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에게 빛을 쪼여 행동을 조종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노트르담 대학교 과학자들은 말라리아 원충의 주요 매개체인 아프리카 얼룩날개 모기(Anopheles gambiae)를 야간에 10분 정도 빛에 노출시키면 무는 것을 억제하고 비행행동을 조종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해 학술지 ‘기생충과 매개체’(Parasites & Vectors) 최근호에 게재했다.
야간에 더 잘 무는 습성을 포함해 먹이 섭취와 산란, 비행 같은 모기의 주요 행동은 주로 특정시간대에 이루어진다. 살충제로 처리한 침대 모기장과 벽은 모기 물림을 방지하고 말라리아를 줄이는데 도움을 줬으나 연구자들은 모기가 이런 예방 환경에 적응해 사람들이 모기장 안에 있지 않거나 밖에 있는 초저녁과 이른 아침에 잘 문다고 말한다.

모기가 기존 방제법에 적응해 새 방법 필요
세계보건기구(WHO)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2억2000만명이 말라리아에 감염돼 42만90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며, 이중 대다수는 어린이들이다. 이 같은 통계는 지구촌 곳곳에서 여전히 효과적인 모기 방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생리주기 분자생물학과 포유류 및 모기의 광생물학을 전공한 자일스 더필드( Giles Duffield) 노트르담대 생물학과 조교수는 “얼룩날개 모기는 살충제에 대한 저항성을 발달시키는 한편 피를 빠는 시간을 사람들이 침대 모기장 안에 있지 않은 초저녁이나 이른 아침으로 바꿔 모기 예방책에 적응하고 있다”며, “그래서 처음에 효과적이었던 모기 예방법들이 효과를 잃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때문에 모기 방제와 예방을 위한 새로운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백색광에 10분 노출
더필드 교수팀은 이번 연구를 위해 모기들을 여러 시험 및 대조군으로 나눠 모기들이 활발하게 피를 빨 대상을 물색하면서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선호도를 시험했다. 대조군 모기는 어두컴컴한 곳에 있게 하고 시험 대상 모기들은 백색광에 10분 동안 노출시켰다. 연구팀은 이어 빛을 비춘 직후와 그 이후 2시간마다 모기가 어떻게 무는지를 조사했다. 연구원들은 감염되지 않은 모기들이 잘 물 수 있도록 팔을 모기가 들어있는 모기장 안에 고정했다. 시험 결과는 주목할 만한 억제 효과를 나타냈다.
또다른 실험에서는 두 시간마다 모기들에게 빛을 비췄다. 연구팀은 이 다중 빛 노출을 통해 밤 12시간 중 상당 시간 동안 모기가 무는 것을 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지속 조명보다 주기적 조명이 효과적
더필드 교수는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짧은 빛 조명이 모기가 물려고 하는 속성에 영향을 미쳐 빛을 비춘 후 네 시간 동안 효과가 지속된다는 점”이라며, “이 방법은 말라리아 전염을 줄이기 위해 확립된 기존의 통제방법을 보완하는 효과적인 도구로 입증된다”고 밝혔다.
더필드 교수는 모기가 주기적으로 비춰진 빛에 적응할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빛을 계속비추는 것보다 주기적으로 비추는 것이 더 효과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현재 실제 생활에 적용이 가능한 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수면에 덜 방해가 되는 붉은 빛과 같은 다른 파장을 가진 빛의 효과를 시험하고 있다.
- 김병희 객원기자
- kna@live.co.kr
- 저작권자 2017-06-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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