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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7-03-09

종양 촉진자를 공격자로 바꿔 암 치료 유방 전이암 퇴치에 선ᆞ후천 면역 결합요법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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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암 치료에서 새로운 면역치료요법이 활발히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면역치료법을 적용하면서 인체 전체가 가지고 있는 질병 퇴치 면역시스템을 모두 활용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미국 다나-화버 암연구소 연구진은 선ᆞ후천 면역 결합요법을 활용해 전이 유방암 치료에서 뛰어난 효과를 거뒀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면역치료법은 외래 침입자나 병든 세포에 정밀 공격을 가하는 전문화된 세포그룹으로 형성된 후천성 적응 면역계(the adaptive immune system)에서 작용한다. 이와 달리 자연적인 선천성 면역(innate immunity) 시스템에서는 일부 면역세포가 적과의 전투 중에 손을 놓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암 성장을 도울 수가 있다.

미국 하버드의대 수련병원인 다나-화버 암연구소(Dana-Farber Cancer Institute) 연구진은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최근호에 발표한 연구에서 이 같은 선천성 면역세포의 행태를 뒤집어 종양 촉진자에서 종양 억제자로 바꾸는 화합물을 이용, 실험용 쥐의 유방암 세포를 줄어들게 하고 원격 전이를 억제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화합물을 화학요법이나 또다른 면역요법과 병용했을 때 종양이 사그러드는 관해(remission) 기간이 현저하게 연장됐다고 덧붙였다.

주사전자현미경으로 찍은, 면역세포의 하나인 호중구(노란색)가 탄저균(오렌지색)을 잡아먹고 있는 장면.  사진 : Wikipedia / Volker Brinkmann
주사전자현미경으로 찍은, 면역세포의 하나인 호중구(노란색)가 탄저균(오렌지색)을 잡아먹고 있는 장면. 사진 : Wikipedia / Volker Brinkmann

암세포에 있는 대식세포가 암 성장 도와

저자들은 이번 발견이 인체 암을 치료하는 모든 치료법을 병용 투입해 총력전을 펼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말했다.

논문 제1저자인 제니퍼 게리에로(Jennifer Guerriero) 박사는 “현재 행해지는 대부분의 암 면역요법은 적응 면역시스템의 일부인 T세포에 종양세포를 공격하거나 공격에서의 장애물을 제거하는 법을 ‘가르쳐’ 암을 치료하는 방식”이라며, “이 전략은 여러 유형의 암에 효과적이기는 하지만 일부 환자에게만 유용하기 때문에 이번 연구를 통해 선천 및 후천 면역성을 모두 활용하면 얼마나 탁월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 알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종양 관련 대식세포(tumor-associated macrophages, TAMs)로 알려진 선천 면역계 세포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 대식세포들은 종종 종양 안에 깊숙이 내장된 상태로 발견되곤 한다. 이들은 질병을 방어하는 면역계의 일부지만 거꾸로 종양 성장을 촉진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함으로써 종양이 발하는 신호에 반응한다.

대식세포(작은 백색 세포)가 크고 뾰족한 암 세포(사진 가운데)에 붙으면 암 세포를 죽이는 독소를 주입한다. 암 세포 깊숙이에 있는 대식세포는 오히려 종양 성장을 촉진해 이를 공격자로 전환시켜 암 치료에 활용하는 연구가 나왔다. 그림 : Wikipedia / Susan Arnold (photographer)
대식세포(작은 백색 세포)가 크고 뾰족한 암 세포(사진 가운데)에 붙으면 암 세포를 죽이는 독소를 주입한다. 암 세포 깊숙이에 있는 대식세포는 오히려 종양 성장을 촉진해 이를 공격자로 전환시켜 암 치료에 활용하는 연구가 나왔다. 그림 : Wikipedia / Susan Arnold (photographer)

암이 ‘이유 없이 치유되지 않는 상처’인 이유

대식세포의 역할은 인체를 보호하는 것이든 파괴하는 것이든 상관 없이 주변 환경에서 나오는 신호에 달려있다. 예를 들면 대식세포는 상처 치유에서 손상된 조직을 처리하고 영향 받은 부위를 회복하는 면역계 요소를 통제한다. 그러나 대식세포는 이 지원 기능 중 일부를 빼내 암 성장을 돕는 것과 같은 엉뚱한 일을 하는데 쓴다. 이 때문에 암은 ‘이유 없이 치유되지 않는 상처’라는 말이 나온다.

다나-화버 과학자들과 동료 연구진은 이전 연구에서 TMP195로 알려진 화합물이 종양 관련 대식세포(TAM)를 종양 성장 촉진자에서 공격자로 전환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TMP195는 선택적인 혁신 신약인 IIa급 HDAC 저해제로, 종양 관련 대식세포 안에서 유전자 활성을 변화시켜 이 세포의 반응을 바꿔버린다

이번 연구에서 TMP195는 유방 종양이 있는 실험용 쥐의 종양 성장률을 크게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어 TMP195를 다양한 화학요법과 병용하기도 하고 T세포 체크포인트 저해 면역치료와 결합시켜 치료를 시도해 봤다. 두 경우 모두 TMP195 단독요법보다 유방암 관해가 더 오래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천 면역계의 대식세포를 활용한 암 치료법을 발표한 다나-화버 암연구소의 앤서니 리타이 박사(왼쪽)와 논문 제1저자인 제니퍼 게리에로 박사 Credit: Dana-Farber Cancer Institute
선천 면역계의 대식세포를 활용한 암 치료법을 발표한 다나-화버 암연구소의 앤서니 리타이 박사(왼쪽)와 논문 제1저자인 제니퍼 게리에로 박사 Credit: Dana-Farber Cancer Institute

“선천 면역계 활용은 암 치료의 새 전선”

글라소스미스클라인 제약사의 마이클 놀런(Michael A. Nolan)박사와 함께 논문의 공동 시니어 저자인 다나-화버의 앤서니 리타이(Anthony Letai) 박사는 “대식세포가 일단 암 공격자로 전환된 뒤에는 종양에 대한 면역계 공격의 지휘자 역할을 한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IIa급 HDAC 저해제가 암 치료에서 대식세포의 항암 능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약제임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의 암 치료는 화학요법이나 방사선 치료, 종양 자체에 작용하는 표적 치료뿐만 아니라 선천 면역계와 후천성 적응 면역계에 모두 작용하는 치료법 조합을 포괄할 것 같다”며, “선천 면역계 활용은 암 치료에서 흥미진진한 새로운 전선”이라고 덧붙였다.

김병희 객원기자
kna@live.co.kr
저작권자 2017-03-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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