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을 울리는 감동은 때로 마음을 움직여 어떤 변화를 이끌어내기도 한다. 육체적으로 가슴은 심장을, 마음은 뇌를 바탕으로 하지만 ‘넉넉한 마음’, ‘따스한 가슴’이란 말에서 보듯 가슴과 마음은 정서적으로 상통하는 측면이 적지 않은 듯하다.
영국과 미국 연구진이 최근 심장과 뇌 사이에 유전적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 관심을 모은다. 유전자 측면에서 심장에 문제가 있으면 뇌 기능에도 장애요인이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미국과 영국 연구진의 대규모 컨소시엄을 통해 이루어졌다. 연구 대상은 날 때부터 심장 질환이 있는 개인 1200명으로, 이들은 심장에 구멍이 있거나 심장과 주 혈관 사이의 연결이 비정상적이었다. 어떤 이들은 단지 심장에만 문제가 있었으나 일부 다른 사람들은 뇌기능에도 문제를 나타냈다. 연구진은 이들의 유전적 구성요소를 가까운 친척 및 다른 건강한 사람들과 비교해 보았다. 비교 과정에는 약 6000명의 DNA 청사진과 전유전체에 대한 분석과 해독이 뒤따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선천성 심장질환을 일으키는 여러 개의 새로운 유전자를 발견해 냈고, 선천성 심장질환을 가진 사람들과 뇌 기능의 발달에 문제가 있는 사람 사이에 공통적인 변화가 있음을 밝혀냈다. 이 연구 결과는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3일자에 발표됐다.
동일한 유전적 기형이 심장과 뇌기능 발달에 문제 일으켜
선천성 심장병을 가진 일부 사람들이 신경발달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으나 이 두 가지가 어떻게 연관되는지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었다. 의사들도 어떤 환자들에게 그런 문제가 나타나고, 환자들이 조기에 도움을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설명을 할 수가 없었다.
논문의 공동 제1저자로 영국 임페리얼 컬리지 MRC 임상과학센터(CSC) 유전의학 시니어 임상강사인 제임스 웨어(James Ware) 박사는 “문제는 이 같은 신경발달 문제가 심장질환, 즉 심장과 뇌와의 혈관 연결이 비정상적이거나 환자가 어렸을 때 심장 우회로술을 포함한 복잡한 심장수술을 받아서 뇌의 혈액 공급에 문제가 생겨 나타나는 것인지, 아니면 뇌기능 문제와 초기의 심장 문제가 어떤 인과관계가 아닌 동일한 조건에서 동시에 나타나는 결과인가 하는 점”이라며, “우리는 그것이 하나의 조건에 의한 것, 즉 동일한 유전적 기형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일으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유전자 변이 분석기 ‘데노볼라이저’가 연구에 큰 역할
이번 연구에서 웨어 박사의 핵심적인 공헌 중 하나는 ‘데노볼라이저’(denovolyzer)라고 불리는 분석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일로, 이 소프트웨어는 특정 유전자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데 노보(de novo)’ 변이를 가지고 있는지의 여부를 분석해 준다. 데 노보 변이는 유전적이라기보다는 산발적으로 나타나는 돌연변이다. 웨어 박사는 보스턴의 매서추세츠 종합병원(MGH) 마크 댈리(Mark Daly) 교수가 이끄는 통계팀과 함께 연구를 진행하는데 기여했다.
그는 이 소프트웨어가 유전적 변화를 해석하는 강력한 새로운 도구라며, 의료 유전학 분야에서 같은 문제를 놓고 연구하는 다른 과학자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미국 중심의 협력 연구체로 소아 심장 유전체학 컨소시엄(Pediatric Cardiac Genomics Consortium)과 소아 심장 네트워크 및 심혈관 개발 컨소시엄(Pediatric Heart Network and the Cardiovascular Development Consortium)이 참여했다.
심장에 문제가 있는 어린이들은 가족들에게 심장병력이 없더라도 통상 많은 유전적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심장과 뇌 기능에 문제를 안고 있는 어린이들은 검사를 통해 유전적으로 비정상적인 점이 드러나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학교생활이나 취업 나아가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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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5-12-0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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