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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5-12-24

백내장 수술 않고 안약으로 치료 우주기술 이용해 백내장 발병 예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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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에는 백내장을 수술이 아닌 점안액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연구가 잇달아 나오고, 우주실험용 기술을 이용해 백내장 발병을 미리 예측하고 치료 효과도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이 보고돼 백내장 진단과 치료에 획기적인 진전을 보였다.

백내장은 우리 눈에서 카메라 렌즈 역할을 하는 수정체가 혼탁해져 앞이 안 보이게 되는 질환이다. 65세 이상 노인이 시력을 잃는 가장 큰 요인이며, 세계적으로 시력 상실의 가장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백내장은 전세계를 통들어 녹내장, 황반변성, 당뇨병성 망막병증보다도 사례가 훨씬 많다.

백내장을 일으키는 원인은 여러 가지다. 노화를 비롯해 눈에 가해진 손상이나 당뇨병 같은 전신 질환, 약물, 장기간의 햇빛 노출과 흡연, 가족력 등이 그것이다. 햇빛 노출이나 흡연은 위험요인으로 일컬어지나 과연 시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확실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수술건수 1위, 백내장 수술

백내장이 생기면 먼저 시야가 흐릿해 지며, 눈이 부시거나 색깔이 사라져 보이기도 한다. 책을 읽기가 어렵고, 사물이 겹쳐 보이는 증세도 나타난다. 이로 인해 시력이 나빠졌다고 생각해 안경이나 콘택트 렌즈를 자주 바꾸려는 경향도 생긴다.

백내장 증상이 처음 나타났을 때는 특별한 증상을 느끼지 못 하다가 상태가 악화되면서 읽기나 운전, TV시청 등에 불편을 느끼게 된다.

미국에서는 해마다 300만건의 백내장 수술이 이루어지고 있다. 미 해군병원에서 현미경 하 백내장 수술을 하고 있다.  ⓒ Wikipedia / U.S. Navy photo by Journalist 2nd Class Sarah Langdon
미국에서는 해마다 300만건의 백내장 수술이 이루어지고 있다. 미 해군병원에서 현미경 하 백내장 수술을 하고 있다. ⓒ Wikipedia / U.S. Navy photo by Journalist 2nd Class Sarah Langdon

백내장이 심해서 시력에 큰 지장을 받게 되면 현재로선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수정체로 갈아 끼우는 수술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백내장 수술은 가장 많이 시행되는 수술 중 하나로 미국에서만 해마다 300만명이 수술을 받는다. 우리 나라도 연간 수술 건수가 40만 건 이상(2013년 건강보험통계상 42만180건)으로 치핵 수술 건수(2013년 21만920건)보다 두 배 가까이 많다.

요즘엔 수정체를 적출하는 방법도 한층 개선됐다. 펨토세컨드 레이저와 3D 이미징 및 관련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첨단 방법으로 더욱 정교한 수술을 할 수 있게 됐다.

또 원래의 수정체를 대체하는 인공수정체도 기존의 단초점 렌즈 외에 다초점 렌즈가 보급되면서종류가 늘었다. 다초점 렌즈는 시력의 질을 향상시켜주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눈부심 등이 나타날 수도 있어 의사의 충분한 설명을 듣고 자신의 사회활동 등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백내장 없애는 ‘라노스테롤’이 치료제 개발의 단초

이 같은 수술 치료에 비해 올 하반기에 보고된 ‘백내장을 치료하는 점안액’은 번거로운 수술 부담을 덜면서 치료는 물론 예방에까지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안과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점안액 연구는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먼저 발표됐다. 이 대학 안연구소 안과유전학실 장 캉(Kang Zhang) 박사는 동물 실험을 통해 점안액으로 백내장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 7월 과학전문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 주립대 장 캉 교수팀이 백내장에 걸린 개를 대상으로 라노스테롤을 투여하기 전과 후의 모습. CBSNEWS / LING ZHAO ET. AL./ NATURE ⓒ ScienceTimes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 주립대 장 캉 교수팀이 백내장에 걸린 개를 대상으로 라노스테롤을 투여하기 전과 후의 모습. CBSNEWS / LING ZHAO ET. AL./ NATURE

연구팀은 심각한 백내장을 가진 어린이 세 명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우리 몸에서 생성되는 라노스테롤(lanosterol)이라는 스테로이드 화합물이 유전적 변이에 의해 생성이 저해되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 단서를 바탕으로 라노스테롤이 백내장을 예방하거나 제거하는 능력이 있는지 확인하는 실험에 들어갔다.

실험실 연구와 토끼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거쳐 노화로 백내장이 생긴 개 7마리의 눈 유리체 안에 라노스테롤을 주입한 후 6주 간에 걸쳐 하루 세 차례씩 라노스테롤을 점안했다. 그 결과 백내장이 아주 없어진 경우부터 개선된 경우까지 긍정적인 성과가 나왔다.

장 캉 박사팀은 1년 안에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 들어간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

컴파운드 29’, ‘백내장 치료 점안액 1호’ 될까?

이 연구에 이어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주립대(UCSF) 및 미시간대와 워싱턴대 합동 연구팀도 11월 5일 화합물 점안액이 백내장을 되돌린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제적으로 백내장을 치료할 수 있는 점안액의 기초가 될 화합물’로 소개된 이 물질은 ‘컴파운드 29’(Compound 29)로 명명돼 이미 상용화를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논문의 시니어 저자 중 한 사람인 제이슨 제스트위키(Jason Gestwicki) UCSF 약제 화학과 교수가이끈 이 연구팀은 백내장을 일으킨 단백질 응집체의 용해점을 낮출 수 있는 화합물을 찾기 위해 2450개의 화합물을 탐색했다. 그런 중에 지난 7월 ‘네이처’에 소개됐던 라노스테롤에 주목헸다. 라노스테롤은 용해성에 한계가 있어 효과를 얻기 위해 눈 유리체 속에 이를 직접 주입해야만 했다.    .

제스트위키 교수팀은 라네스테롤과 다른 스테롤을 단서로 하여 32개의 추가적인 스테롤을 결집해 테스트를 한 결과 ‘백내장 용해 점안액’으로 사용할 수 있는 ‘컴파운드 29’라고 이름 붙인 화합물을 찾아냈다.

실험실 연구에서 연구팀은 컴파운드 29가 수정체 섬유세포를 구성하는 단백질인 크리스탈린을 현저하게 안정시키고, 크리스탈린이 응집된 아밀로이드 형성을 막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컴파운드 29는 이미 형성된 아밀로이드를 용해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약이 실용화되면 늙으면서 백내장을 앓게 되는 애완견도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내에서만 7000만 마리의 개가 투약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백내장이 진행됨에 따라 수정체의 알파-크리스탈린 단백질 수치는 내려간다. 백내장 초기 상태일 때의 모습(왼쪽)과 20개월 후 알파-크리스탈린이 94% 이상 감소해 심한 백내장을 보이고 있는 모습(오른쪽). Courtesy of the National Eye Institute ⓒ ScienceTimes
백내장이 진행됨에 따라 수정체의 알파-크리스탈린 단백질 수치는 내려간다. 백내장 초기 상태일 때의 모습(왼쪽)과 20개월 후 알파-크리스탈린이 94% 이상 감소해 심한 백내장을 보이고 있는 모습(오른쪽). Courtesy of the National Eye Institute

우주기술 이용해 백내장 전조 확인

한편 지난 22일에는 미국 국립 안연구소(NEI)와 존스 홉킨스대 윌머 안연구소(Wilmer Eye Institute) 팀이 수정체를 구성하는 크리스탈린(alpha-crystallin)의 농도를 측정해 백내장의 진행상태를 알고  이를 미리 예방할 수 있는 기술을 소개했다.

연구를 주도한 미국 국립 안연구소 대타일스(Manuel B. Datiles, III) 박사와 윌머 안연구소 월터 스타크(Walter J. Stark) 박사는 34세에서 79세 사이의 연구 참여자 45명(66안)을 대상으로 6개월마다 딘백질 수치를 측정해 크리스탈린이 얼마나 손실되는지를 조사했다.

평균 19개월 후 연구팀은 크리스탈린의 수치가 가장 낮은 쪽에 있거나 손실 비율이 높은 사람은 크리스탈린의 수치가 가장 높거나 손실 비율이 낮은 사람에 비해 백내장이 훨씬 빨리 진행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들이 측정한 방법은 동적 광 산란이라 불리는 광섬유 기반 기술로서 우주에서의 유체물리학 실험에 쓰이던 기술이었다. 이 기술이 본격 도입되면 최근 개발되기 시작한 ‘백내장 치료 점안액’과 조합을 이뤄 백내장의 예방과 치료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병희 객원기자
kna@live.co.kr
저작권자 2015-12-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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