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생명과학·의학
이성규 객원기자
2016-02-04

명절음식 칼로리, 믿어도 될까? 칼로리 계산법 실제보다 30% 차이 날 수도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설 명절이 다가오면 새해부터 다이어트 결심을 세운 사람들은 유난히 예민해지기 마련이다. 명절 때 먹는 음식들은 모두 기름지고 칼로리가 높기 때문이다. 칼로리란 식품에 들어있는 에너지의 양을 정량화한 단위이다.

그런데 많은 영양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현재 사용하고 있는 칼로리가 믿을 만한 지표가 아니라며, 이를 대신할 만한 새로운 계산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도대체 현행 칼로리 계산법엔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칼로리 계산법의 기원 '라부아지에 실험'

오늘날 사용하고 있는 칼로리 계산법의 기원이 된 것은 프랑스 화학자 라부아지에의 실험이었다. 그는 호흡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 밀폐된 원형의 방에 남미에서 데려온 설치류 기니피그를 넣은 후 이 동물이 방출하는 열량으로 그 주위의 얼음을 녹게 만드는 실험을 했다.

그의 예측대로 기니피그가 더 많이 활동할수록 산소를 많이 소비해 더 많은 열을 발산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후 아일랜드의 화학자 토마스 앤드루스는 라부아지에의 실험을 응용해 용기 안의 음식에 불을 붙인 다음 용기를 둘러싼 물의 온도가 어떻게 바뀌는지 측정했다.

100여 년 전 미국의 윌버 앳워터가 만든 현행 칼로리 계산법은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으므로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 morgueFile free photo
100여 년 전 미국의 윌버 앳워터가 만든 현행 칼로리 계산법은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으므로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 morgueFile free photo

이 실험들은 바탕으로 하여 19세기 후반 미국의 화학자 윌버 올린 앳워터는 인간이 식사를 통해 얻는 에너지의 양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인간의 몸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의 비율을 분석하기 위해 실험 대상자의 음식 섭취를 엄격히 통제한 뒤 배출된 대소변에서 에너지 손실을 계산했다.

그 결과 섭취한 음식의 약 10%가 소화되지 않은 채 몸을 통과한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그런 손실을 감안해 단백질과 지방, 탄수화물은 1g당 각각 4㎈, 9㎈, 4㎈의 에너지를 제공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알코올에는 1g당 7㎈가 들어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생당근보다 익힌 당근이 칼로리 더 많아

그 같은 사실을 바탕으로 앳워터는 약 1000가지의 식품에 포함된 칼로리를 계산했으며,  오늘날 사용하고 있는 칼로리 계산법으로 이어져 오게 됐다. 하지만 앳워터의 계산에는 몇 가지 단점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인체가 음식을 소화하는 데 소비하는 에너지를 간과한 점이다.

씹어서 삼키고 효소를 만들어 음식물을 분해하고 내장 속으로 음식물을 옮기는 모든 소화 과정에는 에너지가 소모된다. 때문에 같은 재료라도 조리된 음식을 먹을 때보다 가공되지 않은 날것을 먹을 때 소화 과정에서 에너지가 더 많이 소비된다. 즉, 조리된 음식을 먹을 때 날것보다 더 많은 칼로리가 흡수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생 당근보다 푹 삶아서 으깬 당근에서 더 높은 칼로리를 얻게 된다.

미얀마 비단뱀은 소화 관련 연구에서 제일 인기가 높은 실험동물이다. 먹이를 삼킨 후 약 열흘 동안 꼼짝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단뱀에게 같은 종류의 고기를 익혀서 먹일 경우 날것으로 먹였을 때보다 소화하는 데 드는 에너지가 13%가량 낮아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고기를 분쇄한 후 익혔을 때는 그 감소량이 23%로 올라갔다.

인간의 몸이 칼로리 같은 단순한 숫자로 환원하기에는 너무나 복잡하다는 점도 칼로리라는 지표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요소 중 하나다. 일부 칼로리는 흡수되지 않고 그대로 배설되기도 하는데, 이처럼 인체는 음식에 포함된 모든 칼로리를 정확하게 흡수하지 못한다. 실제 실험 결과에 의하면 아몬드의 경우 측정량보다 1/3가량 적은 칼로리만 인체에 흡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칼로리를 소모하는 정도도 개인에 따라서 차이가 크다. 신장이나 체중, 간의 효율성, 코르티솔 수치 등 개인의 대사에 관여하는 조건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음식물을 입에 넣어서 씹는 정도도 각기 달라서, 그에 따라 사람이 얻는 칼로리의 양도 달라진다. 동일한 연령대와 성별, 체중을 지녔다 해도 사람에 따라 하루에 소모하는 칼로리의 양은 600㎈까지 차이가 나기도 한다.

2013년 미국 보스턴에서 개최된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연례회의에서 발표된 바에 의하면, 앳워터의 계산법으로는 열량 성분표나 웹사이트에 공개된 칼로리와 실제 칼로리가 최대 30%까지 차이가 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불합리해도 앳워터 계산법 그대로 사용하는 까닭

지난해 발표된 미국 요크대학 연구진의 실험결과에 의하면, 시대적 환경에 따라 칼로리가 체중에 미치는 영향도 달라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1980년 30대에게 1일당 2000㎉씩만 제공하고 2시간 동안 운동하는 방식의 다이어트를 1주일간 하게 한 뒤 몸무게를 잰 결과와 35년 후인 2015년의 30대에게 똑같은 방식의 다이어트를 시킨 뒤 몸무게를 비교했다.

그 결과 2015년의 30대가 10%가량 몸무게가 더 나가는 것으로 밝혀진 것. 왜 그런 현상이 나타났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에 대해 연구진은 음식 포장에 함유된 화학물질이나 일상에서 노출돼 있는 살충제 같은 것이 인체의 칼로리 소모 방식을 변화시키는 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는 추정을 내놓았다.

지난 2002년 세계식량농업기구(FAO)는 현행 칼로리 계산법의 오류를 해결하기 위해 영양학자들의 토론회를 주최한 적이 있다. 당시 참석자 대부분은 앳워터 계산법의 문제점을 고려해 보다 정확한 칼로리 계산법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그러나 최종 결론은 현행 계산법을 그대로 사용하자는 의견으로 굳어졌다. 새로운 칼로리 계산법을 만들기 위해선 소화능력 등 개인의 특성을 감안해야 하므로 보편적인 기준을 제정하기엔 너무 부담스럽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일부 과학자 중에는 현행 칼로리 계산법을 그대로 유지하자는 의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개인마다 매일 수많은 음식을 섭취하므로 아몬드나 당근 등등 개별 음식의 칼로리를 계산하는 게 무의미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 앳워터의 계산법이 실제 섭취 칼로리보다 더 많이 측정되므로 오히려 비만을 염려하는 현대인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있다.

이성규 객원기자
yess01@hanmail.net
저작권자 2016-02-04 ⓒ ScienceTimes

태그(Tag)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등록일 : 2007년 3월 26일 / 발행인 : 정우성 / 편집인 : 윤승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승재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