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아시아산 원숭이의 하나인 마카크(macaques) 중 일부는 사람에게서 드물게 발생하는 ‘MECP2 중복증후군(MeCP2 duplication syndrome)’을 유발하는 유전자 결함을 갖고 있다. 자폐증을 불러일으키는 증상이다.
지난해 중국 과학자들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원숭이의 배아에서 자폐증이 있는 특정 유전자를 주입했다. 정자·난자의 DNA를 바꿔 자폐증 치료에 필요한 ‘맞춤형 원숭이’로 발전시켜나간 것이다.
현재 중국에는 이런 GM원숭이의 수가 200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5일 ‘가디언’ 지에 따르면 중국 과학자들은 이들 GM원숭이를 통해 새로운 자폐증 치료법 개발에 착수했다.
원숭이 뇌세포로 정신과적인 문제 찾아내
그동안 동물 실험을 통해 자폐증 치료법을 개발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러나 원숭이에 자폐증을 유발하는 유전자 결함이 있으며, 이들 유전자가 사람보다 더 뚜렷하게 유전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 가능성이 타진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 기술이 개발되면서 GM원숭이를 개발했다. 그리고 지금 움직임 문제 (motor problems)와 인지결함(cognitive defects) 등 정신과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상하이 뇌과학 연구소(Institute of Neuroscience)의 질롱 뀌유(Zilong Qiu) 소장은 “현재 GM원숭이를 통해 뇌 영상 증거들을 수집하고 있으며, 이들 자료를 기반으로 원숭이 뇌회로에 나타나고 있는 결함 증상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결함 증상들은 자폐증이 원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특징들이다. 뀌유 소장은 “연구팀에서 이들 뇌세포 망이 자폐증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면, 향후 자폐증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하이 뇌과학연구소에서는 자폐증과 관련된 증거를 찾아내기 위해 전기자극(electrical stimulation)에서부터 기자극장치(magnetic stimulation), 유전자치료(gene therapy)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중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이 연구를 놓고 세계적으로 큰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 기술이 발전해 사람에게 시도되면 정자·난자의 DNA를 바꿔 원하는 유전자를 가진 ‘맞춤형 아기’로 발전시킬 수 있고 생명윤리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와 관련, 뀌유 소장은 “과학자들은 여러 가지 치료법 개발을 위해 원숭이 이전에 이미 쥐와 같은 많은 동물들을 활용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폐증과 같은 어려운 문제를 풀지 못했다”며 “(원숭이를 통한) 이번 자폐증 연구는 당연하면서 중요한 연구”라고 말했다.
‘맞춤형 아기’ 논란 아직 남아 있어
실제로 자폐증 치료법을 개발하고 있던 많은 과학자들은 쥐를 이용해 그 원인을 찾아내려고 노력해왔다. 뇌과학 연구소의 무밍푸(Mu-ming Poo) 연구팀장은 “그러나 쥐의 뇌조직이 사람과 너무 달라 자폐증의 특징을 찾아내는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아일랜드 더블린 트리니티 칼리지의 유전공학자 케빈 미첼(Kevin Mitchell) 교수는 “현재 실험에 사용하고 있는 마카크 원숭이를 쥐와 비교했을 때 큰 장점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쥐의 경우 사람처럼 복잡하고 지능적인 행위를 하지 못한다는 것.
“특히 인지결함과 같은 높은 수준의 정신과적인 장애를 찾아내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이는 시간적으로 긴 시간에 걸쳐 성장하고 있는 사람의 뇌와 짧은 시간에 성장을 끝내는 쥐와의 시간적인 차이에 기인하는 것 같다”며 원숭이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 에모리 대의 앤소니 찬(Anthony Chan) 교수는 그는 “과학자들을 통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MECP2 중복증후군’을 찾아내려는 노력이 자폐증은 물론 다른 분야에 있어서도 획기적인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찬 교수는 30대에 발생하는 희귀한 유전병, 헌팅톤 무도병(Huntington’s disease) 증상을 지닌 GM원숭이를 개발한 인물이다. 영국 오티스티카(Autistica) 자폐증연구재단의 제임스 쿠삭(James Cusack) 연구책임자는 “획기적인 기술이 개발됐다”며 빠른 연구 성과를 기대했다.
최근 GM원숭이가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유전자가위를 사용해 만든 이 원숭이가 동물 실험의 영역을 벗어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일부 종교인들과 과학자들은 이 GM원숭이를 만드는 기술이 인간에게 사용되는 것이 시간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전자가위를 위용한 유전체 수술(genomic surgery)은 놀랄만큼 다양한 인간의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당연한 결과로 윤리적이고 과학적인 우려가 수반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가장 우려되고 있는 것은 ‘맞춤형 아기’ 생산이다. 당뇨벙이나 암과 같은 유전성 있는 유전자를 제거한 아기를 생산함으로써 매우 건강한 인간을 만들어낼 수는 있지만 심각한 윤리 문제가 내재돼 있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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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6-01-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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