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한참 젊은 24세의 한 여성이 있다. 그녀는 20세이던 2012년 12월에 온몸이 마비되는 루게릭병(ALS) 진단을 받았다.
얼마나 놀랬을까. 가족들은 온갖 노력을 다 기울였지만, 반 년 만에 그녀의 온몸은 완전히 마비돼 2013년 3월부터는 인공적인 수단으로 외부와 소통했다. 음식물은 튜브로 공급했으며 집에서 돌봐줬다.
눈동자를 굴려 의사소통을 하는 장비를 사용했지만, 2014년 8월부터는 그 장비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부모는 딸에게 눈동자를 오른쪽으로 움직이면 ‘네' 왼쪽으로 움직이면 ‘아니요’라는 의사표시를 하도록 훈련시켰다.
그것도 2015년 1월부터 어려워지자, 이 젊은 여성은 입을 오른쪽으로 씰룩하는 것으로 ‘네’라는 신호를 보내려고 했지만, 매우 불규칙함에 따라 부모는 믿을만한 소통의 수단을 잃어버렸다. 의학적으로 이 여성은 외부와 완전히 단절되기 직전의 상태(on the verge of CLIS)에 빠진 상태이다.
또 다른 68세 여성도 2007년 5월에 루게릭병(ALS) 증세가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해서 2010년 5월에 ‘완전히 외부와 단절된 상태’ (CLIS completely locked-in state)로 판정을 받았다. 2007년 9월부터 인공적으로 외부와 소통을 해 왔으나 2010년부터는 눈이나 다른 근육도 안 움직였으며 어떤 보조장치로도 외부와 소통이 되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CLIS상태의 루게릭 병 환자가 외부와 소통할 방법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이들이 최근에는 외부와 소통을 하기 시작했다.
인공장치 전혀 듣지 않는 CLIS 환자 4명 외부소통 성공
루게릭 병이 심해지면, 환자들은 뇌의 기능은 살아있지만, 말을 하거나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하고, 심지어는 눈도 깜빡 못한다. 이들은 사람의 소리도 듣고, 누가 만지면 느끼기도 하고, 물론 볼 수도 있지만, 자신의 의사를 외부로 표시할 수가 없다.
이렇게 신체에 완전히 갇혀있는 사람의 고통과 절망을 사지가 멀쩡한 사람들은 이해할 수 있을까? 혹시 이런 사람 옆에서 원망하거나, 헐뜯거나 아니면 저주하는 소리를 한다면, 대꾸도 못하고 듣기만 하는 그 사람의 심정은 얼마나 괴로울까.
뇌는 살아있는데 다른 기능이 마비되는 질환은 심장병이나 뇌손상, 약물과용이나 순환계질환 또는 신경계질환 등의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다.
이런 사람을 돕기 위해 수술하지 않고 사람의 머리에 특수 모자를 씌워 뇌파를 측정, 이를 컴퓨터에 연결해서 사람의 생각을 읽는 ‘뇌컴퓨터’ 기능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최근 스위스 바이스 센터(Wyss Center) 연구팀은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CLIS) 상태의 환자와 의사소통을 하는 뇌컴퓨터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지난 1월 31일 과학저널 플로스(PLOS)에 발표했다.
논문의 주저자이며 스위스 바이스센터(Wyss Centaer) 연구원인 닐스 비르바우머(Niels Birbaumer)는 “놀랍지는 않지만, 기쁘다”고 CNN과 인터뷰에서 말했다. 바우머는 “약간의 훈련을 받으면 보통 사람은 누구든지 이 장치를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술 없이 환자 머리에 특수 모자 씌워 사용
이 시스템은 뇌의 혈액 흐름과 산화(oxygenation)를 측정하는 ‘기능성 근적외선분광법’(fNIRS functional near infrared spectroscopy)과, 뇌의 전기적 활동을 측정하는 뇌전도(EEG electro encephalo graphy) 모자를 같이 사용했다.
이 장치로 외부와 소통한 환자는 68세의 여성, 76세 여성, 61세 남성 그리고 24세 여성 등 모두 4명이다.
연구팀은 수 주에 걸쳐 환자에게 ‘예 아니오(yes or no)' 또는 ‘맞다 틀리다 (true or false)’를 묻는 질문을 던졌다. 이때 환자의 생각에 따라 뇌측정기기에 어떤 변화가 나오는지를 분석했다. 환자들이 '예' 또는 '아니요'를 생각할 때의 상태는 뇌 혈액의 산화 정도에 따라 달랐다.
연구원들은 누구나 쉽게 답변할 수 있는 질문을 던졌다. ‘당신은 베를린에서 태어났다’,‘당신 남편 이름은 존이다’, 파리는 독일 수도이다’, ‘파리는 프랑스 수도이다’ 같은 질문이다.
다음에는 환자의 생각과 의지를 볼 수 있는 질문을 던졌다. ‘당신 행복하세요? ’ 같은 질문이다. 이 질문을 되풀이해서 던졌을 때, 환자들은 ‘네’라는 반응을 보였던 것이다.
이런 식으로 연구원들은 누구든지 답을 알 수 있는 질문 200개와 환자가 자기 의사를 표현해야 알 수 있는 오픈퀘스천 40개로 던져서 반응을 봤다.
비르바우머는 2014년에는 비슷한 증상을 가진 환자 1명을 대상으로 ‘근적외선분광법’(NIRS)만 사용해서 소통하는 결과를 논문에 게재한 적도 있다. 25년의 연구결과 끝에 나온 성과였다.
- 심재율 객원기자
- kosinova@hanmail.net
- 저작권자 2017-02-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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