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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심재율 객원기자
2017-08-31

유아사망률을 대폭 줄인 비결은? 과학서평 / 터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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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이의 신체접촉,  특히 갓난 아기와의 신체접촉이 얼마나 중요한 지 실감나게 설명하는 예가 있다.

1910년대만 해도 미국 고아시설에서 한 살 미만 영아 사망률은 거의 100%에 달했다. 뉴욕의 고아시설에서는 유아사망율이 워낙 높으므로 입소기록부에 무조건 ‘가망없음’이라고 썼다.

그리고 ‘터칭’(Touching)이라는 책은 이같이 높은 유아사망율의 원인으로 루서 에밋 홀트(Luther Emmett Holt 1855~1924)가 쓴 ‘아동보육 및 급식’(The Care and feeding of Children)이라는 책을 들었다.

‘요람을 없애고, 아기가 운다고 안아 올리지 말며, 시간을 엄수해서 수유하고 너무 어루만져서 애 버릇을 망치지 말라’고 충고하는 책이다.

애슐리 몬터규 지음, 최로미 옮김 / 글항아리 값 28,000원 ⓒ ScienceTimes
애슐리 몬터규 지음, 최로미 옮김 / 글항아리 값 28,000원

그러나 터칭을 쓴 애슐리 몬터규(Ashley Montagu 1905~1999)는 정 반대로 이야기한다. 갓 태어난 아기는 무조건 많이 안아줘야 하고, 피부접촉을 되도록 많이 해야 하고, 엄마의 사랑을 아낌없이 쏟아 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뉴욕 벨뷰병원에서는 소아병동에 ‘보살핌’ 제도를 도입해서 1년도 안 된 1938년 30~35%이던 영유아 사망율이 10%밑으로 떨어졌다.

신체접촉, 정서발달은 물론 건강에도 필요    

터칭이 인간의 정서발달 뿐 아니라, 건강과 인지관련 질환에 얼마나 중요한지 수많은 증거와 논문과 주장이 이 책에는 담겨있다. 자폐증의 주요 원인이 아기때 부모의 아낌없는 접촉과 사랑을 받지 못해서이고, 과도한 자위 역시 부모의 사랑스런 신체접촉이 끊어진데 대한 보상심리에서 온 것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신체접촉이 줄면 피부가 약해져서 피부병에 걸릴 위험도 높아진다. 피부에 매우 강력한 면역기능이 있으므로 사랑스런 토닥거림은 면역력 증대에도 영향을 준다.

8세에 어머니를 잃고 2년 뒤 아버지 마저 사망하자 나이 든 삼촌과 살면서 신체접촉이 거의 없는 ‘불가촉천민’처럼 양육된 영국의 유명한 작가 윌리엄 서머셋 모옴(William Somerset Maugham 1874~1965)은 누가 자기 몸에 손대는 것을 싫어하는 자기중심적 동성애자로 성장했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요즘 같이 남녀 사이의 신체접촉이 의도와는 달리 성적인 희롱으로 비춰질 수 있는 상황에서는 ‘비접촉성 접촉’의 필요성도 등장한다. 상대방의 몸에서 10~15센티 정도 떨어진 위치에 손을 내밀어 애정과 관심을 표시하는 것도 터칭의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인생을 얼마쯤 살아본 사람들에게 ‘인간사이의 모든 비극의 원인을 단 한 단어로 좁혀 설명하라’면, 어떤 단어를 고를까? 아마도 적지 않은 사람들은 ‘불통’을 꼽을 것이다.

‘의사소통의 실패’인 불통은 부모와 자녀관계를 멀게 하고, 부부관계를 파탄 나게 하며, 회사를 망가뜨린다. 신체 내부의 불통은 동맥경화에 순환기계통 질병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한다.

아마 2,3년 전에 이 책을 읽었다면, 아이를 잘 키우거나 건강한 생활을 위한 지침서로 인기를 끌었을 것 같다. 지금 이 책은 새로운 관점에서 읽어야 한다.

4차산업혁명의 가장 큰 특징은 연결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모든 것이 서로 연결 연결 연결된다. 연결이 많아지려면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 그래서 나오는 것이 빅 데이터이다.

데이터가 많아지면 이를 효과적으로 처리하고 분류해서 진짜 필요한 연결을 골라내야 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인공지능이다. 연결이 잘 이뤄지려면 연결하려는 것(물건이든 사람이든)에 센서가 있어야 한다.

4차산업혁명시대일수록 ‘접촉’ 필요    

지금까지 산업은 기계와 기계가 연결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통신기계끼리 연결되어 있던 것이 점차 늘어나면서 통신기기와 일반 기계의 연결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통신기계와 생산시설이 연결되고, 그것도 유선이 아닌 무선으로 연결된다.

이렇게 계속 기계와 기계, 기계와 물건, 사물과 사물사이의 연결이 늘어나면 다음 단계로 어떤 연결이 늘어날 것인가? 방향은 자명하다. 사물과 사람 사이의 연결이 늘어날 것이다. 그래서 나오는 것이 웨어러블 디바이스이다.

그 다음에는 어떤 연결이 늘어날 것인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이 늘어날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연결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까? 가장 초보적이면서 중요한 ‘접촉에 의한 연결’이다. 다시 말해 이제는 ‘터칭’을 과거와는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는 시기가 왔다. 터칭을 이제는 가장 중요한 사람 사이의 소통이라는 측면에서 봐야 한다.

터칭은 어린 아이에게 많이 필요하다. 노인에게도 역시 많이 필요하다. 어느 할머니는 이런 시를 썼다.

‘누군가의 손길을 느낀 지가 얼마나 오래더이까?

이십 년?

이십 년 세월 저는 미망인으로 살았습니다.

존경과 미소의 대상으로

그러나 누구도 저를 만져주지 않았습니다.

그 누구도 이 고독이 잊히도록

꼭 감싸 안아주지 않았습니다.’

심재율 객원기자
kosinova@hanmail.net
저작권자 2017-08-3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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