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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심재율 객원기자
2017-06-26

분만실에서 아내 손 잡아야 남성이 손 잡으면 통증 줄어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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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만실에서 새 생명을 세상에 내보내기 위해 고통중에 신음하는 아내를 보면서, 대부분의 남편들은 괜히 미안한 생각에 어쩔줄 몰라한다. 그리고 아내의 고통에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속이 상하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연구결과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남편이 아내의 손만 잡아줘도 아내의 통증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미국 콜로라도 대학 불더 캠퍼스(University of Colorado at Boulder) 연구팀은 “사랑하는 두 사람이 손을 잡으면, 두 사람의 심장박동과 호흡이 공조현상을 벌이면서 여성의 고통이 진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연구자들은 이같은 신체접촉(touch)에의한 ‘개인 공조현상’(interpersonal synchronization)이 통증 진정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보도자료에서 주장했다.

‘개인 공조현상’ 일어나면서 심장 박동수 일치

그러므로 아버지가 될 사람은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 보다 분만실에서  매우 쓸모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내의 고통스러운 모습을 보면서, 어떤 도움도 줄 수 없다고 미리 포기하지 말라는 뜻이다.

출산할때 산모의 손을 잡으면 고통이 줄어든다. ⓒ Pixabay
출산할때 산모의 손을 잡으면 고통이 줄어든다. ⓒ Pixabay

이 연구의 주 저자인 콜로라도 대학 ‘인지및감정뇌과학실험실’의 통증연구원인  파벨 골드스타인(Pavel Goldstein) 박사는 “두 사람이 더욱 공감할수록 진정효과는 더욱 커지고, 두 사람이 신체접촉할때 공조현상은 더욱 높아진다”고 말했다.

22쌍의 커플을 연구해서 지난 주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저널에 발표된 이번 연구는 최근 증가하는 ‘개인 공조현상’에 대한 인체연구의 하나이다. 개인 공조현상은 어떤 사람이든지 자기가 함께 하는 사람들과 생리학적으로 거울역할을 하는 현상을 말한다.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같이 걸어가는 사람과 발자국 보조를 맞추거나, 대화도중에는 친구의 거울역할을 하도록 자세를 고친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최근의 연구 역시 사람들이 감정적인 영화를 같이 보거나, 함께 노래할 때 심장박동과 호흡리듬이 공조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지도자나 지도자를 따르는 사람은 매우 훌륭한 ‘라포르’(rapport)라는 유대감을 형성하는데 이럴 때 뇌파는 같은 패턴으로 변한다. 사랑하는 커플은 같이 있기만 해도 심장과 호흡은 물론 뇌파 패턴의 싱크로는 높아지는 것을 과학자들은 밝히고 있다.

하이파대학(University of Haifa)의 시몬 샤마이-츄리(Simone Shamay-Tsoory) 교수 및 이리트 바이스만-포겔(Irit Weissman-Fogel) 조교수가 공저자로 참여한 이번 논문은 고통과 신체접촉에 대한 개인 공조현상을 탐험한 첫 번째 사례이다.

저자들은 이번 연구가 헬스케어에서 아편 같은 진통제가 없이도 신체접촉이 진통을 진정시키는 선택사항이 될 수 있는지 논의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골드스타인은 현재 4살인 자기 딸이 출생할 때를 참관한 뒤 이 같은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내 아내는 고통에 있었을 때, 생각나는 것은 오로지 ‘아내를 돕기 위해서 뭘 할 수 있지’라는 것 뿐이었다. 아내에게 손을 내밀었더니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골드스타인은 “나는 이 경험을 실험실에서 확인하고 싶었다. 단지 신체접촉만 가지고도 고통을 진짜로 줄여줄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왜 일까?”

골드스타인은 오래 동안 이성애적인 성관계를 맺어온 22쌍의 커플을 모집했다. 23세에서 32 사이의 커플을 대상으로 분만실을 모방한 장치를 해 놓고 일련의 실험을 벌였다.

남자들은 관찰자 역할을 하도록 했으며, 여성은 고통이 겪는 대상이다. 측정장비가 두 사람의 심장과 호흡을 측정했다. 두 사람이 같이 앉았지만 신체접촉은 없도록 하고, 두 사람이 손을 잡고 같이 앉게 하거나, 혹은 떨어진 방에 앉도록 했다. 이 세 가지 경우에서 모두 여성의 팔뚝에 미지근한 열을 가해 약간의  고통을 당하도록 했다.

두 사람은 함께 앉아있는 것 만으로도 어느 정도 생리학적인 공조현상이 나타났다. 그러나 여성이 통증에 빠졌지만, 남자가 여성을 신체적으로 접촉할 수 없었을 때 공조현상은 끊어졌다.

남성이 여성의 손을 잡아주고 나서야 두 사람의 심장과 호흡은 공조현상을 다시 벌이면서 여성의 통증은 줄어들었다.

신체접촉은 개인공조현상을 일으킨다. ⓒPixabay
신체접촉은 개인공조현상을 일으킨다. ⓒPixabay

“통증은 전체적으로 사람 사이의 공조현상을 완전히 중단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신체접촉은 이 공조현상을 돌려줬다”고 골드스타인 박사는 마했다.

그의 이전 연구는 남성이 여성에 대해서 더욱 공감할수록, 신체접촉에 의해 여성의 통증은 더욱 많이 줄어든 것을 보여줬다. 생리학적으로 더욱 강하게 공조할수록 여성은 통증을 덜 느꼈다.

분만실에서 남편이 해야 할 일은

그러나 줄어든 통증이 공조현상을 증가시키는지, 혹은 그 반대로 공조현상이 늘어나면서 통증이 줄어드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골드스타인 박사는 “신체접촉이 공감을 소통하는 도구가 되어서, 결국 진정효과나 혹은 통증해소 효과를 가져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골드스타인은 개인 공조현상은 두뇌의 ‘전대상피질’(anterior cingulate cortex)영역에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전대상피질은 통증, 공감과 심장 및 호흡기능과 관련된 두뇌의 영역이다.

이번 연구는 동성애자 사이에도 같은 효과가 나는지, 혹은 남성이 통증에 시달릴 때도 같은 효과가 나는지에 대해서는 탐구하지 않았다.

골드스타인은 이번 연구가 ‘단순한 신체접촉만으로도 통증을 줄일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되기를 희망하면서, 분만실에서 기다리는 남성에게 다시 한번 조언을 하고 있다.

산모의 손을 잡아주라고.

심재율 객원기자
kosinova@hanmail.net
저작권자 2017-06-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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