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형 당뇨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 중 많은 수가 거의 매일 손가락에서 피를 뽑아 혈당수치를 잰다. 측정치가 정상이면 괜찮지만 만약 지속적으로 정상 범위를 벗어나 있으면 원인을 찾아 조정을 하고, 심하면 인슐린 투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관행적으로 실시하는 손가락 혈당검사(finger-stick blood test)가 2형 당뇨병 관리에 실제 도움이 될 것인가 의문을 제기하는 연구 결과가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미국 북캐롤라이나대(UNC)의대 연구진은 최근 미국의학협회 내과 저널(JAMA Internal Medicine)에 게재한 중요 논문에서, 이 같은 혈당검사가 인슐린 치료를 받지 않는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 조절이나 삶의 질 향상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이 연구는 미국에서 혈당 모니터링에 대해 1년 간 조사한 최초의 대규모 실용성 연구로서, ‘The MONITOR Trial’로 불리는 무작위 임상시험 결과를 분석한 것이다.

거의 모든 2형 당뇨환자에게 권유돼
2형 당뇨병은 미국에서 11명에 한 명꼴로 만연돼 있는 대사성 만성질환이다. 우리 나라도 30대 이상 성인의 14%, 20대 이상 성인의 10% 정도가 앓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인슐린 치료를 받는 사람들은 그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집에서 손가락 스틱 혈당검사를 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2형 당뇨병 환자 대부분은 인슐린 치료를 받지 않는다. 한데 이 환자들에게도 손가락 혈당검사가 당뇨 조절 효과가 있는지 혹은 환자가 느끼는 점을 개선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진행 중임에도 종종 검사가 권장되고 있다.
논문의 시니어 저자인 카트리나 도나휴(Katrina Donahue) UNC의대 가정의학 연구 책임자는 “이번 연구 결과는 ‘검사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오랜 질문을 집중 조명함으로써 환자와 의료서비스 제공자들이 현재의 임상 관행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검사 하나 안 하나 별 차이 없어”
연구팀은 대상 환자 450명을 세 그룹으로 나눠 연구를 수행했다. 하나는 혈당 모니터링을 하지 않는 그룹, 두 번째는 하루 한번 혈당검사를 하는 그룹, 세 번째는 혈당검사와 함께 인터넷을 통해 환자를 격려하거나 교육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그룹으로 나눴다.
이들 세 그룹에 대해 1년 동안의 임상시험을 거쳐 도출한 결론은 다음과 같다.
● 혈당 조절에서 세 그룹 간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
● 건강과 관련한 삶의 질에서 세 그룹 간 눈에 띄는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 저혈당 현상이 발생하거나 입원, 응급 상황 등에서 눈에 띄는 차이는 없었다. 또 혈당치를 잘 조절하기 위해 인슐린 치료를 시작한 환자 수에서도 차이가 없었다.
도나휴 교수는 “환자와 의료서비스 공급자는 가정에서 혈당검사를 하는 것이 적절한지 여부를 결정할 때 당연히 환자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인슐린 치료를 받지 않는 2형 당뇨환자가 집에서 자가 혈당검사를 하는 것은 유용성에 한계가 있고, 대다수 환자들에게는 비용이 이익보다 더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의 여러 연구 결과 찬반 의견 다양
현재 미국에서는 2형 당뇨환자 2500만명 대부분이 인슐린을 투여하지 않고, 운동과 식이요법 혹은 메트포르민과 같은 약물로 혈당을 조절한다. 이 환자들의 75%는 통상 의료서비스제공자의 권고에 따라 집에서 정기적으로 혈당검사를 하고 있다.
혈당검사 지지자들은 매일검사를 통해 혈당 수치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식이요법과 생활 양식을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과거에도 이를 검증하기 위해 다수의 소규모 임상실험이 실시됐으나 분석 결과가 다양했다. 몇몇 연구는 혈당검사가 유익하다는 결과를 내놨으나 다른 연구들은 유익하다는 증거가 없다거나 오히려 이 검사가 해로울 수 있다는 견해도 있었다. 매일 실시하는 검사는 돈이 들 뿐만 아니라 일부 환자에게서는 우울증이나 불안감이 증가해 정신적으로 부담이 되는 측면이 있다.

“매일 혈당검사는 인슐린 치료를 받기 시작할 때부터 해야”
논문 제1저자인 UNC의대 내분비학자 로라 영(Laura Young) 박사는 “어떤 유형의 검사든 연구 결과에 차이가 없었다”며, “개선된 자가 혈당 측정도 일상생활의 실용성 측면에서 추가적인 건강상의 이득을 주지 못 했다”고 밝혔다.
또 이 혈당검사에 관해서는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어떤 합의가 이루어진 게 없다는 것. 그는 “표준지침이 없기 때문에 만성 당뇨병과 싸우고 있는 환자들에게는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고, 결국에는 환자들이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당뇨병 환자들은 혈당 모니터링 필요성을 자신의 의료서비스 제공자와 상의해야 한다. 만약 환자와 의사가 혈당 매일검사를 할 필요가 없다고 결정하면 적어도 인슐린 치료를 받아야 할 때까지 해마다 수백달러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 김병희 객원기자
- kna@live.co.kr
- 저작권자 2017-06-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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