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치주염을 일으키는 박테리아가 염증성 자가면역 질환인 류머티즘 관절염(RA)도 촉발시킨다는 연구가 나왔다. 이번 발견은 관절을 파괴하는 만성 난치병인 류머티즘 관절염의 예방과 치료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진은 학제간 의학저널 ‘과학 중개 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14일자에 발표한 논문에서 치주염을 일으키는 대표적 박테리아인 아그레가티박터 액티노마이세템코미탄스(Aggregatibacter actinomycetemcomitans)가 수많은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에게서도 함께 발견되는 질병의 ‘공통 분모’라고 밝혔다.
이 박테리아에 감염되면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활성화돼 류머티즘 관절염을 촉진시키는 시트룰린화 단백질 생성을 유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의 시니어 저자인 펠리페 안드라데(Felipe Andrade) 부교수는 “이번 연구는 마치 수년 동안 진행해 온 조각그림 맞추기 퍼즐의 마지막 조각들을 맞추는 작업과 같았다”고 말했다.
논문 제1저자인 막시밀리안 코닉(Maximilian Konig) 하버드대 매서추세츠 종합병원 레지던트는 “류머티즘 관절염의 근본 원인을 발견하는데 가장 근접한 연구”라고 자평했다.
의학자들, 치주염과 류머티즘 관절염 상관관계 의심
의학 연구자들은 1900년대 초부터 치주질환과 류머티즘 관절염의 임상적 연계관계를 관찰해 오며 두 질환이 공통적인 요소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의심을 품어왔다. 최근 10년 동안에는 이를 규명하기 위해 치주염 환자에게서 발견되는 포르피로모나스 긴기발리스(Porphyromonas gingivalis)라는 박테리아에 연구의 초점을 맞췄다.
안드라데 교수는 이러한 연계관계를 밝히기 위한 연구들이 모두 실패했으며, 그의 연구팀은 치주염과 류머티즘 관절염과의 흥미로운 연관성 때문에 다른 원인 균을 찾는 노력을 계속해 왔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두 질환의 연계성을 찾기 위해 치주 미생물학과 치주염, 류머티즘 관절염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에게서 관찰된 과정이 치주 질환 환자에게서도 일어난다는 이전의 치주 표본 분석 연구에서 첫 단서를 찾았다. 이 공통 분모는 과시트룰린화(hypercitrullination)로 불린다.
안드라데 교수에 따르면 시트룰린화는 단백질 기능을 조절하는 한 방법으로 모든 사람에게서 자연적으로 일어나지만, 류머티즘 환자에게서는 이 과정이 지나치게 활성화돼 시트룰란화된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축적된다는 것이다. 그 결과 이 단백질에 대한 항체가 생성돼 염증과 함께 류머티즘 관절염의 전형적인 특징인 자기 조직 공격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A.액티노마이세템코미탄스가 호중구의 과시트룰린화 유도
연구팀은 치주질환과 관계된 여러 박테리아 중에서 A.액티노마이세템코미탄스가 호중구의 과시트룰린화를 유도할 수 있는 유일한 병원균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호중구는 면역 백혈구의 하나로 시트룰린화에 필요한 효소인 펩티딜아르기닌 데이미나제(PAD)가 매우 풍부하다. 연구팀에 따르면 호중구는 류머티즘 관절염과 치주질환을 동시에 가진 환자의 관절과 치주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염증 세포로, 여러 해 동안 류머티즘 관절염에서 나타나는 과시트룰린화의 주요 원천으로 연구돼 왔다.
A.액티노마이세템코미탄스는 호스트 면역세포를 죽이기 위한 자기방어 전략으로 류코톡신A[leukotoxin A (LtxA)]라는 독 분비를 통해 과시트룰린화를 일으킨다. 이 독은 호중구의 표면에 구멍을 내 세포 안에 칼슘이 많이 흘러들어가도록 하는데, 이렇게 되면 대량 유입된 칼슘이 PAD 효소를 과발현시켜 과시트룰린화가 나타나는 것.
연구팀은 앞서 호스트 면역세포로 하여금 병원균을 살해토록 하는 기공 형성 단백질이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의 관절에서 과시트룰린화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발견한 바 있다. 안드라데 교수는 이 세포에 구멍을 내는 메커니즘이 류머티즘 관절염 발병과 관계되는 공통적인 기전이라고 말했다.
“장기 연구 통해 예방법 발견 가능” 전망
연구팀은 연구의 한 부분으로 박테리아와 류코톡신A 독을 이용해 혈액검사로 A.액티노마이세템코미탄스에 대한 항체가 있는지를 검출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 방법으로 196명의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를 조사한 결과 거의 절반인 92명이 박테리아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데이터는 치주염 환자의 거의 60%가 이 박테리아에 감염된 것과 유사한 수치다. 그러나 대조군인 건강한 사람들에게서는 11%만이 박테리아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주목할 만한 것은 유전적으로 류머티즘 관절염에 잘 걸릴 수 있는 감수성이 있는 환자들에게는 이 박테리아 감염이 시트룰린화 단백질에 대한 항체 생성의 주요 결정인자라는 사실이다.
안드라데 교수는 연구에 참여한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의 50% 이상이 이 박테리아에 감염된 증거가 없다는 점에 주의를 환기시키고, 그 이유는 인체의 장이나 폐 등에 있는 다른 박테리아가 유사한 기전으로 과시트룰린화를 일으키기 때문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또 이번 연구가 시간적으로 단순히 병을 앓고 있는 상태에서 류머티즘 관절염과 박테리아와의 인과관계를 증명했으나, 병의 시발과 진행과정에서 박테리아의 역할을 추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둘 사이의 관계가 어떻게 결합돼 병이 진행되는지를 알면 치료에 앞서 예방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의 경우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가 현재 15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환자들은 염증을 억제하는 스테로이드계 약물이나 면역치료제, 물리치료 등으로 관절 손상과 변형을 감소시키거나 진행을 늦추고 있다. 그러나 모든 환자에게 적용 가능하지가 않아 다른 치료 대안이 필요한 실정이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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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6-12-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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