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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준래 객원기자
2017-05-15

새 수술법, '무혈'과 '자가 수혈'이 뜬다 협진으로 수혈 문제 해결… 자신의 피 모아 재주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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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목숨을 구하던 의술(醫術)이 오히려 사람의 생명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면? 생각하기조차 싫은 가정이지만,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엄염한 현실이다. 물론 모든 의술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논의하고자 하는 의술은 바로 ‘수혈(輸血)’이다.

최초의 수혈은 지난 17세기에 시작되었지만, 오늘날의 혈액형별 맞춤 수혈 시스템이 자리를 잡은 것은 20세기 초다. 이후 수혈은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는 대표적 의술로 꼽히게 되었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상까지 받는 영광을 누렸다.

연도별 수혈 부작용 보고 건수 (단위 : 건) ⓒ 질병관리본부
연도별 수혈 부작용 보고 건수 (단위 : 건) ⓒ 질병관리본부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수혈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에이즈(AIDS) 같은 신종 전염병의 전염 경로가 되는가 하면,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거부반응 등이 발생하면서 수혈의 부정적 측면이 드러나게 된 것.

이에 의료계는 수혈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수술 방법을 다각도로 찾고 시작했고, 최근 들어서는 ‘무혈 수술’과 ‘자가 수혈 수술’ 등을 통해 수혈 시 나타나는 문제점들을 조금씩 극복해 나가고 있다.

무혈 수술은 별도의 수혈 없이 이뤄지는 수술

무혈(無血) 수술은 말 그대로 수혈 없이 이뤄지는 수술을 뜻한다. 과거에는 종교적인 이유로 수혈을 거부하는 사람들 때문에 암암리에 시행되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혈액이 부족한 상황과 수혈에 따른 부작용 등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수술법으로 각광 받고 있다.

수혈은 다른 사람의 생체 조직을 그대로 받는 행위다. 따라서 자신의 신체 면역계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로 암환자에 대한 수혈이 면역력을 더 떨어뜨려 암 재발을 증가시킨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다.

하지만 뭔가 불안하다. 혹시 수혈을 받지 않아서 환자의 생명이 위태로워지지는 않을까? 이 같은 의문에 대해 수혈 전문가들은 기우에 불과하다고 강조한다. 수혈을 받지 않아 위험해질 확률보다, 수혈을 받아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크다는 것이다.

외과 수술의 흐름이 되도록 수혈을 하지 않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 HowStuffWorks.com
외과 수술의 흐름이 되도록 수혈을 하지 않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 HowStuffWorks.com

심장질환 전문 병원인 세종병원의 보고서를 살펴보면 이런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보고서에는 최근 10년간 100명 이상의 환자가 수혈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심장수술을 받은 사항이 기록되어 있는데, 사망률이나 합병증 발생률이 수혈을 한 환자들보다 훨씬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세종병원의 관계자는 “미국이나 유럽 등 의료 선진국에서는 무혈 수술이 이미 보편화된 지 오래”라고 전하며 “많은 병원들이 수혈을 아예 하지 않거나 수혈량을 최소화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수술의 부위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대다수의 외과 전문의들은 아무리 복잡한 수술이라도 사전 준비만 철저하다면 수혈 없이 수술을 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동의하고 있다. 다만 수술을 집도하는 외과의사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내과나 마취과 등 관련 전문의들의 유기적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빈혈 환자라면 수술 전에 철분제나 조혈 호르몬을 적절히 사용하여 치료해야 하며, 수술과정에서 대량 출혈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지혈제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출혈을 줄이는 방법 등이 이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자신의 피를 모아 재주입하는 자가 수혈 수술

수술 과정에서 피를 흘리지 않는 것이 좋겠지만, 어쩔 수 없이 출혈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무혈 수술이 아직 의료계에서 완전히 정착된 기술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경우를 대비한 ‘자가 수혈 수술’이 새로운 수술법으로 조명을 받고 있다.

자가 수혈은 다른 사람의 피가 아닌 자신의 피로 수혈을 받는 것을 말한다. 수혈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술 과정에서 흘리는 피를 다른 사람의 피로 보충하기 위함인데, 이때 자신이 흘린 피를 모아서 다시 체내로 주입하는 것이 자가 수혈의 핵심이다.

아무리 혈액형이 같더라도 다른 사람의 피가 몸에 들어오면 크고 작은 거부반응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수혈 받은 혈액을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이물질로 보고 체내 면역세포가 이를 공격하는 것이다.

수혈과 관련한 거부반응 사례를 조사한 질병관리본부의 자료에 따르면 발열이나 두드러기 등의 알레르기 증상이 대표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수혈 받은 피가 체내에서 덩어리져 혈관을 막는 것도 면역 거부반응의 일종인 것으로 밝혀졌다.

원심성 세포 세척장치의 외관
원심성 세포 세척장치의 외관 ⓒ Dreamstime.com

자가 수혈 수술은 이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혈 수술과 함께 외과 수술의 또 다른 대안으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물론 자가 수혈이라고 해서 외부로 나온 피를 무작정 회수하여 주입하는 것은 아니다. 수술 중 발생하는 혈액을 모아서 적혈구 등을 분리한 뒤 재주입하는 ‘원심성세포세척장치(centrifugal cell washing apparatus)’라는 장비를 활용하여 자가 수혈을 한다.

모아진 피를 원심분리기로 돌려 적혈구 및 백혈구, 혈소판 등으로 분리 한 뒤, 혈액에서 산소를 운반하는 기능을 가진 적혈구를 분리하여 재주입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기존 수술법이라면 혈액의 양을 6~10팩 정도 준비해 놔야 하지만, 원심성세포세척장치를 사용하면 그 양을 1팩 정도로 줄일 수 있다”라고 말하며 “헌혈이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자가 수혈은 혈액 부족의 대안이 될 수 있다”라고 기대했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7-05-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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