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여름 미국 보스턴 어린이병원과 하버드의대 연구진은 유전자 치료법으로 귀 먹은 쥐의 초보적인 청력을 회복했다는 보고를 한 바 있다.
그로부터 1년 반이 지난 최근 보스턴 어린이병원 연구팀은 하버드의대 부설 매서추세츠 안이 병원(Massachusetts Eye and Ear)에서 개발한 향상된 유전자 치료 매개체(벡터)를 이용해 25데시벨 정도의 속삭임까지 들을 수 있는 훨씬 높은 수준의 청력을 회복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 새로운 벡터를 이용한 쥐 실험 연구가 과학저널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러지’(Nature Biotechnology) 6일자 온라인판에 연이은 두 개 논문으로 게재됐다.
첫 번째 논문은 새로운 합성 벡터인 Anc80이 귀의 달팽이관으로 유도된 후 도달하기 힘든 바깥 쪽 유모(有毛)세포에 유전자를 안전하게 전달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그림 참조). 이전의 벡터들은 달팽이관의 안쪽 유모세포에만 도달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에는 하버드의대 시니어 연구원인 보스턴 어린이병원의 제프리 홀트(Jeffrey R. Holt) 박사와 매서추세츠 안이병원의 콘스탄티나 스탠코비치(Konstantina Stankovic) 박사 그리고 2015년 매서추세츠 안이병원 그루스벡 유전자 치료센터에서 Anc80 개발을 이끈 루크 밴덴버그(Luk H. Vandenberghe) 박사가 참여했다.

난청 유전자 치료의 교두보 확보
하버드의대 이비인후과 부교수이자 매서추세츠 안이병원 귀수술 전문의인 스탠코비치 박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Anc80이 내이(內耳)의 타겟 세포들에 대한 침투 측면에서 놀랍도록 잘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며, “인간에게 난청을 유발하는 유전자는 이미 100개 이상 알려져 있기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이 기술로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버드의대 이비인후과 조교수이자 보스턴 어린이병원 이비인후과 그웨낼 젤레옥(Gwenaëlle Géléoc) 박사가 주도한 두 번째 논문은 Anc80을 사용해 가장 일반적인 선천성 난청과 시각장애의 유전형 질환으로서 몸의 균형 유지 기능도 손상시키는 어셔 증후군 쥐 모델에 대해 특별히 교정된 유전자를 전달하는 내용을 다뤘다.
젤레옥 박사는 “이 치료전략은 우리가 시험한 것 중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바깥 유모세포가 소리를 증폭시켜 안쪽 유모세포로 하여금 더욱 강력한 신호를 뇌에 전달함으로써 전에는 결코 달성할 수 없었던 수준으로 청각과 전정 기능을 되살려 작동케 하는 시스템을 갖추게 되었다”고 말했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유전자 요법 도입
젤레옥 박사팀은 사람에게서 어셔 증후군 타입 1C를 유발하는 것과 같은 돌연변이가 쥐에서도 나타나는 Ush1c 돌연변이 쥐를 연구했다. 이 돌연변이는 하모닌(harmonin)이라 불리는 단백질의 기능을 정지시킨다. 그 결과 소리를 듣고 뇌로 신호를 보내는 감각 유모세포 뭉치의 상태가 나빠지고 혼란에 빠지면서 심각한 청각 손실을 초래한다.
이런 상태에서 교정된 Ush1c 유전자를 쥐의 내이(內耳)에 주입하자, 달팽이관 안팎의 유모세포가 정상적인 길이의 하모닌을 생성하기 시작했다. 전자기록으로 측정한 결과 유모세포는 정상적인 뭉치를 형성해(그림 참조) 음파에 반응하고 뇌에 신호를 보냈다.

달팽이관 임플란트보다 좋은 점 많아
가장 중요한 것은 출생 직후 치료받은 귀 먹은 생쥐가 듣기 시작했다는 점. 젤레옥 박사팀은 생쥐가 갑작스런 큰 소리에 놀라서 뛰는지의 여부를 감지하는 ‘놀람 상자’를 통해 이 사실을 처음 보여주었다. 이어 더욱 민감한 테스트로서 뇌의 청각영역에서 반응을 측정할 때 실험 쥐는 훨씬 조용한 소리에 반응했다. 25마리 중 19마리가 80데시벨보다 더 조용한 소리를 들었고, 일부는 정상적인 쥐와 같이 25~30데시벨 정도의 부드러운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젤레옥 교수는 “이제는 그들에게 속삭일 수 있고, 쥐들은 속삭임을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보스턴 어린이병원에서 어셔 증후군을 연구하고 있는 유전성 난청 전문의인 마가렛 케나(Margaret Kenna) 박사는 이 연구에 열광하고 있다. 그는 “어린 나이에 고유의 청력을 안정화하거나 개선할 수 있다면 어린이가 말을 배우고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엄청나게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케나 박사는 “달팽이관 임플란트도 좋지만 스스로의 청력을 회복하면 소리 주파수의 범위를 파악하거나 목소리와 음악, 배경 소음의 뉘앙스를 알고 소리가 어느 방향에서 오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 훨씬 낫다”며, “그와 함께 신체 균형도 향상돼 어셔 증후군 환자들의 이동이 더욱 용이하고 안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생 직후 치료받아야 효과
연구팀은 또 Usher 1c 돌연변이를 가진 환자나 실험 쥐는 전정기관의 유모세포 손상에 의해 몸의 균형 유지에도 문제가 있기 때문에 유전자 치료가 몸의 균형도 회복시키는지를 시험했다. 시험 결과 유전자 치료를 받은 쥐는 전정기관 이상(그림 참조)에 따른 불규칙한 움직임이 제거되었고, 다른 시험에서는 치료 받은 쥐가 회전막대에서 떨어지지 않고 오랫 동안 붙어있을 수 있었다.
이 기술이 환자들에게 적용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작업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주의점은 실험 쥐들은 출생 직후 바로 치료를 받았으며, 10~12일이 지난 후 치료를 받으면 청각이나 신체 균형이 회복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그 이유를 알기 위해 후속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 일찍 치료를 받았을 때 그 효과는 최소 6개월 동안 지속됐고, 치료 후 6주에서 세 달 사이에 약간의 효과 감소가 나타났다. 연구진은 더 많은 동물들에게 치료 시험을 해볼 수 있기를 희망하는 한편 다른 형태의 선천성 난청에 대해서도 새로운 치료법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
유전자 치료 통해 처음으로 청각과 신체 균형 회복
어셔 증후군은 망막에 있는 빛 감지 세포를 점차 약화시켜 눈을 멀게도 한다. 이번 연구에서는 시력회복 테스트를 하지 않았으나 다른 질병에 대해서 이미 유전자 치료가 시작되고 있다.
젤레옥 교수는 “우리는 벡터가 망막에서도 잘 작동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며, “망막 열화는 느리게 진행되기 때문에 치료를 위해 좀더 길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버드의대 안과학 조교수이기도 한 밴덴버그 박사는 “실명에 대한 유전자 치료는 난청보다 앞서있으나, 이번 연구는 미래의 난청 유전자 치료를 위한 중요한 진전”이라며, “어셔 증후군의 경우 궁극적으로 시력장애와 난청 치료법을 결합하는 것은 설득력이 있고 우리가 희망하는 바”라고 말했다.
두 번째 논문의 공저자로 보스턴 어린이병원 이비인후과 연구 책임자인 홀트 박사는 “이번 연구는 획기적”이라며, “논문에 썼듯이 처음으로 올바른 유전자 서열을 귀의 수많은 감각세포에 전달해 청각과 몸의 균형을 거의 정상적인 수준으로 회복시켰다”고 강조했다.
- 김병희 객원기자
- kna@live.co.kr
- 저작권자 2017-02-07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