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외전, 이런 시시한 영화가 설날을 강타하다니!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영화관객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족제비 같다. 혹은 기생같다는 악담을 들어 마땅한 ‘제비’가 주인공인데도 여성관객들은 귀엽다 웃긴다고 온통 박수만 쳐댄다.
비과학적인 설정이 줄지어 나와
‘제비’의 반대말은 아마도 ‘꽃뱀’일 것이다. 남자들이 꽃뱀에 걸려들었다면, 직장에서 쫓겨나기 쉽고 재산 손해를 보는 패가망신 코스 쯤으로 생각하기 쉽다. ‘제비’는 아니라는 말인가?

검사외전의 쌍두마차인 황정민(검사 변재욱 역)과 강동원(제비 한치원 역)은 어쩌다 보니 같은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황정민은 난폭한 조사중 피의자를 죽게했다는 억울한 누명이고, 강동원은 사기를 쳐서 여자를 홀리고 간음했다는 지저분한 죄목이다.
황정민은 강동원이 자기의 누명을 벗겨줄 결정적인 단서를 가진 것을 알고, 강동원을 구워삶고 설득하고 또다른 사기방법을 전수해준다. 강동원이 먼저 출옥해서는 황정민의 복수에 동참해줄 것을 요구하면서.
그리고, 매우 지능적이며 흥미로운 과정을 지나면서 (이런 부분이 통쾌하고 재미있기는 하다) 마침내 황정민은 복수를 한다. 자기를 감옥에 처 넣은 타락한 선배검사 이성민(우종길 검사 역)의 혐의를 완전히 밝혀낸다.
약물을 폐포에 직접 침투시키는 '네블라이저'란?
이 영화에서 강동원은 파렴치하고 여자 엉덩이만 보면 군침을 흘리는 지저분한 하등 동물인데도 불구하고, 여성관객들이 이런 저질 제비에 홀린다. 남자가 잘생기고 귀엽고 젊으면 모든 것이 다 용서가 되는가?
이 영화에서 우리나라 관객을 깔보는 결정적인 설정은 또 있다. 천식환자가 네블라이저가 없다고 하룻밤 만에 사망한다고? 더구나 사망한 사람이 검사의 난폭한 취조에 따른 폭행에 의해 사망했는지, 아니면 천식 때문에 사망했는지 부검하면 간단히 알 수 있다. 영화는 타락한 검사 이성민이 네블라이저를 빼앗아 사망하고, 담당 검사인 황정민이 살인혐의로 15년형을 받아 복역한다는, 비과학적인 그물을 쳐 놓았다.
피의자가 죽어야 ‘제비를 이용한 검사의 복수’라는 설정이 맞아 떨어지는데, 머리를 짜내서 생각한 살인의 시나리오가 겨우 ‘휴대용 네블라이저를 빼앗아라’라니, 과학적 지식과 상상력의 부족을 단적으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작가나 감독이 과학자가 아닌 이상, 더 고급스럽고 자연스러운 과학적인 살인의 방법을 찾으려면 과학자나 의학자의 도움을 받으면 될 것이다. 그런 노력의 흔적조차 안 보이는 것이 대단히 유감이다.
요즘 세계적인 영화의 대세는 과학기술이다. 그것이 다소 과장된 상상이든, 엄밀한 과학적 사실을 비교적 충실하게 지켜서 만든 것이든 과학기술의 거대한 흐름에 역행해서는 세계적으로 흥행하는 영화를 만들기 어렵다.
검사외전이 황정민과 강동원 쌍두마차의 막강한 관중 동원력을 활용해 사상 최고 흥행을 기록한들 그런 설정이 세계시장에서 얼마나 통할까?
네블라이저(nebulizer)는 필요한 약물을 작은 입자의 기체형태로 만들어 환자에게 분무해주는 장치이다. 기체화하는 방식에 따라 ‘초음파 방식’과 모터를 이용하는 ‘콤프레셔 방식’이 있다.
네블라이저는 환자에게 필요한 약물을 5 마이크론 이하의 작은 입자로 기화시킨다. 입자 크기가 5마이크론 이하가 되어야 호흡하면서 들이마셨을 경우 약재가 폐포까지 제대로 도달한다. 네블라이저를 통해 흡입해야만 하는 전문 의약품이 따로 있다.

기도 감염증, 기관지 확장증, 폐질환, 후두염 등 호흡기 질환의 전문 약물 흡입에 사용된다. 흡입치료는 경구 투여제나 주사제 보다 부작용이 적고 약효 발현이 빠르며, 약물이 폐포 깊숙이 직접 도달하는 것이 장점이다. 가습기와 비교하면, 가습기는 단순히 액체를 기화시키기 때문에 입자의 크기가 훨씬 크다.
초음파 메쉬 (ultrasonic mesh) 방식의 네블라이저는 진동자를 이용하여 발생한 초음파가 약물을 에어로졸 형태로 변환시킨 뒤, 메쉬 캡(가는 체)를 통과시키도록 했다. 소음이 적고 휴대용으로 적당하지만 가격이 비싸다.
가정에서 주로 사용하는 것은 콤프레셔 방식이다. 압축 펌프에서 나온 공기가 약물통에 있는 좁은 관을 통과하면서 약물을 기화시킨다. 휴대용 초음파 방식에 비해 저렴하고 안정적이나, 압축펌프가 작동하므로 55~70 데시벨 정도의 소음이 난다.
검사외전에 등장한 네블라이저는 물론 휴대용이다.
- 심재율 객원기자
- kosinova@hanmail.net
- 저작권자 2016-02-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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