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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준래 객원기자
2017-05-22

AI가 신약 개발도 가속화 후보 물질 선별하는 스크리닝 시스템 '아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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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전 세계 80여 개국에서 매년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고혈압 치료제가 있다. 바로 미국의 글로벌 제약사인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가 개발한 캡토프릴(cartopril)이다.

이른바 ‘블록버스터(blockbuster)급 의약품’이라 불리는 이 같은 신약을 개발하려면 얼마나 많은 비용과 시간이 투입되어야 할까? 약품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평균 10∼15년에 1조원이 넘는 자금이 들어가야 하나의 신약이 탄생하게 된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신약개발 기간을 줄이는 시스템이 개발되고 있다 ⓒ Atomwise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신약개발 기간을 줄이는 시스템이 개발되고 있다 ⓒ Atomwise

비용과 시간의 대부분은 신약 후보 물질을 찾아내는 과정에 투입된다. 일만 여개에 달하는 수많은 물질 중에서 임상 이전의 단계로 올라갈 수 있는 후보를 골라내는 과정인 만큼, 확률도 희박하다. 기껏해야 2% 정도인 200여개에 불과하다.

물론 여기서 끝나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사람에게 투여하는 임상 시험 단계의 물질은 5% 남짓인 10개 미만이고, 그 중에서 최종적으로 하나가 선택되어 신약이 탄생하게 된다.

그런데 최근 들어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하여 신약개발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신개념의 시스템이 개발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하여 신약 후보물질 선별

첨단기술 정보 포털인 싱귤래리티허브(Singularity Hub)는 미국의 신약개발 전문 스타트업이 수개월 씩 소요되는 후보물질 선별 과정을 단 하루 만에 해치울 수 있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개발 중이라고 보도하면서, 완성된다면 현재의 신약개발 기간이 대폭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관련 기사 링크)

신약 개발 과정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고된 노동’이라 할 수 있다. 엄청난 인력과 시간을 투입하여 끊임없이 유사한 과정을 반복하면서도, 순간순간마다 정교함을 잃지 말아야 하는 것이 바로 신약 개발 과정이다.

신약 개발 과정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고된 노동’이라 할 수 있다 ⓒ Atomwise
신약 개발 과정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고된 노동’이라 할 수 있다 ⓒ Atomwise

특히 신약 개발의 초기 단계인 후보 물질 선별 과정은 그야말로 중노동에 가깝다. 스크리닝(screening)이라 불리는 선별 과정은 여러 물질 중에서, 특정한 성질을 갖는 후보 물질을 일일이 골라내는 과정을 말한다.

운이 좋으면 시작한 지 얼마 안돼서 원하는 후보물질을 찾아낼 수 있지만,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부분은 수천, 수만 번의 실험을 거쳐야 원하는 하나의 물질을 찾아낼 정도로 가능성이 낮다.

미국의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아톰와이즈(Atom Wise)사는 이 같은 스크리닝 과정을 단 하루 만에 완수하겠다고 선언한 스타트업이다. 수개월 씩 걸리던 신약 개발 초기 단계를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다고 나섰다.

난치병에 대한 신약 후보물질 찾아내

‘아톰넷(AtomNet)’이라 명명된 이 스크리닝 시스템은 서로 다른 후보 물질들의 상호작용을 인공지능으로 분석하여 물질 별 분자들의 행동과 결합 가능성을 학습하고 예측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마치 과거 학창 시절에 양성자와 중성자, 전자 사이의 연결을 이해하기 쉽도록 선생님이 파이프와 스티로폼을 이용하여 만들었던 원자의 3차원 모델처럼, 아톰넷은 디지털 3차원 분자 모델을 이용하여 구조의 안정성을 분석하고,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한다.

아톰와이즈의 발표에 따르면 아톰넷은 단 하루에 100만 개의 화합물을 선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방법대로라면 선별 과정에만 수개월 씩 걸린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 같은 성능에 대해 아톰와이즈의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알렉산더 레비(Alexander Levy) 이사는 “아톰넷은 신약을 보다 빠르고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소개하며 “과거 진행했던 수많은 신약 연구 사례의 데이터들을 집대성함으로써 정확하면서도 빠른 예측을 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아톰넷은 디지털 3차원 분자 모델을 이용하여 후보물질을 선별한다
아톰넷은 디지털 3차원 분자 모델을 이용하여 후보물질을 선별한다 ⓒ Atomwise

아톰넷은 일종의 소프트웨어에 불과하다. 따라서 신약을 발명하거나, 두 가지 분자의 조합이 어떤 효과적인 약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를 추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레비 이사의 설명이다.

그는 “다만 아톰넷을 통해 새로 만들어진 화합물이 어떤 질병에 효과가 있는지를 예측할 수는 있다”라고 밝히며 “연구진은 이런 예측을 바탕으로 수천 가지 경우의 수를 수십 가지 이하로 줄여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 기능”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예측 기능을 활용하여 아톰와이즈는 이미 에볼라와 다발성경화증의 두 가지 질병에 대한 신약후보 2개를 발견했다. 에볼라 관련 신약은 상호 심사 저널에서 추가 분석 과정 중에 있고, 다발성경화증 신약은 영국 제약회사의 임상 허가를 받은 상태다.

이 뿐만이 아니다. 레비 이사는 “암 관련 데이터를 아톰넷으로 분석하여 새로운 항암제 후보물질까지 확보했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에서는 아톰와이즈 같은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스타트업들이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투사(twoXAR)’라는 이름의 스타트업은 단백질의 상호작용과 진료 기록, 그리고 유전자 발현 등 방대한 생의학 데이터와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활용하여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7-05-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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