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스웨스턴대학(Northwestern University)의 아담 제이커스(Adam Jakus)는 실험실에서 우연히 작은 실수를 저질렀다. 3D프린터 잉크를 흘린 것이다. 제이커스는 뼈나 근육 및 신경조직의 재생에 필요한 3D잉크를 개발한 과학자이다. 제이커스는 이와 유사한 3D난소잉크를 개발하고 있었다.
놀란 제이커스가 흘린 잉크를 닦아냈을 때 난소잉크는 이미 말라서 얇고 단단한 종이처럼 변해 있었다. 이 분야 전문가인 제이커스는 “머리에서 전구가 반짝! 빛을 냈다. 나는 바로 다른 기관에서도 생물학적으로 활성화된 많은 재료를 만들 수 있음을 알아차렸다”고 말했다. 아담 제이커스가 개발한 ‘조직세포종이’(tissue paper)는 이렇게 탄생했다.
노스웨스턴 대학 과학자와 공학자들이 생물조직에서 추출해서 만든 얇고 유연한 생물학적 종이는 다루기도 쉬워서 종이새를 접어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만든 바이오물질은 젊은 암환자의 자연호르몬 생성을 도울 수 있으며, 상처치료에도 사용될 전망이다.
신약개발 및 재생의료에 사용될 듯
이들은 동물의 생체 기관에서 추출한 구조단백질을 가지고 조직세포종이를 만들었다. 이 단백질을 폴리머와 결합해서 굽히거나 접을 수 있는 생체물질이 탄생했다.
과학자들은 돼지 및 소의 근육, 콩팥, 간, 난소, 자궁, 심장에서 추출한 구조단백질로 다양한 조직세포종이를 만들고 그 내용을 첨단기능재료(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저널에 7일 발표했다.
이번 연구의 교신저자인 라미유 샤(Ramille Shah)는 “이같이 새로운 형태의 생물학재료는 신약개발이나 치료학은 물론이고 조직세포공학이나 재생의료 등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조직세포종이는 생물의 자연 기관이나 세포조직에서 만들어진다. 세포에서 구조 단백질을 남기는데 이것이 바로 ‘세포외 기질’ (細胞外 基質 extracellular matrix)이다.
과학자들은 이를 말려 가루로 만든 뒤 조직세포종이로 가공했다. 각 종류의 종이는 원래 기관에서 유래한 단백질구조와 생화학물질을 함유하고 있다.
조직세포종이는 재생과학자인 테레사 우드러프(Teresa Woodruff)연구실에서 소의 난포(follicle)를 가지고 실험했다.
난포는 난소 조직에 있는 주머니 모양의 세포 집합체로 난자를 포함하고 있으며 배란 후 황체로 변화한다. 조직세포종이에서 자란 난포는 적절한 기능과 성숙에 필요한 호르몬을 생산한다.
이번 논문의 공동저자인 우드러프는 “이것이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의 후유증으로 호르몬 기능을 잃어버린 젊은 암환자의 정상적인 호르몬기능을 재생시키는데 한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난포가 있는 난소세포종이는 폐경기의 여성이나 암환자에게 호르몬 생산능력을 회복시키기 위해 팔에 이식시킬 수 있다.
우드러프는 암에 걸렸어도 생식을 유지하는 온코퍼틸리티(Oncofertility)를 다루는 ‘온코퍼틸리티 콘소시엄’(Oncofertility Consortium) 소장이다.
줄기세포 성장도 도와
다양한 기관에서 만든 조직세포종이는 성인의 줄기세포의 성장을 개별적으로 지원한다. 과학자들이 사람의 골수줄기세포를 조직세포종이에 올려놓았더니 모든 줄기세포는 4주에 걸쳐 증식했다.
조직세포종이를 개발한 제1저자인 아담 제이쿠스는 “이 종이가 사람의 줄기세포성장을 돕는 것은 아주 좋은 신호”라고 말했다.
게다가 이 조직세포종이는 건조시키면 보통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종이처럼 사용이 쉽다. 제이커스는 이 종이를 냉장고에 보관할 만큼 보관도 용이할 뿐 더러, 이것을 가지고 종이새를 접기도 했다.
제이커스는 “이 종이는 젖으면 기계적 특성이 생겨나서, 접거나 자르거나 둘둘 말 수 있다”고 말했다.
제이커스는 샤 교수와 공동으로 '디멘숀 INX' 스타트업을 설립했다. 이 회사는 3D로 인쇄가 가능한 의료용 재료를 개발 및 생산하는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이에 대한 지적재산권은 노스웨스턴대학이 보유하고 있으며 ‘디멘숀INX’은 지적재산 사용권을 받을 계획이다.
제이커스는 “동물이 자기 안에 있는 고기를 가지고 부수적으로 생산하는 것이 콩팥, 심장, 간, 자궁인데, 이들이 종이처럼 생긴 생물학재료로 바뀌고, 다시 이 생물학재료가 동물의 조직과 기관의 기능을 회복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니 얼마나 신기한가?”라고 말했다.
제이커스는 “이제 나는 쇠고기나 돼지고기 안심을 예전과 같은 마음으로 바라볼 수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심재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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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7-08-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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