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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6-06-10

'좀비'와 같은 백혈병 줄기세포 암세포 되살리는 기전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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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알려진 것처럼 암에도 줄기세포가 있다. 이 암 줄기세포는 마치 ‘좀비’와 같아, 종양이 제거된 후에도 암세포를 끊임 없이 되살려 내곤 한다. 이들은 무한한 재생능력을 지니고 있어 종양은 물론 암 줄기세포 자체를 계속 만들어내 치료를 어렵게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고 의대 연구진이 백혈병 전(前) 단계의 백혈구 전구체(前驅體)가 어떻게 백혈병 줄기세포가 되는가를 밝혀내는 성과를 거뒀다. 이들 연구팀은 인체 세포를 이용해 백혈병에서 RNA 편집 효소(ADAR1)가 하는 역할을 밝히고, 이를 멈추게 하는 방법을 발견해 ‘셀’ 자매지 ‘셀 스템 셀’(Cell Stem Cell) 9일자에 발표했다.

DNA가 세포를 만들기 위한 설계도라면, RNA는 이 설계도에 대한 건축가의 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암에서는 이 RNA 해석에 자주 오류가 생긴다. 그동안 많은 연구를 통해 암에서 중요한 DNA 돌연변이가 발견됐지만, RNA의 역할과 RNA 조정 기전에 대한 연구는 드물었다.

카트리오나 재미슨(Catriona Jamieson) UC샌디에고 의대 재생의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암 줄기세포가 RNA 편집시스템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여 스스로를 복제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한편, 연구를 바탕으로 이를 억제하는 방법까지 발견했다”고 말했다.

만성 골수성 백혈병 세포들.  ⓒ ScienceTimes
만성 골수성 백혈병 세포들.

효소 하나가 마이크로RNA 바꿔 암 유발

이번 연구의 중심 주제인 ADAR1 은 작은 유전물질들인 마이크로RNA를 편집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효소로 알려져 있다. ADAR1은 단 한 개의 마이크로RNA 구성 요소를 다른 것으로 교체함으로써 잘 조정된 시스템 세포들을 바꿔 특정한 때에 어떤 유전자가 발현되거나 혹은 발현 정지되도록 조절한다.

재미슨 교수팀은  급성화한 만성 골수성 백혈병 세포를 쥐에 이식해, 암 진행을 촉진하고 치료에 저항성을 보이는 ADAR1이 백혈병 줄기세포 관리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살펴봤다.

이 실험실 연구에서 일련의 분자적 변화 양상이 발견됐다. 먼저 백혈병 촉진 유전자 변이를 지닌 백혈구들은 염증 신호에 더욱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염증 반응은 ADAR1을 활성화시키고 과활성화된 ADAR1(hyper-ADAR1) 편집기능은 let-7으로 알려진 마이크로RNA를 둔화시킨다. 궁극적으로 이 같은 활동은 백혈구 전구체를 백혈구 줄기세포로 변화시키는 세포 재생 혹은 자기재생을 증대시킨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백혈병 줄기세포가 아구악화(芽球惡化, blast crisis )로 불리는 공격적이고 치료 저항성을 보이는 급성 백혈병 형태를 나타내게 되는 것.

연구를 이끈 UC샌디에고 대학 카트리오나 재미슨 교수. 사진 UC San Diego Health ⓒ ScienceTimes
연구를 이끈 UC샌디에고 대학 재생의학과 카트리오나 재미슨 교수. 사진 UC San Diego Health

재미슨 교수는 “이것이 처음으로 밝혀낸 전암(前癌, pro-cancer) 염증 신호와, 전구 세포를 백혈병 줄기세포로 변화시키는 RNA 편집 재프로그래밍과의 기전적 연계”라고 설명했다.

소분자 복합체 치료 효과 40%

재미슨 교수팀은 ADAR1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확인한 후 이를 멈추게 할 수 있는 방도를 찾았다. 연구 끝에 작은 분자 복합체로 염증에 대한 민감성을 억제하거나 ADAR1을 저해함으로써 ADAR1이 백혈병 줄기세포 재생에 미치는 효과를 억제하고 let-7 마이크로RNA를 회복시킬 수 있었다. 8-Aza로 불리는 작은 분자 약으로 치료한 결과 급성화한 만성 골수성 백혈병(blast crisis chronic myeloid leukemia) 세포들의 자기 재생률은 치료를 하지 않은 다른 세포들에 비해 40%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재미슨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에 따르면 ADAR1 효소 활동을 탐색하는 것이 암의 진행을 예측하는데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아울러 이 효소 활동을 막아 치료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은 암 줄기세포의 독특한 취약점을 나타내는 것으로, 현재 활성화된 염증 신호를 가진 이 암 줄기세포들을 퇴치하기 위해 염증 민감성 저해제와 선택적 ADAR1 저해제가 개발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병희 객원기자
kna@live.co.kr
저작권자 2016-06-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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