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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박응서 객원기자
2016-01-21

한반도는 콩의 고향! 콩이 지구를 살린다(2) 기원과 원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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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경북 영주에 ‘콩 세계과학관’이 문을 열었다. 콩 박물관으로는 세계 최초다. 과학관 내에서는 콩의 역사와 이용법 등 콩과 관련된 다양한 전시물을 만날 수 있으며, 콩 테마공원에서는 시기별로 콩심기와 콩수확 등을 할 수 있다. 영주는 국내 최초의 콩 장려품종인 ‘부석태’의 원산지다.

국내에 세계 최초로 콩 박물관이 설립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한반도와 만주가 콩의 고향, 즉 원산지라는 학계의 의견도 한 몫을 했다. 신석기와 청동기 유적에서 숯불처럼 타버린 콩이 종종 발견되고 있을 뿐 아니라 지금도 한반도 곳곳에서 다양한 야생콩과 재래종 콩이 자생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국내에 세계 최초로 콩 박물관이 설립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한반도와 만주가 콩의 고향, 즉 원산지라는 학계의 의견도 한몫했다. ⓒ ScienceTimes
지난해 4월 콩의 고향인 한반도에 콩 박물관이 세계 최초로 세워졌다. ⓒ ScienceTimes

오리알태, 선비잡이콩, 호랑무늬콩 등 희귀한 콩자원

식품사학자인 고 이성우 서울대 교수는 “콩의 원산지는 고구려의 옛 영토인 만주 남부지역이다”고 주장했으며, 대부분의 학자들 역시 야생콩과 재배콩의 분포를 볼 때 만주지방과 시베리아 아무르강 유역을 콩의 원산지로 보고 있다. 이 지역이 고조선과 고구려의 영토였음을 참고할 때 우리 민족이 콩을 가장 먼저 음식으로 이용했을 것으로도 추정할 수 있다. 고 이성우 교수는 메주가 우리나라에서 기원해 일본과 중국으로 전해졌다고 봤다.

우리나라에는 갈색아주까리, 밤콩, 선비잡이, 수박태, 아주까리, 오리알태, 우렁콩, 호랑무늬콩 같이 희귀한 콩 토종자원이 분포하고 있다. 이 중 우리 밥상에 오르며 주로 이용하는 콩은 대두, 서리태, 쥐눈이콩 같이 몇 가지 뿐이다.

우리가 콩이라고 부르는 대두는 메주콩, 두부콩 등 쓰임새에 따라 다양하게 부르기도 한다. ⓒ United Soybean Board
우리가 콩이라고 부르는 대두는 메주콩, 두부콩 등 쓰임새에 따라 다양하게 부르기도 한다. ⓒ United Soybean Board

대두는 노란 콩(백태)으로 된장의 원료인 메주를 만드는 데 널리 사용돼 메주콩이라고 부른다. 또 두부를 만들 때도 이 콩을 주로 사용해 두부콩이라고 부른다. 레시틴, 사포닌, 아이소플라본 같은 성분이 많아 항암효과를 비롯해 혈중 콜레스테롤 함량을 낮춘다. 서리태는 밥에 넣어 먹는 검정콩으로 비만 예방 효과가 뛰어나다.

쥐눈이콩은 작고 마치 쥐의 눈처럼 생겼다고 해서 이름 지어졌으며, 한자로는 서목태라고도 한다. 한방에서 해독재로 쓰여 약콩이라고도 부르는데, ‘동의보감’에서 모든 약의 독을 없앤다고 할만큼 효능이 뛰어나다고 한다.

콩 유전자 확보로 콩 종자 패권을 취한 미국

‘오리알태와 수박태’는 콩나물용으로는 최고의 품질과 저장성을 갖고 있는데, 수확량이 적고 병과 재해에 취약해 우리의 곁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국과 우리나라는 1960년대까지 세계 콩 생산국 1,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과 브라질, 아르헨티나가 콩 생산국 세계 1,2,3위를 차지하고 우리나라와 중국은 대표적인 콩 수입국으로 바뀌었다.

현재 미국에서 생산하는 대두의 90%는 아시아에서 채집한 종자 35가지를 개량한 것이며, 이 중 6가지 품종은 한반도에서 채집한 것이라고 한다.

미국은 1901년부터 1976년 사이에 우리나라에서 5496종의 재래종 콩을 수집해 갔다. 이 중 3200여 종의 콩을 미국 일리노이대에 보존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미국 농무부는 1947년까지 1만 개의 콩에 대한 유전자형을 우리나라에서 수집해갔다.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수집한 콩 종자 중에서 우리나라에서 수집한 콩이 74%에 달할 정도다.

최근 우리나라는 미국과 일본, 러시아, 독일 등에서 종자를 반환받아 토종 콩 종자 보존과 품종개발에 나서고 있다. 현재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유전자원센터는 8000여 종의 콩 유전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콩 육종연구팀은 우리나라에 적합한 우수한 품종도 개발하는데 한반도에 풍부한 야생콩을 적극 이용하고 있다.

27만 년 전에 야생콩과 종 분화된 재배콩

콩은 음식이나 사료로 쓰는 콩과식물의 씨를 말한다. 콩과에는 650속 1만 8000종이 있지만 사람이 식용으로 활용하는 것은 극히 일부다.

커피콩과 카카오콩, 바닐라콩처럼 콩 같이 생긴 다양한 식물의 열매도 콩으로 부른다. 하지만 이들은 콩과에 속하는 식물이 아니다. 커피콩은 꼭두서니과에 속하고, 카카오콩은 아욱과에 속하는 상록수며, 바닐라콩은 난초과에 속한다.

바닐라콩은 난초과에 속하며, 바닐라콩은 인공적으로 재배가 쉽지 않아 시중에 나오는 바닐라 맛 식품은 대부분 합성 바닐라향을 이용한다. ⓒ Axel Steenberg
콩처럼 생긴 열매를 가진 바닐라콩은 난초과에 속하며, 바닐라콩은 인공적으로 재배가 쉽지 않아 시중에 나오는 바닐라 맛 식품은 대부분 합성 바닐라향을 이용한다. ⓒ Axel Steenberg

콩은 ‘대두(大豆)’라고도 하는데, 중국과 일본도 같은 한문을 사용한다. 우리는 대두라고 읽고, 중국은 대토, 일본은 오오마메라고 읽는다. 우리나라는 콩이라는 단어와 백태, 서리태, 서목태 등 ‘태(太)’자를 넣어 콩을 표기하기도 한다. 콩을 다양하게 부른 것으로 보아 생활과 매우 가까웠음을 추정할 수 있다.

강낭콩은 콩과작물 중에서 유일하게 남아메리카에서 기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머지 콩과식물은 유럽과 아시아가 원산지다. 이중 동부는 중앙아프리카, 나방콩과 예팥, 비둘기콩은 인도, 녹두와 검정녹두는 인도 중부, 렌즈콩과 완두콩, 향완두콩, 병아리콩은 남유럽과 서아시아, 코카서스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야생콩이 흔한 우리나라에서는 다양한 콩과식물을 만날 수 있다. 자귀나무, 회화나무, 쥐엄나무, 싸리나무, 칡덩굴 같은 나무를 비롯해, 자운영, 토끼풀, 차풀, 매듭풀 같은 풀까지 다양한 콩과식물이 있다.

사람들은 야생콩을 재배하기 시작하면서 재배콩으로 변했을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국내 연구진에 의해 재배콩이 훨씬 전부터 야생콩과 달라졌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010년 12월 서울대 이석하 교수팀은 우리나라 토종 야생콩의 유전체 염기서열을 해독해 27만 년 전에 야생콩과 재배콩의 종 분화가 일어났던 것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이후 6000년~9000년 전에 재배콩이 사람들에 의해 농사에 알맞은 품종으로 변해갔을 것으로 추정했다.

박응서 객원기자
gopoong@gmail.com
저작권자 2016-01-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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