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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6-10-17

전립선암 호르몬 치료, 치매 위험 남성호르몬 차단이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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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립선암 치료에 사용되는 호르몬 요법이 나이와 상관 없이 치매에 걸릴 위험을 두 배나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르몬 요법은 서구에서는 보편적인 전립선암 치료법으로 쓰이고 있고, 우리 나라에서는 주로 말기 전립선암 등에 사용되고 있으나 최근에는 화학요법과 병행해 대상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전립선암은 OECD 국가의 대표적인 남성 암으로, 우리나라에서도 갑상선암 다음으로 가장 빠르게 늘고 있다. 2000년 1304명이던 환자가 2013년 9515명으로 증가해 13년 사이에 7배 이상 급증했다. 50대부터 발병이 늘어나 60대의 발병률이 가장 높기 때문에 전문의들은 50대 이상 남성, 특히 가족력이 있는 사람들은 40대부터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권고한다.

방광 아래에 있는 전립선은 호두알 모양으로 무게는 20g 정도다. ⓒ 국가건강정보포털
방광 아래에 있는 전립선은 호두알 모양으로 무게는 20g 정도다. ⓒ 국가건강정보포털

미국 전립선암 환자 9500명 비교 조사

이번 조사는 미국 펜실베이니아 의대 연구팀이 수행해 ‘미국의학협회 종양학 저널’(JAMA Oncology) 10월 14일자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이들 연구팀은 스탠포드대 연구진과 함께 알츠하이머병과 안드로겐 차단요법(ADT) 사이에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 분비를 차단하는 요법은 서구에서는 1940년대부터 전립선암 치료의 중심 요법으로 자리잡아 미국에서만  50만명 이상의 환자들에게 사용되었다.

이번 연구는 안드로겐의 일종인 테스토스테론 저감 요법이 더욱 광범위한 뇌 인지장애 위험과 연관돼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번 조사는 ADT가 치매 위험을 높인다는 것을 직접 증명하지는 못했으나 9500명 가량의 ADT 치료를 받은 전립선암 환자와 이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의 의무기록 비교를 통해 치매 위험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전립선암은 뼈로 전이가 잘 되는 특성이 있다. PET와 CT로 찍은 뼈 전이 전립선암 모습. 뼈로 전이된 말기 전립선암에서 호르몬 치료를 하면 1~2년 안에 ‘호르몬 불응성 전립선암’이 되기도 해 치료가 어려워진다.    ⓒ Wikimedia / Hg6996
전립선암은 뼈로 전이가 잘 되는 특성이 있다. PET와 CT로 찍은 뼈 전이 전립선암 모습. 뼈로 전이된 말기 전립선암에서 호르몬 치료를 하면 1~2년 안에 ‘호르몬 불응성 전립선암’이 되기도 해 치료가 어려워진다. ⓒ Wikimedia / Hg6996

남성호르몬 수치 낮으면 인지장애 우려

논문 제1저자인 케빈 니드(Kevin T. Nead) 펜실베이니아의대 방사선 종양학과 레지던트는 “이것은 더 이상 학술적인 의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빠른 해답이 필요한 임상 현장의 문제”라며, “연구 결과와 위험의 규모가 매우 유사한 두 개의 논문이 나온 만큼 이에 대해 전향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드로겐은 우리 몸에서 전립선 세포 성장을 자극하는 핵심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전립선암 치료를 위해 안드로겐 생성이나 활동을 억제하는 치료법이 자주 쓰인다.

이 안드로겐 활동을 급작스럽게 줄이는 것은 좋지 않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은 것과 비만, 당뇨, 고혈압 및 심장병 사이에 관련성이 있다는 사실이 이미 밝혀졌고, 이런 질환들은 또한 치매의 위험요소이기도 하다. 최근의 연구는 ADT와 낮은 테스토스테론이 인지 장애와 연관이 있으며, 알츠하이병 환자들은 같은 연령대의 치매에 걸리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은 경향을 보인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ADT가 더욱 폭 넓게 치매 위험을 높이는 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었다.

초기 전립선암은 증상이 없고 대부분 전립선 특이항원검사(PSA)나 직장수지검사를 통해 발견된다. 전립선암이 있으면 전립선비대증과 비슷하게 요도를 압박해 소변줄기가 가늘고 힘이 없거나 자주 소변을 보는 증상 등이 생긴다. 전립선암이 진행되면 혈뇨나 발기부전, 뼈로 전이됐을 때는 골반, 척추, 늑골 등에 통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국가건강정보포털
초기 전립선암은 증상이 없고 대부분 전립선 특이항원검사(PSA)나 직장수지검사를 통해 발견된다. 전립선암이 있으면 전립선비대증과 비슷하게 요도를 압박해 소변줄기가 가늘고 힘이 없거나 자주 소변을 보는 증상 등이 생긴다. 전립선암이 진행되면 혈뇨나 발기부전, 뼈로 전이됐을 때는 골반, 척추, 늑골 등에 통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국가건강정보포털

ADT 치료 받은 환자는 치매 위험 두 배 높아

논문의 시니어 저자인 니감 샤(Nigam Shah) 스탠포드대 부교수(생의학 정보 연구)와 논문 공동저자인 새뮤얼 스위셔-매클루어(Samuel Swisher-McClure) 펜실베이니아대 방사선 종양학과 조교수를 포함한 연구진은 복잡하고 새로운 ‘텍스트 프로세싱’ 방법을 사용해 1994년부터 2013년 사이에 대학병원에서 치료받은 환자들의 전자의무기록을 분석하고 3.4년 간 추적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ADT 치료를 받은 1826명을 포함한 전립선암 환자(평균나이 66.9세) 9277명을 찾아냈다.

이 가운데 ADT그룹은 ADT 치료를 시작한 지 수년 안에 대조군에 비해 치매환자가 두드러지게 많이 나타났다. 5년 동안 치매 발생위험 절대 증가치는 4.4%였는데, ADT 치료를 받지 않은 사람은 치매 발생 위험이 3.5%인데 비해 이 치료를 받은 사람들은 7.9%로 두 배 이상 높았다.

이번 분석은 ‘용량-반응 효과(dose-response effect)’도 보여주었다. 적어도 12개월 이상 ADT치료를 받아온 환자들의 치매 발생 위험이 가장 높았다.

뇌 보호하는 테스토스테론 감소가 문제

ADT 사용과 나이와는 별 상관관계가 없이 모든 연령대에서 ADT 사용이 치매 위험을 두 배 이상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70세 이상 환자 중 ADT 치료를 받은 사람은 5년 안에 치매가 발생할 가능성이 13.7%인데 비해 이 치료를 받지 않은 사람의 치매 발생 가능성은 6.6%였다. 또 70세 이하 사람들의 치매 발생 가능성은 각각 2.3%대 1%였다.

ADT 사용과 치매와의 연관성을 설명하는 이론은 몇 가지가 있으나, 테스토스테론은 뇌세포를 보호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테스토스테론을 차단하거나 줄이면 치매나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저항력을 감소시킬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논문 제1저자인 니드는 “고령 인구와 암 치료 후 장기 생존자가 늘어남에 따라 암 치료에 따르는 부작용이나 후유증 같은 건강문제가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며, “현재 ADT 치료를 받고 있는 많은 그룹들에서 치매 위험이 높을 수 있다는 사실이 환자와 헬스시스템에 충격을 주고 있는 만큼 이 치료법과 치매와의 연관성을 후속 연구를 통해 정확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병희 객원기자
kna@live.co.kr
저작권자 2016-10-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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