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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6-08-30

만성피로증후군 화학신호 발견 ‘대사작용 정체 증상’ 진단 정확도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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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어에서 나온 다우어(dauer)란 말은 번데기가 성충이 되지 못 하고 오랫 동안 번데기 상태로 사는 것을 일컫는 단어다. 이런 상태는 가혹한 환경 조건 때문에 나타나는 일종의 발달 정체 현상으로 몇몇 무척추동물에서 볼 수 있다.

심한 만성피로증후군(chronic fatigue syndrome; CFS)도 바로 이런 발달 정체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의대 연구진은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 29일자에 만성피로증후군이 화학적으로 다우어 상태와 유사하며, 진단과 치료에 이 같은 사실을 활용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논문의 제1저자이자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의대 미토콘드리아 및 대사질환 센터장인 로버트 내비오(Robert K. Naviaux) 교수는 “만성피로증후군은 매우 도전적인 질환”이라며, “신체의 여러 시스템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증세도 다양해서 다른 많은 질환과 공통적인 증상을 보이지만 진단을 위한 실험실 테스트가 없어 수많은 환자들이 정확한 진단을 받으려고 수년 동안 많은 돈을 없애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만성피로증후군을 진단하는 특별한 검사가 아직 없는 상태여서 우리 나라에서도 한 의사가 만성피로 증상을 보이는 환자에게 마구잡이로 ‘만성피로증후군’ 진단을 내려 문제가 된 적도 있었다.

만성피로증후군의 원인가설. 그림 국가건강정보포털. ⓒ ScienceTimes
만성피로증후군의 원인가설. 그림 국가건강정보포털.

만성피로증후군은 심한 피로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돼야

미국에선 현재 2500만명 가량이 만성피로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성별과 모든 연령층을 망라해서 환자가 분포하지만 주로 30대~50대 여성에게서 많이 발견된다. 만성피로증후군의 주요 증상은 극심한 피로증상이 적어도 6개월 이상 지속되며, 이에 따라 근육통, 두통에서부터 수면과 기억문제 등이 뒤따른다.

미국을 포함한 구미에서는 인구의 10% 이상이 만성피로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보고가 있으나 아시아인들은 그보다 적은 것으로 알려진다. 국내에서는 일부 병원 조사에서 유병률이 0.3%로 보고된 적이 있다.

만성피로증후군 진단기준(미국 질병관리본부) ⓒ ScienceTimes
만성피로증후군 진단기준(미국 질병관리본부)

내비오 교수팀은 84명을 대상으로 비교 연구를 했다. 45명의 남녀는 만성피로증후군 진단을 받은 사람들이었고, 나머지 39명은 대조군이었다. 연구팀은 혈장의 63개 생화학적 경로에서 나오는 612개의 대사 산물을 조사했다. 연구 결과 만성피로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은 20개 대사 경로에서 비정상적인 점이 발견됐다. 측정된 진단 대사물질의 80%가 감소돼 저대사(低代射) 증후군 혹은 대사 감축 증상과 일치했다. 진단 정확도는 90%를 넘었다.

내비오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만성피로증후군을 일으키는 요인이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이  같은 세포 대사 반응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는 “흥미로운 점은 만성피로증후군이 몇몇 유기체에서 볼 수 있는 다우어 상태와 화학적으로 유사하다”고 덧붙였다. 다우어 상태는 환경적 스트레스에서 생존하기 위해 대사작용이 둔화되는 것으로 그렇지 않으면 세포 사멸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만성피로증후군에서 이 같은 대사작용 둔화는 장기적인 통증과 장애로 나타난다는 것.

만성피로증후군을 대사 장애의 하나로 보고 이를 식별할 수 있는 화학신호를 발견한 미국 UC샌디에이고 의대 로버트 내비오 교수 ⓒ ScienceTimes
만성피로증후군을 대사 장애의 하나로 보고 이를 식별할 수 있는 화학신호를 발견한 미국 UC샌디에이고 의대 로버트 내비오 교수

만성피로증후군 환자에 식별 가능한 화학신호

내비오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 만성피로증후군은 남녀 모두에서 객관적으로 식별할 수 있는 화학신호를 가지고 있으며, 소분자 정보를 제공하는 대사체학을 통해 활용 가능한 치료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각 개인에게서 발견되는 대사 장애의 25%만이 만성피로증후군 진단을 위해 필요했고, 75% 정도는 각자가 지닌 독특한 증상으로서 개별적 치료를 위한 참고용으로 유용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를 통해 만성피로증후군을 생물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각과 함께 특히 치료법에 목 말라 하는 환자들을 위해 새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는 강력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저자들은 이번 연구 결과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입증하기 위해 다양한 지역에서 더 많은 참여자를 대상으로 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병희 객원기자
kna@live.co.kr
저작권자 2016-08-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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