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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6-10-28

병원내 감염, 생각보다 심각하다 병실이나 침대도 주요 감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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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은 병원균을 가진 환자들이 모이는 곳이어서 감염 위험이 상존한다. 지난 번 ‘메르스 사태’ 때도 확산 근원지가 병원이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런 위험 때문에 병원에서는 감염 예방을 위한 별도의 부서를 두고 있고, 이를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학회까지 있다.

병균을 옮기는 가장 중요한 원천은 병을 앓고 있는 환자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의료진이 수시로 드나드는 병실도 감염 위험이 높은 곳으로 확인됐다.

연구를 수행한 미국 듀크대 의대 데버릭 앤더슨( Deverick Anderson) 교수는 “모든 형태의 환자 진료, 심지어 병실에서도 질병을 일으키는 미생물과 접촉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며, “의료진들은 병원 환경이 오염될 수 있다는 점을 항상 깊이 숙고해야 한다”고 주의를 촉구했다. 앤더슨 교수는 지난 27일 미국감염병학회(IDSA)와 미국보건역학회(SHEA), HIV의료연합(HIVMA), 소아감염병학회(PIDS)가 주관하는 연례 학술대회(IDWeek)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오염된 의료시설은 교차 오염을 증가시킨다.  ⓒ Wikipedia /Intermedichbo
오염된 의료시설은 교차 오염을 증가시킨다. ⓒ Wikipedia /Intermedichbo

환자-진료환경-의료진 사이로 병균 이동

연구진은 ‘병원균 이동의 3개 축’(transmission triangle)으로 알려지는 △환자 △환자가 진료받는 환경  △의료진 사이에서 병원균이 어떻게 옮겨다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에 착수했다.

이를 위해 듀크대 의료원 중환자실 간호사 40명의 간호사복 소매와 주머니, 몸통 부위에서 균을 채취해 배양했다. 대상 간호사복은 새 것으로 병원균 표본 채취는 근무를 시작하기 전과 후에 각각 실시했다. 이와 함께 간호사가 환자를 돌보는 동안 모든 대상 환자와 환자들의 입원실에 있는 침대, 환자가 옆으로 떨어지지 않게 막아주는 침대 가로널, 보조 손수레에서 균을 채취해 배양했다.

조사 대상은 모두 환자 167명에 간호사는 12시간씩 교대하는 120개 근무조였다. 간호복에서는 2185개, 환자로부터는 455개 그리고 환자의 입원실에서 2919개의 샘플을 모아 배양했다.

분자 수준에서의 분석 결과 간호사복에서는 근무 시작 전엔 균이 발견되지 않았으나 근무 후 옷에 균이 묻어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같은 세균이 환자와 환자의 병실에서도 발견됐다. 주목되는 것은 감염됐을 때  치료가 어려운 항생제 내성 포도상 구균(MRSA)을 포함해 다섯 가지 항생제 내성균이 발견됐다는 점. 이 병원균들이 간호사의 옷에 묻어있다면 환자들에게 옮겨가거나 간호사 자신들이 감염될 위험이 있다.

연구를 수행한 듀크대 데버릭 앤더슨 교수. 사진 : Duke Univ. School of Medicine ⓒ ScienceTimes
연구를 수행한 듀크대 데버릭 앤더슨 교수. 사진 : Duke Univ. School of Medicine

병실에 들어갈 때마다 감염 조심해야

연구팀은 일정한 교대근무 시간에 다섯 개 중 적어도 한 개의 병원균이 환자나 병실에서 간호사복으로 옮아간 12개 사례를 확인했다. 환자에게서 간호사에게로 그리고 병실에서 간호사에게로 옮아간 사례가 각각 6개였다. 추가적으로 발견된 10개 사례는 환자에게서 병실로 옮은 사례였다.

분석 결과 간호사복 소매와 주머니, 그리고 병실 침대의 가로널(bed rails)이 가장 오염이 잘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앤더슨 교수는 “간호사들이 병실에 들어가 환자들과 직접 접촉하지 않고 말만 하면 마치 손을 씻거나 장갑을 끼는 것과 같이 감염 위험을 줄인다고 여길 수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며, “이번 연구 결과는 간호사를 포함한 의료진들은 병실에 들어갈 때마다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증명해 준다”고 말했다.

미국 인터마운틴 의료그룹은 90만개의 입원 허가를 분석해 다제 내성균의 변화 양상을 보고했다.  Credit: Intermountain Medical Center
미국 인터마운틴 의료그룹은 90만개의 입원 허가를 분석해 다제 내성균의 변화 양상을 보고했다. Credit: Intermountain Medical Center

항생제 내성균 변화 양상 보여

한편 이번 미국 감염병 연례학술대회(IDWeek)에서 미국 인터마운틴 병원그룹과 한 의료컨설팅회사(EAC)가 인터마운틴 산하 22개 병원과 제휴클리닉의 입원 허가 90만개를 조사, 분석한 결과 내성균에 의한 질환자 가운데 70%가 외래환자라고 밝혀 30%는 병원 내 감염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연구는 2008년 1월부터 2015년 12월 말까지 8년 동안의 입원 허가 자료를 분석한 것으로, 전체의 1.4%가 내성균에 의한 질환으로 밝혀졌다. 이 환자들은 다제 내성균(MDRO)과 항생제 투여 후 발생할 수 있는 C.디피실레(C. difficile) 균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에 따르면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세균들이 이 지역에서는 최근 변화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제 내성균 가운데 항생제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이 여전히 가장 많이 발견되고 있으나 MSRA나 ESBL, CRE 형태의 E.coli의 비율은 점차 줄어들고, 다제 내성 슈도모나스속인 VRE와 다른 CRE가 의료시설에서 더 자주 발견된다는 것이다.

김병희 객원기자
kna@live.co.kr
저작권자 2016-10-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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