되는 심각한 건강문제에도 불구하고 매일매일 영웅적으로 이를 견뎌내며 굴곡 있는 과정을 헤쳐나가는 치유의 여정을 경험했다”고 서술했다.

이번 연구는 ‘치유의 여정’을 가는 환자들이 가족이나 친구, 의료진뿐만 아니라 애완동물이나 종교적 영성(靈性), 개인적 관심사와 같은 인간 외적 자원을 포함해 여러 광범위한 조력자들과 관계를 형성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관계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것은 이러한 관계가 치유로 연결되는 안전감과 신뢰감이었다.

이러한 관계들은 연구 참가자(환자)들이 긍정의 빛으로 고통을 재구성할 수 있는 능력과 낙관적인 태도의 선택 그리고 병에서 회복돼야 한다는 책임감을 포함해, 관찰과 실행을 통해 (병으로부터 회복되는) 기술과 자원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임이 입증됐다.

고통을 겪는 환자는 인내와 끈기를 통해 돌봐주는 사람들과 안전하고 신뢰있는 관계를 형성하며, 돌보는 이들은 환자가 나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 같은 병을 이길 수 있는 자원을 차츰차츰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다.  Credit: Pixabay
고통을 겪는 환자는 인내와 끈기를 통해 돌봐주는 사람들과 안전하고 신뢰있는 관계를 형성하며, 돌보는 이들은 환자가 나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 같은 병을 이길 수 있는 자원을 차츰차츰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다. Credit: Pixabay

치유의 여정은 단계적이 아니라 반복적

연구팀은 치유의 여정이 본질적으로 단계적이 아니라 반복적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환자들은 인내를 발휘하고 절망과 싸우면서 지속적으로 관계를 형성하고 새로운 자원들을 얻었다. 그 결과 환자들은 점차 고통으로부터 회복되었고, 기대감과 자아 수용 그리고 치유의 선도적 표지인 다른 이들을 돕겠다는 열망과 같은 새로운 특성들을 보이기 시작했다.

중요한 점은 환자들이 본래의 온점함을 회복하는 것이 병이 없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 참가자 중 아무도 치료가 되지 않았으나 저자들은 “환자들이 모두 그들의 고통을 넘어서서 어떤 의미에서는 잘 지낼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저자들은 이번 연구가 환자와 의료종사자들이 치유에 대해 생각하고 접근하는 방법에 변화를 주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스탕 교수는 “이번 연구는 치유 과정을 이해하는 데서 빠져있는 빈 공간을 메움으로써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질병 상태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안내 역할을 할 것”이라며, “마찬가지로 환자의 치유의 여정을 더욱 잘 이해하면 의료전문가들이나 간병인 및 지역사회가 환자를 지원하는 방법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김병희 객원기자
kna@live.co.kr
저작권자 2017-09-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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